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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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친구들', 함께해서 별로였고 다신 만나지 맙시다 [전일야화]

기사입력 2020.09.06 07:13 / 기사수정 2020.09.06 07:12

나금주 기자

[엑스포츠뉴스 나금주 기자] '우아한 친구들'이 그들만의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5일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 최종회에서는 친구들이 다시 우정을 되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전회 19금 편성으로 "'부부의 세계' 신드롬을 잇는 웰메이드 현실 부부 드라마"라고 홍보했던 '우아한 친구들'. 그 말은 첫 회부터 무색해졌고, 점차 나아질 거란 기대감으로 버텼던 시청자들은 뒤통수를 거하게 맞았다.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시청자들은 '불쾌감'을 표한다. 내가 본 게 맞나 싶어 찝찝하고, 잘못 본 게 아니라서 불쾌하다. 친구들의 우정, 부부간의 믿음과 사랑, 부모 자식간의 사랑, 20대 청춘의 추억, 살인사건 미스터리 등 모든 걸 담으려 한 것 같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러운 게 없었다. "흔한 중년의 애환을 다룬 이야기"라고 하더니,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재훈(배수빈)은 정해(송윤아), 궁철(유준상) 부부를 갈라놓기 위해 강산(이태환)을 사주한다. 강산은 정해에게 약물을 먹이고 불법촬영을 한 후 협박을 일삼고, 정해와 궁철 부부 사이엔 균열이 생긴다. 이후 강산이 살해당하고, 이 사건 때문에 20년 전 한 교수 살인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가족애? 미스터리? 어디에 몰입하라는 걸까

다섯 가족, 강산의 성범죄, 강산 살인사건, 해숙(한다감)의 시한부 판정, 20년 전 교수 살인사건 등 나오는 이야기들은 많은데, 정작 알맹이 있는 이야기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불친절하게 배치되어 전개는 산만하고, 미스터리에서 가장 중요한 긴장감이 사라진다. 인물들이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거나, 갑자기 화를 내고 화해하는 것쯤은 애교로 봐줄 수준이다.

'우아한 친구들'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들은 갈등을 위한 갈등처럼 느껴진다. 사건에 인물들의 행동이 짜맞춰진 모양새다. 정해가 당한 성범죄가 정해, 궁철 부부의 갈등 요소로 쓰였다는 점부터가 그렇다. 그러니 피해자인 정해의 행동도, 2차 가해를 하는 듯한 궁철의 말도 이해하기 어렵다.

갈등을 봉합하는 장치로 쓰이는 사건들 역시 작위적인 건 마찬가지다. 정해, 궁철의 아들 유빈의 뺑소니 사고, 정재훈의 칼침 사건, 해숙의 시한부 판정 등이 대표적이다. 애초에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선을 이해할 수 없다 보니 몰입도가 떨어지고, 배우들의 열연도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드라마를 멱살 잡고 끌고 가기엔 한계가 있다.


지금이 2020년이 맞나?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

여기에 불쾌감을 더하는 건 시대착오적인 젠더 감수성이다. 궁철이 요리를 도맡아하는 남편이라는 게 궁색해 보일 정도다. 여성의 몸은 끊임없이 부각되고, 카메라는 집요하게 여성의 몸을 훑는다. 첫사랑 해숙의 존재도 철저히 남성의 시선이다. 친구들의 첫사랑인 해숙은 성적인 존재로 회고되고, 20년 후 나타났을 때도 친구들에게 삶의 활력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뿐이랴. 모란(이연두)은 재훈에게 살이 쪘다고 모욕을 당해도, 살을 빼고 돌아온 후 목이 졸려 생명의 위협을 느껴도, 끊임없이 재훈을 갈구한다.

