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금주 기자] '본 어게인' 진세연, 장기용, 이수혁의 환생 로맨스가 아쉬움만 남긴 채 끝이 났다.
9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본 어게인' 최종회에서는 천종범(장기용 분)을 만류하는 정사빈(진세연)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정사빈은 김수혁(이수혁)에게 반지를 돌려주고, 천종범을 택했다. 천종범은 정사빈에게 심장을 주려고 했다가 정사빈의 만류로 살아났다. 한 여자를 둘러싼 전생과 현생의 환생 로맨스. 설득력 있게만 그려졌다면 어떤 사랑보다 애틋했을 텐데, 주인공들의 로맨스는 서로에게만 애틋했다.
전생의 사랑과 현생의 사랑은 달랐다. 과거 의자에서 떨어지는 정하은을 받아준 사람이 차형빈이었다면, 현생에서 정사빈을 받아준 건 천종범이었다. 이미 예견된 사랑의 결말이었지만, 이들의 서사는 공감을 얻기엔 부족했다.
전생과 현생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지만, 전생에서 공지철(장기용), 정하은(진세연)이 그 흔한 '썸'이라도 있었다면 로맨스에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었을까. 전생 설정부터 되짚을 수밖에 없다. 정사빈이 현생에서 공지철에 대한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이 두 사람의 로맨스에 영향을 미쳤다면 말이다.
공지철, 정하은, 차형빈(이수혁)은 삼각관계도 아니었다. 공지철은 그저 혼자 정하은에게 구원받고, 혼자 정하은의 곁을 맴돌았을 뿐이었다.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심장을 주겠단 이유로 타인을 살해한다면? 그게 사랑으로 느껴지는가?
심지어 연인이었던 차형빈, 정하은은 서로만을 바라보는 상황이었다. 고의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공지철은 정하은이 보는 앞에서 차형빈을 죽였다. 정사빈이 현생에서 공지철에 대한 오해를 풀고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 아닌 미안함이었다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생에서는 또 어떠한가. 천종범은 정사빈 몰래 휴대폰에 위치추적 앱을 깔고, 우연한 만남으로 위장해 계속 정사빈을 만났다. 극 중 인물들은 이를 두고 "스토킹"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스토킹이 맞기도 하다. 그런데도 연출은 핑크빛이다. 사이코패스 성향 남자의 '사랑'이라고 포장한다.
거기다 천종범은 정사빈을 '사랑'한단 이유로 김수혁의 살인을 교사한다. 정사빈은 이를 직접 듣고도 잠시 냉랭하게 대할 뿐, 자신을 안는 천종범을 안아주며 이해한다. 죽이지 않았으니까. 천종범은 김수혁, 정사빈이 연인이 된 걸 알고도 정사빈의 감정을 무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형수의 심장을 받은 정사빈은 천종범이 살인자가 되어 후회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품는다.
그런데 또 남자친구 김수혁에겐 다르다. 천종범의 마음은 어떻게든 이해하려는 정사빈인데, 김수혁의 마음은 조금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정사빈은 "천종범한테 총을 쏜 당신이 싫은 게 아니다. 범인이 아닌 걸 알아도 천종범이라고 우기고 싶은 당신, 사람한테 총을 쏜 걸 후회하지 않는 당신이 싫은 거다"란 말로 모든 걸 덮으려고 한다.
천종범과 정사빈이 애초에 정해진 운명이라서 그런 걸까. 김수혁에게 뛴 심장은 정하은의 것이고, 천종범을 보며 아파한 심장은 정사빈의 것이니까? 그래서 대학교 강사인 정사빈이 제자인 천종범 집에 아무렇지 않게 다니고, 술에 취해 천종범 집에서 잠이 들고,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했던 걸까. 국과수 '선후배'가 아직 된 것도 아닌데.
전생과 현생을 넘나들며 펼친 환생 로맨스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물론 두 번의 인생에서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는 천종범, 김수혁의 사랑은 애틋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던 정사빈의 사랑도 아프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환생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사랑들은 너무나 맥없이 흘러갔다. 공지철, 천종범이 했던 사랑의 방식이 누군가에겐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도 '사랑'으로 포장하기 급급했고, 이해하기 힘든 설정과 불친절한 감정선은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그렇게 배우들의 케미와 아쉬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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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금주 기자 nk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