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9.28 02:32 / 기사수정 2010.09.28 02:38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지난 18일 서울 월드컵 공원 평화의 광장.
열심히 취재하던 중 갑자기 둔탁한 것이 뒤통수를 강타한다. 어리둥절해서 뒤를 돌아보니 머리를 맞고 튕겨나가는 농구공이 보이면서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휠체어에 앉아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들은 '제1회 대한민국 나눔 문화 대축제'에 참가한 휠체어 농구 대학생 봉사 동아리 '휘바'였다. 비록 선수용 휠체어 두 대와 간이 농구대 하나, 그리고 그들이 찍은 사진 몇 장을 전시한 조촐한 부스였지만 그들은 이번 축제 참가 단체 중 유일하게 순수하게 대학생들만으로 구성된 단체다.
지금까지 농구는 서서 하는 스포츠인 줄 알았던 사람들은 신선한 체험에 즐거워한다. 단 한 번도 앉아서 슛을 해보지 않았던 탓인지 공을 골대에 쉽게 넣지 못한다. 그래도 기분만큼은 휠체어 농구 선수 못지않다.
현란한 드리블과 멋진 슈팅은 없지만 그래도 옆에 앉아서 같이 공을 던지는 친구는 이겨야 하는 법이다.
▲ 내 친구는 넣는데 왜 나는…
기자도 한 번 시도해 봤다. 이게 얼마나 어렵기에 체험한 사람 모두가 저 별로 높지도 않은 골대 속에 공을 그리도 넣지 못하는 것일까. 예전에 휠체어 농구 경기를 본 적이 있는지라 왠지 선수들처럼 화려하게 휠체어를 밀면서 온갖 방향 전환에 현란한 드리블, 그리고 소녀팬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낼 듯한 슈팅까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휠체어에 앉았다. 보통 우리가 병원에서 자주 보는 평범한 휠체어와는 달리 충돌로 인한 부상을 최대한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휠체어에 둘렀고 훨씬 이동하기 쉬웠다. 자원봉사자의 설명에 따라 휠체어를 움직이니 바로 경기에 나서도 자신 있을 것 같다.
드디어 공을 받았다.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멋진 드리블에 이은 레이업 슛은 불가능한 상황. '이왕 보여줄 거 멋있게 3점슛을 해봐야지'라고 생각하며 공을 던졌다. 던지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 집 앞 공원에서 하던 슈팅과는 전혀 다른, 상당히 불편한 느낌이 들었고 힘차게 던진 공은 맥없이 골대 근처에도 못 가고 떨어지고 말았다.
다시 던졌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거늘 이거 제대로 망신이다. 그때야 드디어 농구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깨달았다.
'슈팅은 상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체와 함께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야 하나씩 장애우들의 불편이 느껴지고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역시 모든 건 직접 해봐야 한다.
단지 내 운동 신경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곳에서 휠체어 농구를 직접 체험해본 많은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교 수업 후 잠시 축제에 참여하러 왔다는 임호원(연천중) 씨는 "학교에서도 농구를 하지만 휠체어 농구는 더 어려웠다. 집에서 TV로 보던 것과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정상인들도 어려운 휠체어 농구를 장애인이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그런 그들을 항상 따라다니며 불편함이 없도록 돕는 단체가 있으니 바로 '휘바'다. 그들이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은 다양한 사연이 있지만 모두의 공통점은 '휠체어 농구를 봉사를 통해 처음 봤고 푹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축제에서는 휠체어 농구 체험만을 준비했지만, 현장에서 그들은 광범위하게 선수들을 돕고 있다. 경기 진행에서부터 선수 보조 및 대회 홍보까지 수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 휠체어 농구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고양시에서부터 대구까지 그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
그들의 부스 안에는 봉사를 하면서 장애인들과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힘든 경기지만 그들의 표정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고 밝게 웃고 있다. 그들이 휠체어 농구를 통해 더 행복할 수 있는 건 남몰래 땀흘린 휘바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아닐까.
휠체어 농구가 있는 한 그들의 나눔은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휠체어 농구를 체험하는 참가자, 봉사 동아리 휘바 (C) 엑스포츠뉴스 조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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