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오는 6일은 수원이 항상 곁에 있던 날개 하나를 하늘로 떠나보낸지 일 년째 되는 날이다.
그 날개의 이름은 고(故) 신인기씨.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명예기자 제도인 '블루포토'로 활동하며 수원의 모습모습을 사진기에 담아왔던 명예 사진기자다.
고 신인기씨는 팀을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앞 뒤로 둘러메고 10여년 간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 원정까지도 함께하며 수원의 역사를 담아왔다.
2006년, 청천벽력과도 같은 위암 선고를 받아 위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그의 앵글은 여전히 수원을 향해 있었고, 2009년 전이된 암세포가 몸을 갉아먹어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도 사진기를 놓지 않았다.
심하게 흔들린, 하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진
고 신인기씨가 입원했던 성 빈센트 병원에서 열린 그의 사진전에서의 흔들린 에두의 세레모니 사진을 잊지 못한다.
2009년 9월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과 강원FC의 K-리그 경기. 수원이 2-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가운데 종료 직전, 지금은 분데스리가의 샬케04에서 활약 중인 에두가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후 고 신인기씨를 발견하고 그를 향해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고통 속에서도 수원을 담는 것을 '생을 마감하기 전 꼭 하고 싶던 일'이라고 밝혔던 그는 경기장을 찾은 그는 휠체어에 의지해 링거를 맞아가며 마지막으로 떨리는 손으로 셔터를 눌렀다.
이후 게시판을 통해 "제 생의 가장 행복한 날을 빅버드에서 보냈습니다"라는 감상을 남기며 행복해하던 그는 한달 뒤 세상을 떠났다.
헌신적인 팬의 사랑,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라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수원은 많은 부분에서 변화했다.
차범근 감독이 사임하고 윤성효 감독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되었다. 고 신인기씨의 사진에서 볼 수 없었던 얼굴들이 빅버드 그라운드를 누비고, 반대로 그의 사진에서 푸른 유니폼을 입고 있던 선수들이 이제는 수원의 골문을 노리고 있다. 심지어는 K-리그 포토조끼까지도 바뀌었다.
하지만 수원을 향한 고 신인기씨의 변하지 않았던 애정만은 그의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만 수원 구단의 행보에는 다소간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9일 전남과의 홈경기에는 인기 걸그룹 '카라'의 시축과 축하공연만이 예정되어 있을 뿐 팀의 역사를 담아온 헌신적인 팬의 1주기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움이 남는다 .
이는 비단 수원만의 해당사항은 아니다. 아직 K-리그에는 팀의 레전드, 헌신적인 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좋아하는 팀의 90분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사랑이 '짝사랑'이 아님을 확인하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죽음의 문턱에서도 셔터를 눌렀던 고 신인기씨의 수원사랑이 계속 기억되었으면 한다. 천국에서도 빅버드가 잘 보이길 바란다.
[사진 (C) 고 신인기씨 가족 제공]
정재훈 기자 pres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