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1.10 07:59 / 기사수정 2010.11.10 07:59
하지만, 대표팀의 목표는 이번 세계선수권이 아니었다.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춘 대표팀은 2라운드부터 움직임이 둔해졌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1라운드에서 보였던 활발한 움직임은 느려졌고 공격 패턴도 다양하게 나오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 '아시아 최강' 중국을 잡은 한국은 터키까지 3-2로 꺾으면서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는 러시아에게 1-3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여자배구대표팀은 경기력이 그 어느 때보다 향상돼있었다.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일본 1진을 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더욱 컸다.
그러나 세대교체에 들어간 일본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젊은 선수들로 주전 멤버가 바뀐 일본은 한층 탄탄해진 조직력으로 세계선수권 4강에 안착했다.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 정상'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대조적인 행보다. 일본은 AVC(아시아배구연맹)컵과 아시안게임에 주전 멤버를 출전시키지 않고 오로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모든 것을 맞춰왔다.
일본의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2라운드에서 중국에 일격을 당했지만 터키와 한국을 잡으면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에바타 유키코(히타치)는 홀로 21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76cm의 단신 공격수인 에바타는 폭발적인 점프력과 무서운 스피드로 코트를 종횡 무진했다. 신장은 작지만 기본기가 탄탄했던 에바타는 한국의 장신 블로킹을 무력화시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전 멤버였던 미들블로커 아라키 에리카(토레이)와 구리하라 메구미(파이오니아)는 모두 벤치에 앉아있었다. 주니어 대표 시절부터 철저하게 시니어 대표에 맞춰서 성장한 주역들은 어느새 일본 배구의 주전 멤버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은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했지만 조직력에 큰 문제가 없었다. 선수 개개인의 수비와 기본기가 탄탄했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나타난 일본 수비수들의 위치 지정과 디그 능력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2단 연결'에서 나타났다. 한국은 상대 팀의 에이스인 기무라 사오리(24, 토레이)에 집중적으로 서브를 때렸다. 이 작전은 나름 주효했고 일본의 리시브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시브가 흔들리면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을 일본은 지니고 있었다. 세터 다케시타 요시에(32, JT마베라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나쁜 볼을 공격수가 때리기 좋게 올려주는 2단 토스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리시브가 안 되면 급급하게 언더 토스로 볼을 올리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안 좋은 볼을 공격 기회로 완성하는 2단 연결은 매우 중요한 기본기다. 이러한 점을 갖춘 일본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한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이와 비교해 한국은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면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한국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일본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기본기의 차이점은 승패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주니어 선수시절부터 시니어 대표선수로 키우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성장한 젊은 선수들은 모두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일본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를 마음껏 구사하고 있었다.
일본 선수들이 갖춘 '그물망 수비'와 '위기관리 능력'은 하루 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모처럼 최상의 멤버들이 모여서 3달 동안 호흡을 맞췄던 한국은 중국과 터키를 꺾고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이길 수 있었던 1세트를 아깝게 놓친 뒤,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일본은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면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한국의 약점을 간파하고 있었다. 리시브가 흔들려도 해결점을 찾아간 일본은 한국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3-0으로 완승했다.
먼 미래를 위한 기본기 훈련이 등한시되면 한국배구의 미래는 암울해 진다. 여자배구 한일전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신력도 아니고 특정 선수의 부진도 아니다. 경기력에서 차이가 나타나는 기본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일본의 벽은 더욱 높아진다.
[사진 = 다케시타 요시에, 김사니, 일본여자배구대표팀, 한송이 (C) FIVB(국제배구연맹) 제공]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