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10.22 09:34 / 기사수정 2010.10.22 10:39
스카우트는 자신들이 눈여겨본 투수가 마운드에 등판하면, 여지없이 스피드 건을 꺼내든다. 그리고 구속과 구질을 꼼꼼하게 기록하며, 추후 열릴 신인 드래프트의 참고 자료로 쓴다.
그러나 이들과는 별도로 야구장 기자실 한 편에서 유심히 선수들을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양 감독'이라 불린 사람은 다름 아닌 고려대학교 양승호 감독(50)이었다.
고려대 감독 부임 이후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청룡기, 봉황대기 등 굵직한 전국 고교야구 대회를 모두 관전했던 그였다. 대학 야구 감독들 중 고교야구 현장에서 전국대회 경기를 가장 많이 관전한 이를 뽑으라면, 단연 양승호 감독이었다.
그만큼 그는 틈만 나면 목동/수원구장을 전전했다. 조금이라도 늦기 전에 대학 입학이 유망한 고교 3학년 선수를 잡기 위해서였다.
'LG 감독 대행'으로 더 잘 알려진 양승호 감독
양승호 감독은 한, 두 경기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자신이 원하는 선수가 나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고교야구 현장을 찾는 이였다. 2007년, 모교인 고려대 사령탑에 오른 이후 단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던 전국대회였다.
사실 그는 'LG 트윈스 감독 대행'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1983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 입단한 그는 1986년에 은퇴하기 전까지 통산 타율 0.223, 4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신통치 않은 현역 생활을 뒤로했던 그는 중학 야구부 감독을 거쳐 1992년부터 OB 베어스(현 두산)의 스카우트로 활약했다. 그리고 1995년부터 2003년까지 두산의 수석코치를 역임한 이후 2005년부터 '라이벌'인 LG 트윈스로 이적하여 역시 수석코치를 지냈다.
그러나 당시 이순철 감독이 2006년 6월,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임하자 양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취임했다. 어려운 시기에 사령탑에 취임한 양승호 감독은 최길성을 비롯하여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며,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이듬해 구단 측의 2군 감독 제의를 고사하고 같은 해 12월 모교인 고려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구타 없는 야구부의 실현
모교 사령탑 부임 이후 양 감독은 선수들 앞에서 한 가지를 공언했다. '구타 없는 운동부 육성'이 그러했다. 동문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운동부 특성상 그러한 공약은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이는 선수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게 되는 효과까지 얻게 됐다.
이에 지난해에는 많은 고교 유망주들이 프로행을 마다하고 고려대행을 선택하기도 했다. 2010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은 문상철(배명고 졸업), 한화의 지명을 받은 김경도(덕수고 졸업), 롯데의 지명을 받은 이정윤(경남고 졸업)등이 바로 그러한 선수들이었다.
이 외에도 2009 청룡기 MVP의 주인공인 신일고 좌완 박주환, 서울고 4번 타자 최현철 등도 양승호 감독의 부름을 받고 고려대행을 결정했다. 지난해 고려대는 전국 대학교 야구부 중에서 가장 많은 1학년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신정락(LG)과 임진우(삼성) 등 두 명의 1라운더를 배출하기도 했다.
사실 올해에도 양 감독은 경남고 에이스 심창민을 데려오고자 했다. 그러나 일부 스카우트가 "(심)창민이 저 친구, 1라운드 지명감이예요. 감독님 포기하세요!"라는 한 마디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선수 욕심이 많은 감독이기도 했다.
그러한 양 감독이 이번에는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에 오르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로이스터 감독 퇴임 이후 '독이 든 성배'가 되어 버린 롯데 감독 자리를 수락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롯데의 '양승호 사단'이 '작지만 위대한 첫 발'을 내딛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진=양승호 감독(사진 좌측) ⓒ LG 트윈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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