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8 00:33
사회

[CRITIC] 한국 남성 모델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기사입력 2011.02.24 02:51 / 기사수정 2011.02.24 02:51

editor 기자



(BREAK Vol.2)  “오 뷰리풀!” “판타스틱!”여기저기서 터지는 환호. 어둠을 삼킬 마냥 플래시는 쉬지 않고 터진다. 때론 연예인보다 화려한,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 속에 그려본 판타스틱한 직업. 젊은 날, 가장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모델의 세계로! Editor 이유영
 



“멋있어!” “우와 키 진짜 크다.” “밥은 먹고 다닐까?”
표면적으로 우리가 접하게 되는 모델계는 화려함과 신비스러움, 그리고 자신들과는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을 법한 부러움을 갖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많은 선입견이 생겨버렸지만, 이번 기사에는 상상 속으로 그려볼 만한 멋지고 화려한 모델의 세계를 그 이상으로 부각시키지 않고 많은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한국 모델시장에서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남성모델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려 한다.
 
어느 예술집단이 그렇듯 모델세계 또한 한마디로 바닥이‘좁다’ 한번 건너면 서로가 서로를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좁은 바닥이지만 모순적이게도 모델은 차고 넘쳐서 과포화 상태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는지. 간단한 예를 들면 한국엔 아카데미를 겸한 다양한 모델회사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은3개월 기준으로‘기수’를 모집하는데 그 수를 계산해보면1년에 대략 천명에 가까운 신인모델들이 나오게 된다.
 
아카데미 말고도 모델학과 또한 있으니 말을 다한 셈이다. 그렇게 매년 쉬지 않고 모델들이 넘치도록 나오지만 정작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모델은10%가 되지 않는다. 또한 그 중에서도 차승원, 권상우, 강동원, 조인성 등 국내에 대표할 수 있는 모델 출신의 연예인들처럼 성공하는 사례는 복권 맞는 경우와 비슷한 확률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일반인들이 보기엔 화려하고 멋지게 보이는 그들의 생활은 어쩌면 우리의 망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요즘 일 없냐?” “요즘은 뭐 쉬고 있지”한국에서 특히 남성모델은 직업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생활을 유지해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활동을 안 할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혹은 연기를 시작한다든가 일반 패션쇼나 화보보다는 훨씬 개런티가 높은 광고 등을 노리게 된다.
 
물론 순간적인 급여는 다른 일보다 높을 순 있어도 한 달에 몇 번의 일을 할지도 예측할 수 없고 몇 달 동안 한번 혹은 제로의 일을 하는‘겉’만 모델 간판인 사람도 대다수다. 한국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서울컬렉션의 경우도 기껏 해봐야1년에2시즌이 전부이기에….(3월F/W 시즌, 10월S/S 시즌)
 


그렇게 힘든 생활을 해나가기에 모델들의 체형은 점점 호리호리해지고 웬만한 여성들보다 늘씬한 남성모델들이 트렌드가 돼가는 게 아닐까 싶다. 웃자고 한 얘기지만 사실 깡 마른 모델들이 대세가 아니던가? 패션쇼장을 찾아봐도 잡지를 넘겨봐도 남성미가 넘치는 모델보다는 중성적이고 몽환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모델들이 젊은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다.
 
“모델은 매일같이 다이어트 한다면서?” “TV 보니깐 헬스는 필수던데” 대세가 깡마른 모델로 흘러가기에 이 물음에서의 대답은‘No!’ 정말 모델을 하고 싶어서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몇십 키로를 감량해서 활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의 남자 수료생(연습생)은 이미 체형 자체에 뼈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먹을 것 다 먹고 마실 거 다 마시며 흔히 일반사람들이 평소에 생활하는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닌가? 불과 몇 년 전에는 헬스를 하며 멋진 식스 팩과 남자다움을 추구하는 모델들은 하나같이 자기 관리를 위해 체중 조절하며 몸 관리에 여념이 없었지만, 요즘의 트렌드에서는 그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신을 가꾸고 준비하는 남성모델들의 모습이 줄어들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결국에는 한쪽으로 너무 국한 돼버린 시장으로 인해 다양한 모델들의 수요가 생기지 않는 점이 그들의 목을 서서히 조여버리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그에 반해 여성모델들은 일이 많아서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주변인들의 시선이 좋을 순 있지만, 남성모델들은 잠깐의 시즌에만 바쁠 뿐 혹여 그 시기에 일조차 따지 못하는 수많은 신인 혹은 기성모델들은 직업에 있어서 정체성을 잃기 쉽다. 가뜩이나 이런 상황에도 힘들게 버티는 남성모델들에게 더 아쉬운 현실은 이미 굳게 자리 잡혀버린 한국모델시장의 문제점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거와 달리 현실적으론 모델에게 대하는 업계의 대우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톱모델의 경우는 다를 수 있겠지만, 패션쇼로 예를 들면 언제나 모델은 디자이너보다 아래에 있는 위치에 놓인다. (외국은 디자이너와 모델은 동등한 위치다.) 촬영이나 쇼를 설 때 그 자리에 연예인이 껴서 진행되면 모든 포커스와 메인의 기능은 연예인으로 향하게 되며 개런티적인 문제도 굉장히 낮게 책정이 된다.
 
일이 너무 없기에 조건이 안 좋아도 할 모델들은 많기 때문이다.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 라는 말이 있듯이 뭐가 옳고 그르다는 것은 각자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확고히 굳혀진 한국시스템으로 인해 많은 모델들은 대우도 좋고 인정도 해주며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서 더 좋은 환경인 외국으로 진출하려 하는 게 그들의 소리 없는 입장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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