남성 인물들은 계속 자기연민에 빠지지만, 여성 인물들은 자기반성을 한다. 남편 위로는 덤이다. 경자(김혜은)와 형우(김성오)의 접대 사건이 단적인 예다. 경자는 남편 형우를 위해 제작사 박 대표(김광규)와의 술자리에 동석, 계속된 성희롱을 견딘다. 경자가 폭발하는 지점은 박 대표가 형우를 무시했을 때다. 내 인격이 짓밟히는데, 내 남자의 자존심이 더 중요하다니. 이걸 '내조'라고 부르고 싶은 걸까?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더 가관이다. 피해자인 경자가 형우를 위로하고, 술에 취한 형우는 경자 때문에 영화가 엎어졌다며 화를 낸다. 이에 경자는 박 대표를 호텔에서 만나 유혹하는 것처럼 끝이 난다. 한참 후 형우는 경자가 박 대표와 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서를 받아냈단 걸 알게 된다. 형우는 오해했는데도 경자를 안 떠난 이유에 대해 "그만큼 날 사랑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한다. 경자가 형우의 기를 살려주려는 이유가 마지막 회에 나오지만,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건 성폭력 범죄를 다루는 시선이다. 현실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는 것과 드라마에서 이를 표현하는 건 다른 문제다. 어떤 의도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중요한데, '우아한 친구들'은 성폭력 범죄를 한낱 '스캔들'로 치부한다. 여성의 불행을 전시하고, 긴장감 유지 장치로 이용하는 데만 급급하다. 정해는 강산에게 협박당한 후 혼자 해결해보겠다며 강산을 찾아간다. 두 번이나, 사적인 공간으로. 피해자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자극적인 장면만을 담아내려다 보니 생긴 비극이다.

'19금'이면 다 된다? 자극적인 영상만 남았다

"가벼운 19금"을 내세운 제작진은 이를 방패 삼아 온갖 자극적인 연출을 한다. 한번이면 못 본 척 넘어가줄 수도 있는 장면들을 반복적으로 등장시킨다. 과거 한 교수가 해숙을 강간하려는 장면, 강산이 정해를 강간하려는 장면, 불법촬영을 당한 정해, 강산이 살해당하는 장면, 자살을 시도한 구 교수, 에로영화 촬영 장면, 남성이 여성의 목을 조르는 장면, 궁철과 정해의 아들 유빈의 뺑소니 사고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이러한 '우아한 친구들'의 재현은 고발의 단계까지 나아가지도 못한다. 예술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재현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선정적인 영상의 나열일 뿐이다.


흔한 중년? 고루한 '철없는 남자'론

드라마의 주제라고 할 수도 있는 중년 남성의 애환은 어떠한가. 중년 남성의 애환은 직장, 가족의 생계인 반면 여성의 애환은 성범죄, 사회적 명예 실추로 접근하더니 비극의 소재로 이용된다. 고루하다. 극 중 중년 남성으로 등장하는 인물 5명 중 4명이 기혼자인데, 술자리에서 젊은 여성들에게 합석을 제안한다. 만식(김원해)이 죽은 후엔 형우(김성오), 춘복(정석용)은 괴로움을 잊겠다며 재훈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조르고,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이는 철없는 남자들의 장난으로 치부된다. 원할 때만 '철없다'는 방패에 숨는 것 말이다. 경쾌한 배경음악이 깔리며 이들의 행동이 '가벼운' 일, 유머 코드로 소비되며, 일부 중년 남성들의 그릇된 성 인식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재생산한다.

역설적으로 '남자는 철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성을 나타내는 걸까? 기대와는 달리 최종회에서 궁철은 '남자가 철이 든다는 건 늙어간다는 것, 어쩌면 죽어간다는 것인지 모른다'고 말하고, 살인 증거들을 인멸하며 '우리 선택이 틀렸다 할지라도 우린 소중한 걸 지킬 의무가 있다. 그게 남자다. 그게 수컷의 운명'이라고 강조한다.


'우아한 친구들'이 17회에 걸쳐 남기려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친구들은 20년 전처럼 또 증거인멸을 택했고, 그걸 '수컷의 운명'으로 포장했다. 궁철은 자신과 정해 사이를 갈라놓으려 사람까지 쓴 재훈을 용서한다. 이것이 우정이란 걸까? 철없는 남성의 범죄를 철없는 남성들끼리 감싸주며 남성 연대를 공고히 하자고 말하는 걸까? 20년 전 자신들 때문에 첫사랑인 해숙이 용의자로 지목됐을 때 모른 척했던 것처럼?

이러니저러니 해도 드라마가 드라마로서 재미와 감동을 줬다면 이러한 비판들은 '예민한' 목소리로 치부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아한 친구들'은 어느 것 하나 잡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enter@xportsnews.com / 사진 = JTBC 방송화면

나금주 기자 nkj@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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