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엑's 인터뷰①]에서 이어) 배우 한지민이 조제가 영석을 사랑하게 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 분)와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 한지민은 처음 경험하는 사랑의 감정에 설렘과 불안을 느끼는, 자신만의 세계에 사는 여자 조제를 연기했다.
한지민은 작품 속 표현이 명확하지 않았던 '조제가 영석을 사랑하게 된 순간'에 대해서 "본인도 모르게 서서히 잔잔하게 스며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조제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닫혀있는 삶을 사는 친구다. 책을 구하러 외출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였고 낯선 일이었을 거다. 거기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고 영석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주면서 만남이 시작됐다. 어떻게 고마움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조제였기 때문에 '밥 먹고 가'라는 서툰 표현은 조제에게 '고맙다'는 이야기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은 '조제가 자신의 공간 안에 점점 가까이 영석을 들인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거실'에서 음식을 대접하고 그다음에는 '주방'이라는 공간을 보여준다. 그러다 조제가 요리의 즐거움을 느끼는 '옆자리'를 내주고, 자신의 수집물이 있는 '위스키 방', 나중에는 '책으로 가득 둘러싸인 방'까지 초대한다. 조제에게 책은 모든 세상이 담겨 있는 지구본의 느낌인데 그 안에 영석이를 들였다는 것 자체가 조제가 마음을 열었구나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조제의 마음에 영석이가 들어왔고 나중에 영석이가 떠나려고 했을 때 붙잡을 수 있는 용기가 됐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조제'를 연기하면서 성장통을 느꼈다는 비하인드도 전했다. 한지민은 "조제의 감정은 굉장히 딥한데 감정을 분출하고 표출하는 신이 많지 않다 보니까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까' 물음표가 굉장히 많이 따라다녔다. 조제의 소리, 조제의 언어를 얼마만큼의 감정으로 담아내느냐에 따라 결 자체가 굉장히 달라지기에 그 지점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다. 매 신마다 감독님과의 대화가 필요했다"고 떠올렸다.
"매 신을 연기할 때마다 불안했다"는 한지민은 "다행히 감독님이 늘 신마다 확신을 갖고 있었고, '조제'의 공간이 주는 기운들, 소리가 담아주는 쓸쓸함과 차가움, 때로는 따뜻함이 담긴 연출로 저의 불안함을 채워줬다. 내게 믿고 따라갈 수 있는 확신을 주셨다"며 김종관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지민의 말처럼 단풍이 지는 가을, 눈 내리는 겨울, 벚꽃이 핀 봄 등이 담긴 '조제'의 풍경들은 조제와 영석의 사랑과 이별을 더욱 아름답고 애틋하게 만들어줬다.
한지민은 "단풍이 떨어지고, 꽃잎이 떨어지고, 눈이 떨어지는 그 모든 것들을 조제는 '꽃들이 죽는다', '조용하게 아름답게 죽는다'고 표현한다. 너무 아름다웠던 장면이고 영화에 담겼을 때 더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지민은 "'조제'라는 영화를 통해서 또 한 번의 성장통을 느꼈다. '조제'를 끝내고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길게 조제의 여운이 남을까 싶기도 한데 내게는 조제가 또 하나의 모험, 여행과도 같았다. 무엇보다 기존에 했던 캐릭터들과 가장 차별점이 있었던 것 같다. 만들어가는 재미도 있었지만 연기를 하면서 '더 해야하나? 너무 안 했나?' 고민을 했다. 조제의 세계를 다 알고 연기했을까 물음표를 던졌듯 여전히 나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도 여전히 조제에 대한 궁금증과 어려움이 남아 있다"고 이야기했다.
'조제'는 지난 10일 개봉했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