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윤성현 감독이 영화 '사냥의 시간'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 현재를 사는 젊은이들의 생존에 대한 은유를 담은 작품이다.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등이 출연하는 '사냥의 시간'은 '파수꾼'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지난 2월 한국 영화 최초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상반기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27일 오전 엑스포츠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윤성현 감독은 "의도치 않게 9년 만에 두 번째 작품을 보여드리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더 빨리 찾아뵙고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었는데 공교롭게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부분이 슬프긴 했지만 그래도 9년 만에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요즘은 좋은 이야기든 나쁜 이야기든 관객들의 반응을 찾아보면서 행복해하고 있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윤성현 감독이 '사냥의 시간'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윤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영화를 기획했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 한국 사회를 '지옥'에 빗대어 표현하는 정서가 있었는데 저는 '지옥'이 젊은이들의 박탈감에서 시작하는 용어라고 봤다. 단순하게 그런 감정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존에 대한 절박함을 장르적인 형태로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큐멘터리나 '파수꾼' 같은 드라마 장르로 진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큰 형태의 장르 영화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면 어떨까 싶었다"며 "개인적으로 영화는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감독의 주제의식을 그대로 봐주시길 원하지 않는다. 서스펜스 영화 장르 자체로 봐주셔도 좋고 감독이 하는 이야기를 찾지 않아도 괜찮다.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냥의 시간'에는 '파수꾼'을 함께한 이제훈, 박정민을 비롯해 안재홍, 최우식, 박해수까지 핫한 충무로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력을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윤성현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쓰고 보여줬던 사람이 이제훈 배우였다. 이제훈, 박정민 배우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보니 이번에도 같이 해보고 싶었다. 안재홍 배우는 캐스팅을 마음먹었을 시기가 드라마 '응답하라1988'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이제훈 배우가 '족구왕'을 추천해 줘서 봤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다. 장호라는 인물과 딱 맞아떨어진다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우식 배우는 2011년 영화제에서 단편 영화에 나온 걸 봤는데 무척 인상 깊었다. '포텐셜이 있는 친구구나' 싶어 계속 지켜봐왔고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박해수 배우는 어떤 영화에서 단역으로 나온 걸 봤고 흥미로운 배우라고 생각해서 대학로 연극을 찾아봤다. 꼭 같이 하고 싶어서 캐스팅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냥의 시간'은 순 제작비만 90억 원에 마케팅 비용 약 20억 원을 더해 총 100억 원이 들어간 대작이다. 저예산 독립영화인 '파수꾼'과 비교해 부담이 되지는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윤성현 감독은 "많은 예산이 들어갔지만 개인적으로는 '파수꾼'보다 만드는 과정이 10배는 더 힘들었다"며 "단편 영화 때부터 제가 주로 써오는 이야기는 사람이 주가 되는 드라마 장르였다. 그러다 보니 반대급부로 시청각 요소에 기대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사냥의 시간'은 제가 해오던 영화다 보니 예산을 떠나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감독으로서 다양한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늘어나 배움이 컸고, 어려웠지만 돌아보면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장르 영화다 보니 90억 원의 예산 또한 부족하게 느껴졌다는 고충도 토로했다. 윤성현 감독은 "현실 배경이 아니다 보니 톤앤매너을 잡거나 미술적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한국에서 이런 종류의 영화가 많지 많아 노하우가 없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하듯 촬영 방법론을 만들어갔다. 디스토피아적인 공간은 전부 세트로 대체할 수 없어 신도시 내에 특이한 구조의 공간을 찾아 미술적인 세팅을 했다. 뒷부분에 등장하는 항만 앞거리나 한과 장호의 총격신은 실제로 영업하는 곳이 배경이 됐다. 그리고 사람 키 높이 이상은 CG로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윤성현 감독은 "그런 부분에서 90억 원 예산은 굉장히 크지만 이런 형태의 영화를 찍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파수꾼' 때는 예산이 적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고비가 생기면) 스태프들과 순간순간 아이디어로 극복해나갔다"고 털어놨다.
한편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 개봉이 연기됐고, 지난달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소송이 불거지는 등 많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90여개 국의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윤성현 감독은 "공개가 되기까지 어려움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공개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특히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통해)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연출자로서 개봉이 미뤄지는 것에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물론 원래 일정대로 개봉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개봉이 밀리지 않았나. 조급하거나 불만을 갖기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냥의 시간'은 지난 23일 오후 4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됐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넷플릭스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