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3.06 03:45 / 기사수정 2007.03.06 03:45
[엑스포츠뉴스 = 장지영 기자] 대구FC의 신임사령탑 변병주(46) 감독이 서울을 상대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대구는 FC서울과의 대결에서 시작부터 팽팽한 접전을 선보여 만만치 않은 대결을 예상케 했지만, 후반 중반 박윤화(29)의 실책으로 이청용(19)에게 첫 골을 내어주면서 순식간에 무너져 결국 2-0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대구는 전북에 2:0으로 무너진 광주와 함께 단숨에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게 됐다.
경기를 마치고 쓸쓸히 버스에 오르는 대구 선수단과 함께 있는 변병주 감독을 찾았다. 그리고 이 날 경기에 대한 소감을 묻자 변 감독은 똑 부러지는 답변 대신 쓴웃음만 지어 보였다. 그만큼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경기였던 것.
실제로 경기 내용 면에서 서울이나 대구가 서로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지만 결과 면에서는 2-0으로 패한 것은 큰 문제점이었다. 선수들 개개인의 인지도 면에서는 월등히 앞서는 서울이지만 미드필드 라인이 제 구실을 못하고 골 결정력이 부족한 것은 대구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대구로서는 서울과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양팀의 전력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이렇다 할 찬스도 없이 이어진 전반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대승을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힌 세놀 귀네슈(55) 서울 감독의 승리 소감에서도 잘 나타난다. 특히, 상대인 대구가 내세울 만한 간판 공격수가 없는 팀이라는 점과 첫 득점이 대구의 실책에서 기인한 것을 감안한다면 서울은 오늘의 승리가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대구FC의 패인은 3가지
첫째는 앞서 지적한 미드필더의 붕괴 현상이다. 지난 시즌까지 미드필드에서의 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꾸려나가던 대구를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매년 뛰어난 미드필더를 배출하고도 선수를 붙잡는 데는 번번이 실패한 후유증이 신임 사령탑의 취임과 함께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 특히 전방으로 공격의 물꼬를 틔워줄 선수가 없는 탓에 공격진의 부담이 몇 배로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는 부진한 득점력만 부채질하게 됐다.
두 번째로는 노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에게 만연한 경험부족 현상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라는 말처럼 이 날 경기의 향방을 가른 것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양 팀 선수들의 경험이었다. 젖은 그라운드, 경기 중 발생한 반칙과 프리킥, 코너킥 등의 다양한 변수에 대해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을 찾은 서울과는 대조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면 고조될수록 무모한 파울을 범하는가 하면 실책에 의한 실점 이후 지나치게 당황하며 눈에 띄게 흔들리는 플레이를 펼쳐 결국 두 번째 골까지 내어주고 말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원인을 알고도 해소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대체 멤버의 절대적인 부족 현상에 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구 구단은 올해를 흑자 전환 원년으로 잡고 지출을 70억으로 대폭 감소하는 긴축 재정을 선언했다. 덕분에 선수단 살림 역시 30명 내외로 제한하는 한편 용병도 2명만 받아들이겠다고 밝히는 등 소극적인 선수 영입 작업을 펼쳤다. 그리고 그 결과 발생한 후유증이 각 포지션별 대체 멤버의 부족 현상. 특히 미드필드에서는 심각할 정도.
실제로 오른쪽 윙을 맡고 있는 이병근(34)의 경우 상당한 노장임에도 이렇다할 대체 멤버가 없는 상황이다. 전년도까지 활약했던 나희근(28), 김주환(25)의 경우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기 감각부터 되찾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고, 그 외에는 대부분 프로 경기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인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개막 직전 전남으로 떠난 이상일(28)의 왼쪽 윙 자리도 마찬가지. 박윤화 외에는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대체 멤버 그룹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와 함께 이전까지는 고만고만한 기량의 선수들이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여 상호 성장하는 분위기로 팀이 운영됐지만, 올해 들어서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 격차가 심화되면서 비주전 그룹에서 침체 현상이 나타나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변병주도 "아직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흑자경영' 선언한 구단운영진
만약 성적이 이유가 되어 섣부른 경질론이 나온다면 그 대상은 부실한 현실에 내던져진 신임 사령탑이 아니라 흑자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지갑 끈부터 꽁꽁 묶은 구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흑자를 노리는 것은 어떤 면에서 로또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것과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니 서울과 대구의 경기결과를 징크스가 깨졌다고 놀라워할 것도 없고, 또 치욕스러운 패배라 안타까워할 것도 없다. 투자한 만큼 돌아오는 프로축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니 말이다. 그리고 상위권에 올라갔다고 좋아할 것도,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고 속 쓰려 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축구공은 둥글고 그래서 어떤 이변이 돌아올지도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사진 = 이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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