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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두산 최원준 발돋움 "믿어 주셨으니까요"

기사입력 2020.12.12 09:00 / 기사수정 2020.12.12 06:20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원준이가 내 마음속 MVP다. 올 시즌 선발 투수 중 부상이나 부진이 많았는데도 원준이가 있어 버텼다. 아주 잘해 줬다."

김태형 감독이 꼽는 두산 베어스 정규시즌 MVP는 최원준이었다. 애초 선발 투수 구상이 크게 뒤틀렸는데도 최원준이 발돋움해 줬다. 기존 선발 투수 이용찬이 팔꿈치 수술이 필요해 조기 이탈했고 외국인 투수 크리스 플렉센이 두 달 가까이 부상 이탈했다. 김 감독으로서 '10승 투수' 최원준 활약이 그래서 더 고마웠다. 그러나 당사자는 오히려 "죄송했다"고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결과가 이유였다. 그는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선발 등판했으나 모두 조기 교체되는 데 그쳤다. 최원준은 "내가 못했는데도 좋게 말씀해 주셔서 죄송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잘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시즌 내내 감독님께서 믿어 주셨으니 꼭 보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마음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사람들이 '두산에 알칸타라, 플렉센 말고는 약하다'고 하니까 더 잘하고 싶었다. 더구나 작년에 우승하기는 했지만 주축 선수로서 얻은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해 의욕이 더 컸다. 하지만 너무 잘하려다 보니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와 정말 죄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MVP라고 꼽는 이유는 충분했다. 애초 그는 롱릴리프였다. 시즌 도중 선발 전환했다. 그런데도 시즌 42경기(선발 18경기) 123이닝 던져 10승 2패 평균자책점 3.80 기록해 두산이 6위까지 내려갈 만큼 휘청였는데도 정규시즌 3위까지 다시 올라갈 수 있게 버티고 도왔다.

6월 12일 한화와 경기는 최원준이 선발 투수로서 자리잡는 계기였다. 5이닝 7탈삼진 무실점. 그런데 잊지 못하는 이유는 성적만이 아니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평소 경기 앞두고 잘 말씀해 주시지 않는데도 그때는 '원준아 못해도 되니까 편히 해 봐'라고 해 주셨다. 내게 그 말이 큰 힘이 됐다. 정말 부담 없이 던졌고 결과가 잘 나왔다"며 "사실 그 뒤 기복이 있었는데도 꾸준히 믿어 주셨다. 선발 투수가 되고 싶던 내가 120이닝 정도 던질 수 있던 것 또한 처음이고, 감독님께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원준은 김 감독이 꼽는 대체 선발 1순위였다. 그래서 시즌 준비 과정 또한 선발 투수처럼 했다. 빠르게 적응했던 것 역시 이때 영향이 크다고 했다. 그는 "이제 SK 감독이 되셨지만 김원형 전 코치님께서 '원준아 너는 선발 투수처럼 준비해야 해'라고 하셨다. 연습경기만 아니라 스프링캠프에서 실전까지 같은 이닝을 던지더라도 선발 등판해 처음에 던질 수 있게 해 주셨다. 그 차이가 크다. 실제 선발 투수로서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준비부터 결과까지 선발 투수로서 첫 시즌은 성공적이었다. 8일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기량발전상, 9일 스포츠서울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서 올해의 성취상이 방증이다. 그런데도 그는 만족하지 않았고, 내년 준비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최원준은 "지금 이 비활동 기간이 제일 중요하다"며 "지금부터 준비해서 스프링캠프 때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하겠다. 시즌 끝나고 쉬기는 했지만 다음주부터 빨리 운동하러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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