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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진, 과연 NBA에 뿌리 내릴 수 있을 까'

기사입력 2007.04.21 10:28 / 기사수정 2007.04.21 10:28

조지형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지형] 국보급 센터 서장훈의 대를 잇고 있는 하승진(22)은 이미 고등학생 시절부터 한국 농구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기대를 한 몸을 받아왔다. 아니,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승진의 비교할 수조차 없는 우람한 체구는 동년배 선수들을 압도하기에 부족할 것이 없었고, KBL의 용병 선수들과 대조해봐도 전혀 밀릴지 않을 하드웨어를 갖췄다. 그의 이러한 신체는 야오 밍의 성공으로 아시아 시장에도 눈을 돌린 NBA 스카우트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고,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 길로 하승진은 장도에 올라 국내 선수로서는 최초로 NBA 무대를 밟은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하승진의 NBA 입성은 수년 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의 좁은 틈바구니를 파고 들어가 야구 유망주들의 청사진을 밝혀준 것과는 다르게 간신히 미국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덧 NBA에서 뛴 경험은 이미 과거의 추억이 돼버렸고, 현재 하부리그인 NBDL에서 조차도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NBA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등번호 5번을 선택했던 하승진의 결연했던 의지와는 다르게 수준 높은 NBA의 관문은 혹독하게 하승진을 다그치고 있을 뿐이다. 유명 스포츠 메니지먼트사의 지원을 받으며 한국 농구의 남다른 사명을 안고 떠났지만 그 관심이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일 까. 하승진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하승진은 좀처럼 자신에게 닥쳐온 난관을 타개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승진의 NBA 첫 팀이었던 포틀랜드 블레이져스는 하승진의 엄청난 신체조건에 반해 픽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승진의 큰 신장은 NBA 팀 관계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것이었다. 물론 잠재력을 고려했지만, 하승진이 가장 확실하게 어필했던 건 바로 그 '사이즈'였다.

하지만, 하승진은 자신의 축복받은 신체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가적인 옵션 계발에 너무 소홀히 했고, 발전속도 또한 너무 더뎠다. 작금의 NBA는 빅맨 기근 세태에 시달리고 있지만 밀워키 벅스에서 방출된 하승진에게 러브콜을 건넸던 팀은 전무했다. 제아무리 거구를 자랑하는 하승진일지라도 NBA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기본기로는 무용지물이라 판단한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키는 선천적이고 농구에서는 절대적인 요소이다. 신체적 핸디캡을 스피드와 유연성으로 이겨내는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바스켓에 좀 더 가까운 선수가 더욱 편한 환경에 있다는 건 결코 부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하승진은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그리고 하승진은 이 변하지 않은 진리를 앞으로 NBA 문을 다시 두드리는데 머릿속 깊이 각인시켜야만 할 것이다.

이는 항상 코트에 있는 순간이면 '자신감'을 갖고 임하라는 말과 동일하다. 한국 농구의 날로 떨어지는 위상과 치욕을 남겼던 지난 도하 아시안 게임을 돌이켜 보면 하승진이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매 공격 때마다 자신보다 작은 선수를 상대하는데도 위축된 모습과 불안한 볼 키핑력, 턱없이 부족한 운동량과 체력 등. 모든 것이 단점 투성이었다.

그러나 하승진은 이제 우리 나이로 23살이다. 현 시카고 불스의 주전 센터 벤 월라스는 드래프트도 되지 않았지만 올해의 수비수상을 비롯해 2004년에는 NBA 정상의 영광까지 맛봤고, 지금은 현역에서 물러난 존 스탁스 또한 드래프트에서 팀들의 외면을 받아, CBA(NBDL과 비슷한 개념인 하부 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야 했지만 남다른 노력 끝에 뉴욕 닉스의 눈도장을 찍혀 90년대 닉스의 전성기를 이끌며 당시 마이클 조던이 버티고 있는 시카고 불스와의 클래식 매치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 두 선수뿐만 아니라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수비 스페셜리스´ 브루스 보웬도 프랑스 리그를 거치고 나서야 NBA 팀들의 눈에 띌 수 있었고, LA 레이커스의 핵심 백업 멤버 모리스 에반스도 붙박이 식스맨으로 자리 잡기까지 여러 유럽 리그를 전전해야만 했다. 이처럼 수많은 무명 선수들의 성공 사례와 발돋움에서 볼 수 있듯이, 하승진에게도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실망하지 않고 나아가려는 진보적인 노력만 보여준다면 하승진의 NBA 재입성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절대 늦지 않았다.



조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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