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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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제2의 이천수’로 도약하라

기사입력 2007.11.23 18:33 / 기사수정 2007.11.23 18:33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2002년 8월, 기자는 K리그 올스타전 경기를 직접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월드컵 스타들이 모두 출전한 올스타전이 열린 서울 월드컵 경기장은  매진행렬을 이룬 축구팬들의 성원 속에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런데 당시 K리그 신인급이었던 한 선수가 공을 잡자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것도 K리그와 대표팀 경기도 아닌 올스타전에서 특정 선수를 향한 거센 야유가 쏟아진 것. 필자 근처에 있던 어떤 팬은 "너보다는 내가 축구 더 잘하겠다"고 비난을 퍼부었던 걸로 기억한다. 관중의 야유를 짊어졌던 그 선수는 한일 월드컵 이후 "내가 존경하는 국내 선수는 없다"는 자서전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천수(26, 페예노르트)였다.

"데이비드 베컴을 뛰어넘겠다"고 했던 이천수가 스페인에서 실패하고 돌아올 때 사람들은 '역시 이천수'라며 그의 거만함을 비난했다. 그러나 이천수는 그런 어려움을 딛고 K리그 정복에 이어 국가대표팀의 주연급 선수로 발돋움하여 실력으로 자신의 당돌함이 그저 자신감뿐임을 입증시키며 지금은 가장 많은 기대와 환호를 받는 선수로 우뚝 섰다.

이천수 이후 팬들의 비난 대상으로 떠올랐던 선수는 그 이후로도 여럿 있었다.

최근에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답답하면 너희가 뛰어보던지~"라는 글로 네티즌들을 뜨겁게 달구며 구설수에 올랐던 기성용(18, 서울)도 마찬가지. 미니홈피가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점을 떠나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없다는 점이 아쉬운 공인으로서의 잘못된 태도였음은 분명하다.

본의 아니게 기성용은 구설수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 시켰다. 그리고 다행히 지난 21일 바레인전에서의 맹활약으로 자신을 향한 여론을 실력으로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혹 패인이라도 제공했을 경우 많은 팬으로부터 '실력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를 달았을지 몰랐을 일이었다.

비록 0-0무승부의 졸전으로 막을 내렸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의 보이지 않는 맹활약은 박수받을 만했다. 그는 전반 41분 상대 태클에 걸려 발을 절뚝거리면서도 단내가 나도록 풀타임 출전하여 아픔을 참고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의 아버지 기영옥씨가 "불미스러운 일을 만회하려 열심히 뛴 것 같다"고 하듯 그는 자신의 잘못을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만회하려 했고 모든 힘을 다하여 열심히 뛰었다.

기성용은 앞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박주영과 이근호처럼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훤칠한 187cm의 장신 미드필더로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체격과 기막힌 롱패스를 갖추고 있다.

그는 현재 18세의 어린 선수에 불과하나 앞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은 소극적인 모습이 아니다. 바레인전처럼 자기 위치에서 성실히 제 역할을 다하며 공격과 수비에서 종횡무진 뛰는 적극적인 모습을 팬들은 원하고 있다. 그의 바레인전 경기력을 인상깊게 지켜본 팬들이라면 올 시즌 서울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 잡은 기성용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할 것이다.

기성용과 이천수는 서로 포지션이 다르지만 자신의 가벼운 생각 때문에 사람들의 비난을 받은 공통점을 지녔다. 그러나 두 선수는 다행히 경기장 안에서 누구보다 한 발짝 더 뛰려는 경기력으로 비난을 무마하며 '선수는 말보다 실력으로 말한다'는 것을 입증시켰다.

올림픽대표팀의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한 기성용이 '제2의 이천수'로 떠올라 자신의 거침없는 스타일을 앞세워 한국 축구의 주역으로 떠오르기를 기대해본다.

[사진=기성용 (C) 엑스포츠뉴스 오규만 기자]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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