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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분석] 루니-호날두, “소년에서 남자로”

기사입력 2007.04.11 18:12 / 기사수정 2007.04.11 18:12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진] 로마와의 1차전에서 1-2로 패배한 순간, 맨유 유니폼을 입은 두 '청년' 루니와 호날두는 "데자뷰!"라 외치며 몸서리쳤을 듯하다. 바로 2년 전, 같은 이탈리아팀인 AC 밀란과 맞붙은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그들은 쓰디 쓴 패배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맨유는 홈에서 0-1로 패한 뒤 산시로에서 설욕을 다짐하였으나, 크레스포에게 골을 허용하며 원정에서도 0-1로 패배, 8강 진출에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두 청년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시 이탈리아팀을 만났고 역시 1차전을 1점차로 패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2년 전의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루니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군림했던 판 니스텔루이 대신 팀 공격의 중축이 되었고, 호날두는 2006년 월드컵의 '윙크 악몽'을 떨치고 세계 최고의 윙플레이어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100여 년 역사 맨유를 이끌고 로마와의 2차전 7-1 대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루니-호날두, 경험 부족 극복하고 맨유의 주축으로 우뚝

루니는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스미스와 좋은 호흡을 맞추며 이전의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스미스가 로마의 중앙수비수들과 경합하면서 루니가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루니는 전반 19분 맨유의 세 번째 골을 뽑아내며 추격을 꿈꾸던 로마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이 골의 어시스트는 이 날 '어시스트 해트트릭'의 주인공 라이언 긱스였지만, 긱스에게 공을 배급한 것은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앨런 스미스였다. 스미스와 좋은 호흡을 맞춘 루니는 챔피언스리그 17경기 골가뭄을 끝낸 이후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유럽 무대 대활약을 예고했다.

루니는 경기 전 "호날두의 마법"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지만, 그가 2골 1도움의 환상적인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날두는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만은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날두는 이날 로마와의 역사적인 경기에서 캐릭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팀의 네 번째 골과 다섯 번째 골을 넣으며 7-1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호날두는 1차전에서도 로마 수비들을 농락하며 루니가 만회골을 만드는 데 기여하였고, 이날 2차전에서도 로마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놀라운 발재간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가 기록한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은 호날두의 진가를 여실없이 보여주는 골이었다. 전반 44분, 호날두는 긱스가 중앙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찔러준 패스를 받아 로마 수비수 세 명을 제친 뒤 낮고 빠른 슛으로 골을 기록하였다. 결국, 로마는 호날두의 빠르고 화려한 몸놀림을 막지 못하면서 전의를 상실했고, 7-1이라는 놀라운 스코어의 수치스런 주인공이 되었다.

맨유 '정신력'의 승리, 그 주역은 노장 긱스
 
1차전 패배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한 두 선수의 개인기가 아니었다. 이 날 루니와 호날두의 활약 뒤에는 부상 선수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운 스미스, 플레쳐, 오셔 등이 있었다.

하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기록한 긱스를 빼놓고 맨유의 7-1 대승을 논할 수 없다. 긱스는 동료 스콜스가 빠진 공백을 메우려는 듯,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활발한 운동량을 과시했다. 팬들의 원성을 샀던 1차전 부진을 완전히 씻어낸 긱스의 폭 넓은 움직임은 가히 ‘신형엔진’ 박지성을 연상시켰으며, 그의 노련한 패스는 맨유의 공격진에 연결되며 3골(호날두의 드리블에 이은 골까지 감안하면 4골)을 만들어내었다. 팀 득점의 절반에 관여한 셈이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와 호날두의 활약을 두고 "그들은 2년 전에 어린 선수였지만, 오늘 그들은 정말 남자처럼 싸웠다"며 크게 칭찬했다. 하지만, 퍼거슨은 10년 넘게 그의 곁에서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준 긱스를 잊지 않았을 것이다.

2연패의 사슬을 기분 좋게 끊은 맨유는 이제 내일 새벽 벌어질 밀란과 뮌헨의 경기를 여유롭게 관전할 듯하다.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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