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담원 게이밍 상승세의 주역 양대인 코치가 '너구리' 장하권을 설득시킨 비결을 전해왔다.
5일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 담원과 DRX의 경기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담원 게이밍은 DRX를 3대0으로 완파하며 서머 스플릿 정상에 올랐다.
1세트부터 담원 게이밍의 밴픽이 빛났다. 그동안 상체 캐리 조합을 꺼내 들었던 담원은 케이틀린을 중심으로 한 바텀 캐리 전략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소위 '칼챔'으로 자신의 피지컬을 자랑해왔던 탑라이너 '너구리' 장하권은 오른을 픽하며 든든하게 탱커 역할을 자처했다. 또한 2·3세트에는 레넥톤으로 니달리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장하권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반발이 있었는데 코칭 스태프의 설득으로 레넥톤을 준비하게 됐다"며 "결승전에서도 오른이 핫 픽이 될 것 같아 연습과정에서 반 정도를 오른을 연습하며 적극적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경기 후 엑스포츠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양대인 코치는 '너구리를 어떻게 설득했냐'는 질문에 "오래된 이야기다"라며 "'우승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할 테니 따라와 준다면 우승을 주겠다'고 설득했다"고 답해왔다.
이 밖에도 양대인 코치는 결승 전 다양한 준비 과정을 비롯해 롤드컵에 진출하는 각오도 밝혀왔다.
다음은 양대인 코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 승리 소감 부탁한다.
긴장 많이 됐고 준비하는 동안 쉬지도 못했다. 다만 우승할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다. 확신에 찰 만한 준비 과정이 있었고 '1경기만 따내면 우승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이뤄내서 기분이 좋다.
> 전체적인 경기 총평을 해보자면
입사하고 나서 알게 됐는데 '쵸비' 선수가 '쇼메이커' 선수에게 상대 전적이 좋더라. 서머 때 2대0으로 승리한 뒤 인터뷰를 통해 '사람이 먹어본 음식은 계속 먹는데 처음 본 음식은 무서워서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음식에 비유했었다. 그런 점을 해소했기 때문에 허수 선수를 비롯해 선수단 모두가 어떤 선수를 만나도 절대 기죽지 않고 절대 긴장하지 않고 자기 기량을 펼칠 수 있게 된 경기라고 생각한다.
> 결승전 준비는 어떻게 했나. 밴픽 과정과 선수단의 실전 감각을 어떻게 유지했는 지 궁금하다.
밴픽의 경우에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 이후 상대가 어떻게 티어 정리를 했는지 선수들과 스크림을 하며 정리했다. 상대방이 어떤 부분에서 취약할지, 우리는 어떤 강점이 있는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하루만에 나온 건 아니고 꾸준히 티어를 정리했다. 선수들의 실전 감각 같은 경우에는 스크림을 어떻게 하더라도 긴장감의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나마 신경 쓰기 위해 난이도를 올렸고 꾸준히 스크림을 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3시간 가까운 퍼즈가 나오기도 했고 오늘 경기 역시 잦은 퍼즈로 경기가 늘어지는 감이 있었다. 준비 단계에서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
오늘 같은 경우에는 코치 룸과 선수들이 경기하는 장소가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말을 해줄 수는 없었다. 그러나 트레이닝 과정에서 '호시우보(호랑이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걸어라)'라는 사자성어를 강조했다. 인생의 가치관으로 삼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입사한 순간부터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혹은 연습 도중 '급발진' 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호랑이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걸어간다면 끝까지 가서 다 이긴다. 난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한다. 한 게임을 하면서도 승리 플랜을 재정비하고 변수를 어떻게 할 것이며 스크림에서 했던 것을 이미지화하면서 이야기하면 너희들도 다 이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너구리' 장하권 선수가 '코치진과의 대화를 통해 레넥톤을 플레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1세트에는 기존의 '칼챔'이 아닌 오른을 픽하기도 했다. 너구리 선수를 어떻게 설득했나.
장하권 선수를 설득한 것은 예전부터다. 선수단 전체가 잘할 때, 특히 게임의 허리인 미드-정글이 뛰어나다면 사이드 라인 선수들의 실력이 깊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깊게 봤을 때 '너구리' 선수에게 '캐리해야한다는 부담감보다 프로라면 승리가 중요하지 않냐'고 설득을 시작했다. 장하권 선수가 레넥톤과 오른을 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고 흐름을 좋게 만들지 못할 것이라면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공격적으로 잘하는 귀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승을 만들려면 상대방이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다양한 툴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레넥톤-니달리 라던지, 제이스를 몰아주는 구도가 나왔을 때는 언제나 몰아준다. 장하권 선수에게 '코치진은 한 시즌을 지내며 다양한 방향에서 캐리할 수 있도록 준비할 테니 따라주면 코치진을 우승을 주겠다. 우리는 그렇게 해야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때부터 장하권 선수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돌렸다. 장하권 선수가 한 번씩 칼챔을 하고 싶어서 힘들어 할 때도 있었는데 잘 다독이면서 지내왔다.
> 1시드로 롤드컵 진출을 하게 됐다. '배틀그라운드' 선수로도 활동했었고 세계 대회에 나가는 것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배틀그라운드 선수를 했을 때도 '은퇴를 하려면 세계 대회는 나가보고 하자. 최고의 선수들과 경험을 쌓고 은퇴하자'는 생각이 있었다. 팀이 우승을 하고 1주일 뒤에 배틀그라운드를 떠났다. 그 당시 대표님이 강하게 권유했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데 저는 충분히 세계대회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많은 경험이 될 것 같아 너무 즐겁다.
> 롤드컵에서 위협적인 팀, 혹은 만나고 싶은 팀이 있나.
모든 팀들이 한 나라의 대표라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롤드컵이 진행될 10.19 패치버전으로 경기를 치러야지 경계되는 팀이 보일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제외한다면 기본적으로 LPL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중국 팀들의 경기를 많이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TES나 징동 게이밍 등이 경계된다.
> 마지막으로 롤드컵에 임하는 각오를 전한다면.
이번에 스프링·서머를 제파 감독님과 함께하며 많은 걸 배우고 도움받았다. 롤드컵은 제가 감히 견적을 보기에는 새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경험 많은 제파 감독님과 밴픽 등을 잘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팀에 합류에서 느낀 것인데 정말 보석 같은 선수들이다. 엄청나다. 인성적인 부분도 좋고 프로페셔널함도 있다. 코치지만 세계 무대는 선수들이 선배이디까 배우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들과 호흡하겠다. 이끌어줄 건 이끌어주고 잘 분석해서 LCK를 다시 1부리그로 돌려놓겠다. 화이팅.
엑스포츠뉴스 이덕행 기자 dh.lee@xportsnews.com / 사진 = LCK 중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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