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지영 기자] " 롤드컵 우승했다고 다음시즌도 잘할거라는 보장이 없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
올해 가장 눈부셨던 정글러를 꼽자면 누가 뭐라해도 바로 담원 게이밍의 '캐니언' 김건부가 아닐까? 그레이브즈와 니달리로 소환사의 협곡을 휘저으며 '캐니언'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더 나아가 많은 프로게이머의 꿈이라는 롤드컵 MVP까지 차지했다.
최근 엑스포츠뉴스는 서울 담원 연습실에서 김건부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찬란했던 '2020 롤드컵' 우승부터 격동의 스토브리그, 다가올 차기시즌까지. 김건부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지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드러냈다.
김건부는 '2020 롤드컵'을 들어 올렸던 순간을 회상하며 "이겨서 진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결승전 당시 대다수의 중국 관중에 대해선 "신경 안쓰려고 노력하다보니 경기력이 괜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가 T1 합류했다는 소식에 "올해를 함께 했던 감독 코치님이 갑자기 다른 팀이 되서 약간 어색하기도 하다"면서도 "상대로 만나면 꼭 이기고 싶다는 감정이 든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건부는 다가올 차기시즌에 대해 "목표는 1등을 하면 좋겠지만 처음 마음가짐 잃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캐니언' 김건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나? 근황 좀 알려달라
'2020 롤드컵'이 끝나고 휴가를 길게 받았다. 그동안 못했던 게임들을 해보게 됐는데 제가 평소에는 다른 게임은 잘 안하는데 처음으로 긴 휴가를 받게되서 스팀 게임을 해보게 됐다. 블랙 서바이벌이라는 게임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휴가 끝나고 나서는 팀에 합류해서 스크림에 집중했다. 스크림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스크림하면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 '2020 롤드컵'의 주인공이 됐다. 트로피를 드는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나.
쑤닝과의 결승전 마지막 세트에서 오른의 이니시로 미드 2차 다이브 전투에서 에이스를 기록했었는데 그때 '아 이겼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때 엄청 기뻤다. 하지만 2세트 때 제가 이블린을 잡고 큰 실수를 범했다. 아쉽다고 느꼈지만 트로피를 들었을 때는 '이겨서 진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우리팀이 이겨서 너무 좋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 '2020 롤드컵' 결승에서 중국 관중이 대다수였는데 신경 쓰이지 않았나.
경기 시작 전, 중국 관중에 대해서는 신경 안쓰려고 노력했고, 의식 안 하려고 노력하니 경기력이 괜찮게 나온 것 같다.
> '2020 롤드컵' 때문에 중국에서 한 달 간 있었는데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음. 스크림 당시가 생각이 난다. 우리 팀이 스크림을 끝나면 새벽 4시가 된다. 다들 피곤한 상태였는데, 그 와중에 1, 2시에 퇴근하는 선수들이 몇명 있었다. 특히 장용준 선수가 이른 퇴근을 할 때 '허수 찾으러 갈께'하면서 방으로 갔다. 허수 선수는 내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안보이는 척하면서 계속 퇴근하는게 재밌었다.
> '2020 롤드컵'이 끝나고 그동안 함께 했던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가 T1으로 떠났다. 특히 양대인 감독은 2021시즌 담원을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는데
올해를 함께 했던 감독 코치님이 갑자기 다른 팀이 되서 약간 어색하기도 하다. 그래도 롤드컵 우승까지 하고 갈라졌기 때문에 나쁜 이별은 아닌 것 같다. 비록 이렇게 바로 헤어져서 얼떨떨하지만, 저도 마찬가지로 상대로 만나면 꼭 이기고 싶다는 감정이 든다. 무조건 T1은 꼭 이기고 싶다.
> 격동의 스토브리그다. 새로운 감독 '꼬마' 김정균과의 첫만남은?
