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오직 순간의 예술, 뮤지컬. 그 무대 위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배우 린지가 솔직한 입담을 밝혔다.
린지의 청순가련한 인상만 보고는 무대 위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 하며 속에 숨겨진 단단함과 강인함을 마주하는 순간 그의 모습이 선명하게 채색되기 시작했다. 그가 가진 긍정 에너지는 비단 에디터만이 아닌 그의 공연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강한 울림으로 느껴질 듯하다.
엘레강스 파리, 홀리넘버세븐, 커먼유니크 등으로 구성된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에서 그는 햇살을 잔뜩 머금은 봄 처녀 콘셉트부터 걸크러시 넘치는 스트리트 콘셉트, 컨트리 무드의 사랑스러운 핀업걸 콘셉트까지 그만의 생기와 분위기를 더하며 완벽 소화하는 것은 물론 수준급 표정 연기와 애티튜드로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뮤지컬로 제2의 인생을 누구보다 또렷이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뮤지컬은 무엇인가 묻자 “전래동화를 보면 동아줄에 의해 새로운 희망이 찾아오는 것처럼 내게 뮤지컬은 동아줄 같은 존재다. 일이 잘 안 풀려도 항상 뮤지컬만큼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는데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찾게 됐고 혼자서 개척했기 때문에 굉장히 뜻깊고 소중하다”라고 말했다.
‘페스트’, ‘오! 캐롤’, ‘광화문연가’, ‘삼총사’, ‘영웅’ 등 대작 뮤지컬에 다수 참여한 린지. 캐스팅 비결이 있는지 물으니 “정직함에 진실성이 묻어나서 뮤지컬 관계자 측에게도 통한 것 같다. 타인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지금까지 버티지도 못했을 거고 소중함도 잘 몰랐을 거다. 나 역시 많은 오디션에 떨어져 봤고 실패도 겪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배우에게 자신감은 곧 연기로 이어진다. 오디션에 떨어지면 자신감도 잃고 좌절도 겪기 마련인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자 “당연 속상하고 힘들었다. 그만둘까 생각도 많았는데 버티고 노력하니까 기회가 찾아오더라.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라는 주의라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이득을 얻게 되면 그만큼 나도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오디션에 떨어지면 ‘이 작품은 나랑 인연이 아닌가 보다’, ‘나랑 이미지가 안 맞나보다’ 하고 조금 욕심을 내려놓았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하고 있는 ‘드라큘라’ 관련된 에피소드를 물으니 “엄청 아팠던 적이 한 번 있었는데 뮤지컬은 이미 스케줄과 배우가 예정되어 있어 약을 먹고 무대에 섰다. 하지만 몸이 안 따라줘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해 죄송했고, 처음 보는 분들에게는 ‘저게 이 사람의 실력이구나’ 하고 단정되어 버리니까 속상하더라. 그때부터 ‘몸을 더 많이 관리해야겠다’ 하고 반성하게 됐다”라며 이어 “뮤지컬은 공연 내내 마이크가 얼굴에 붙어있고 다신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해야겠다고 느꼈고 또 그런 동료 배우들이 대단해 보였다”라고 덧붙였다.
상대 배우이자 가수 선배인 김준수와의 호흡에 대해 “준수 선배님은 ‘드라큘라’ 작품을 연속 3년째 하고 계실 만큼 ‘드라큘라 장인’으로 불리시는 분이다. ‘미나’역이 트리플 캐스트로 다른 선배님들은 전부터 하고 계셨지만 나는 이번 공연이 처음이었다. 새롭게 맞춰보는 호흡이었는데도 선배님께서 편안하게 적극적으로 리드해주셨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근 ‘코로나19’로 뮤지컬계에 영향이 있나 물으니 “한동안 코로나로 공연이 중지됐고 밖에 나가지 못해 집에서 파를 수경재배하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공연을 재개하게 됐는데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약 1,300석이 넘는 자리를 거의 다 채워준 관객들에게 정말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기 마련. 역사 뮤지컬 ‘영웅’에서 ‘설희’역을 연기한 그에게 어떤 감정으로 임했나 묻자 “‘설희’역은 가상 인물이지만 여자 안중근 같은 역할로 하면서도 정말 뜻깊었다. 덕분에 역사 공부도 다시 하게 됐고 우리나라의 역사다 보니 애국심까지 깊어져서 배우라는 직업에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전향한 지 7년 차인 그에게 탐나는 상이 있는가 물으니 “어릴 때는 욕심이 많았는데 그런 거에 기대다 보면 반대로 실망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마음을 비우고 차근차근히 하다 보면 언젠가 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이어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 “‘지킬 앤 하이드’에서 ‘루시’의 넘버 중에 ‘A new life’와 ‘Someone like you’가 있다. 내가 입시 준비를 할 당시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많이 불렀던 넘버인데 나 또한 이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에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며 꿈을 키웠다. 그래서 꼭 한번 ‘루시’역을 맡아 무대에서 실컷 불러보고 싶다”라며 웃어 보였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다니며 3년 연속 수석을 놓치지 않은 그에게 비결을 물으니 “활동이 없었던 시절에 수입이 아예 없었던 적이 있었는데 졸업은 아직 한참 남아있고 등록금은 비싸다 보니 부모님께 용돈은 못 드릴지언정 새는 돈은 최대한 막아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학비 절감을 위해 이동 중에도, 메이크업을 받을 때도 틈틈이 공부했는데 하다 보니 또 재밌더라. 다행히 노력하는 만큼 좋은 결과가 따라와 줬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연기 연습은 어떻게 하나 묻자 “대본에 충실하려 하는데 대사에 녹아있는 감정과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캐릭터가 있으면 관련 자료를 찾아본다”고 전했다.
그의 동기는 강하늘, 박신혜, 고아라가 있다. 이들과의 만남에 대해 물으니 “하늘이는 내가 데뷔하기 전부터 많이 걱정해주고 조언해줬는데 요즘 너무 잘 돼서 보기 좋다. 신혜도 오랜만에 보면 반갑게 맞아주고 아라도 가끔씩 연락 온다. 다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만나면서 재밌게 지낸다”고 밝혔다.
화보 촬영에서도 드러났던 그의 길쭉하고 날씬한 몸매.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로 몸을 혹사시킨 적도 많다는 그에게 몸매 관리법에 대해 묻자 “사람들 앞에서 빛나고 예뻐 보이기 위해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덜 자고 덜 먹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한다. 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아서 중요한 일이 있으면 밥을 건너뛰기도 하고 필라테스를 7년째 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롤모델이 있는가 묻자 “공연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인정받고 계신 조승우 선배님 팬이다. 활동 영역이 넓은데도 전부 소화하는 모습이 멋져서 너무 닮고 싶다”라고 언급했다.
무대 공연이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서 대중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그에게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묻자 “나에 대한 색안경 없이 노래만 할 수 있는 MBC ‘복면가왕’이나 KBS2 ‘불후의 명곡’이 재밌을 것 같아 한번 출연해보고 싶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팬들을 향한 메시지를 부탁하자 “예전과 지금의 나는 다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면도 성숙해지고 생각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보이는 노래나 연기에 대해 넓은 마음으로 함께 공감해줬으면 좋겠고 발전된 모습을 꾸준히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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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