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조은혜 기자] "나 때문에 괜히 머리 복잡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인 거 같아서…."
2000년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제 19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은 연장 13회 끝에 미국을 9-7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과 추신수(텍사스), 이대호(롯데), 정근우(LG) 등이 그 때 주축을 이뤘던 멤버들이고, 청소년 대표였던 이들은 '황금 세대'라 불리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성장했다.
그 후로 정확히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많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떠났으며 남아있는 선수들도 '에이징 커브'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나이가 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 할 수 있는 선수, 은퇴 경기도 고사하고 갑작스럽게 그라운드를 떠나는 만 38세 김태균의 작별 인사는 그런 82년생 황금 세대들의 본격적인 퇴장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김태균이라고 해서 화려한 마지막을 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처음도 중요하지만 마지막도 중요하고, 팀도 좋은 성적에 본인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은 멋있는 상황을 누구나 꿈꾼다"며 "나도 사실은 이승엽 선배나 박용택 선배 같은 좋은 마무리를 꿈꿨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한국 야구에, 한화의 역사에 여러 족적을 남긴 선수인 만큼 그럴 자격도 충분한 선수였다. 하지만 팀은 최하위였고, 부진과 부상으로 아쉬운 시즌을 보낸 자신을 내세울 수 없었다. 김태균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다. 팀 상황에서도 내가 빨리 결정해주는 게 모든 일에 좋을 거라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은퇴 결정이 자칫 나란히 길을 걸어온 친구들의 등을 떠밀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김태균은 "나 때문에 괜히 친구들에게 머리 복잡하고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든 것 같아 미안하게 생각한다. 친구들은 더 오래오래 야구를 잘해 멋있는 마무리를, 내가 하지 못한 멋있는 마무리를 했으면 한다"고 응원하며 "그동안 서로 의지를 많이 했다. 좋은 추억들이 많다. 그 추억들을 안고 떠날 것이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대전,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