김정균 감독은 특히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엄청 배려해준다. 그래도 피드백 과정에서는 진지하게 해줘서 제 입장에서는 엄청 편하고 좋다. 함께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빠르게 편해진 느낌이 든다.
> 김정균 감독하면 '꼬초리'가 유명한데 '꼬초리'를 받은 팀원은 있나.
저는 아직 안받아봤다.(웃음) 꼬초리까지는 아니여도 '베릴' 조건희와 '칸' 김동하가 감독님에게 많은 피드백을 받는 것 같다. 특히 김동하는 김정균 감독과 함께 한 시간이 길어 서로 장난도 많이 치기도 한다.
> 그동안 함께 했던 '너구리' 장하권이 떠났다. 아쉽지는 않았나.
그동안 오랜시간을 함께했기 때문에 아쉬운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서로의 갈길이 있기에 아쉽지만 다시 잘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다시 안볼 사이도 아니지 않는가.(웃음)
> '너구리' 장하권의 빈자리를 베테랑 '칸' 김동하가 채웠다. 김동하와의 호흡은?
처음 김동하가 우리 팀 온다고 했을 때는 원래 잘하는 선수라서 딱히 큰 걱정은 없었다. 동하형과 함께 지내보면서 느낀 건, 저를 엄청 잘 맞춰준다 것이다. 제가 하권이 형과 오래 했는데 호흡을 맞추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제 생각엔 하권이 형과 호흡을 맞췄다라는 게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권이 형과도 맞췄으니 다른 탑 라이너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건 딱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2020 롤 올스타전'이 열린다. 첫 출전인데 떨리지는 않는가?
살짝 부담되기도 하지만 우리가 올해 롤드컵을 우승하고 왔으니 올스타전은 긴장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하고 싶다.
> 이번 올스타전에서 LPL 팀과 맞붙게 되는데
LPL 팀은 무조건 이기고 싶다. LPL 쪽에서 카사 선수가 정글러로 나온다. MSC 때 TES에게 받은 패배를 아직 되갚아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꼭 다시 되돌려주고 싶다.
> '페이커' 이상혁과 올스타전에서 호흡을 맞춘다. 처음 만나는 느낌은?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워낙 롤에서 전설같은 분이라 같이해보면 엄청 재밌을 것 같다. 제가 낯을 많이 가리긴 해서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것 같다.
> 이제 2021년 시즌이 다가온다. 새 시즌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할 예정이다. 롤드컵 우승했다고 다음시즌도 잘할거라는 보장이 없다. 초심을 잃지않고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 현재 팀 호흡은?
호흡은 예전과 비슷하다. 차기 시즌은 패치나 아이템 등을 잘 분석하는 팀이 상위권을 차지할 것 같다.
> 2021년 LCK 스프링 때 맞붙어보고 싶은 팀이 있다면?
양대인 감독과 이재민 코치의 T1과 맞붙어보고 싶고, 하권이 형이 LPL 쪽으로 이적한다고 들었는데 만약 LCK 팀으로 이적했다면 붙어보고 싶다고 말했을 것이다.
> LCK 정글러 중에서 경계되는 선수가 있는가?
딱히 경계되는 선수는 없다. 정글러는 팀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팀에 잘 어울리고 호흡을 잘 맞추는 정글러가 가장 경계된다.
> 담원의 2021년 스프링 목표는?
1위면 좋지만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 2021년 시즌을 향한 각오.
올해 롤드컵을 들어올리면서 LCK 위상을 되찾아왔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폼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우리가 더 잘해졌으면 좋겠다.
> 응원해주는 팬분들에게.
항상 응원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팬분들의 응원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나아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롤드컵까지 함께 한 하권이형, 양대인 감독, 이재민 코치 등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내년에 코로나19가 풀리면 휴가 때 같이 밥 한 번 먹고 싶다.
엑스포츠뉴스 최지영 기자 wldud2246@xportsnews.com / 사진=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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