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예상을 뒤엎는, 독특한 범죄물이다. 유아인과 유재명의 연기 변신은 반갑고, 홍의정 감독의 연출력은 놀랍다. 하반기 최고의 문제작이 탄생했다.
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는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기자간담회 없이 상영만 진행됐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한국 단편 경쟁 섹션 월드 프리미어에서 선보인 SF단편 '서식지'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홍의정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야기는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근면 성실하고, 전문적으로 시체 수습을 하는 청소부 태인(유아인 분)과 창복(유재명)이 유괴된 11살 아이 초희(문승아)를 갑작스럽게 맡게 되면서 시작된다. 아이를 하루만 맡아주면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일이 꼬여가고, 두 사람은 악의 없이(?) 계획에 없는 유괴범이 된다.
'소리도 없이'의 특별함은 태인과 창복의 캐릭터의 아이러니에서 출발한다. 두 사람은 살인 현장에서 시체를 깔끔하고 완벽하게 처리하는 끔찍한 일을 하지만 이들에겐 이 일이 보통의 사람들이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생존을 위한 일일뿐이다.
개구리가 그려진 노란색 우비를 입은 창복, 아이들이나 쓸법한 귀여운 비닐 헤어캡 쓴 태인의 비주얼은 어딘가 우스꽝스럽다. 묘한 긴장감이 생길 때 창복이 죽은 자들을 위해 머리를 북쪽으로 뉘어서 묻어주고 기도문까지 외워주며 성실히(?) 명복을 비는 모습은 실소를 터지게 만든다. 특히 친절하게 '사망 중에 계시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압권이다.
기존 범죄 장르물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한다면 '소리도 없이'는 경쾌한 음악과 아름다운 풍경,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곳곳에 관객들을 빵터지게 하는 웃음 포인트도 많은데 이 역시 아이러니해서 강렬하게 다가온다.
어떠한 이유인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태인을 표정과 한숨만으로 그려낸 유아인과, 신실하고 근면 성실하게 범죄 조직의 뒷처리 일을 하는 긍정왕 창복을 연기한 유재명의 연기는 한치의 부족함 없이 완벽하다. 특히 삭발과 함께 15kg 체중을 증량한 유아인의 외적인 변화가 인상적이다.
홍의정 감독은 '소리가 없이'에 대해 "인간은 선과 악이 모호한 환경 속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해 변화한다는 생각에서 이야기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기준으로 인생을 살아내고 있던 태인과 창복에게 초희라는 변수가 생기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무척이나 흥미롭다.
극 초반 '남의 것을 탐하면 불구덩이에 떨어진다'는 대사는 마지막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여운에 깊이 남는다. 충무로를 놀라게 할 작품이 등장했다.
한편 '소리도 없이'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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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