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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으로 살펴본 이운재의 대표 선수 생활 16년

기사입력 2010.08.11 10:43 / 기사수정 2010.08.11 10:43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16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사이 그는 A매치에 무려 131회를 출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월드컵 출전 횟수 역시 4회였으며, 그 가운데 한 번은 월드컵 4강을 이끈 대단한 선방으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언제나 골문만 지키고 서 있어도 든든함과 안정감이 느껴졌던 그가 이제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일을 앞두고 있다. 이제 20년 가까이 어깨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축구 선수 인생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축구대표팀에서 영원하게 골문을 지킬 것만 같았던 '수문장' 이운재(수원 삼성)가 마침내 국가대표 은퇴를 맞이한다. 이운재는 11일 저녁, 자신의 영원한 홈구장 수원 빅버드에서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전을 뛴 뒤 은퇴식을 치러 16년간의 대표 선수 생활을 정리한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은퇴 경기를 치르는 것은 지난 2002년 황선홍과 홍명보 이후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운재가 한국 축구 대표팀에 남긴 족적은 실로 엄청났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한국 축구의 영광과 좌절의 순간마다 그가 항상 있었을 만큼 대표팀 내에서 이운재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어려운 고비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운재는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매년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것이 오랫동안 대표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로도 꼽힌다.

16년간 대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운재가 겪었던 다양한 사건들을 희로애락으로 나눠 정리해 봤다.

희(喜)
이운재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단연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이끈 장면이었다. 당시 김병지를 제치고 조별 예선 1차전 폴란드전부터 선발 출장을 했던 이운재는 위기 때마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선방 능력으로 팀의 사기를 끌어올리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조별 예선과 16강전까지 단 2점만 내주는 완벽한 선방 능력을 보여준 이운재는 8강 스페인전에서 고군분투하며 4천만 전 국민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전후반 120분동안 혈투 속에서 이운재는 몸을 아끼지 않는 선방을 잇달아 펼치며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이어 벌어진 승부차기에서 이운재는 특유의 선방으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스페인의 4번 키커 호아킨의 슈팅을 정확하게 읽어 막아낸 이운재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고, 결국 마지막 키커 홍명보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자 그제서야 비로소 함박 웃음을 지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 대회에서 이운재는 야신상 후보로도 오를 만큼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았다.

로(怒)
1994년 월드컵에 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2006년 월드컵에도 잇달아 출전해 대표팀 최고 수문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던 이운재는 2007년 아시안컵에서도 8강전과 3-4위전 승부차기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 때 이운재는 팬들을 실망시키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휘말리며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가뜩이나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서 대회 도중 몇몇 동료 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이 드러나 이른바 '음주 파문'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이운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죄했고 눈물을 터트리면서 영웅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축구협회는 '음주 파문' 당사자인 이운재에게 대표팀 자격을 1년간 정지시켰고, 사실상 대표 경력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돼 이운재는 2008년 소속팀 수원의 우승을 이끌었고, 그 해 리그 MVP를 거머쥐며 다시 화려한 비상을 할 수 있었다.

애(哀)
그러나 시련은 또 찾아온다. 개인으로는 사상 네번째 월드컵 본선 출전을 앞두고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운재의 월드컵 본선 출전은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2008년 10월, 대표팀에 복귀한 뒤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대표팀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해 탄탄한 입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시즌 K-리그 개막 후 이운재는 월드컵 전까지 9경기 18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력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예전부터 지속됐던 '과체중 논란'까지 더해지며 이운재의 대표팀 주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운재는 남아공월드컵에서 주전 확보에 실패하며 다소 씁쓸한 마지막 월드컵을 보내야만 했다.

이운재로서는 월드컵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운재는 월드컵 본선에서 주전으로 뛴 정성룡(성남 일화)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팬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락(樂)
그래도 이운재는 16년의 대표 선수 생활을 즐기다시피 했다. 비록 히딩크 감독 시절, 프랑스와 체코에 0-5 참패의 굴욕도 맛보고 아시안컵에서도 잇달아 불운하게 고개를 떨궈야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경기에서는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한국 축구의 든든한 수문장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냈다.

때로는 수비수들을 독려하며서 뒤에서 소리를 질러도 스스로 책임감있는 플레이를 펼치면서 좋은 활약을 펼쳤고,중요한 고비마다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 사기를 높이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가 활약했던 덕분에 한국 축구가 7회 연속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고, 월드컵 원정 첫 승의 주역으로도 떠오를 수 있었다. 성인 남자대표팀의 쾌거가 있을 때마다 이운재의 얼굴이 잡혔을 만큼 한국 축구 대표팀과 이운재의 관계는 그야말로 떼려야뗄 수 없는 관계나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그가 아쉽게 대표 선수 생활을 마친다. 비록 대표팀 골키퍼 유니폼을 입고 투혼의 플레이를 펼치는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됐지만 이제 그는 소속팀 수원으로 들어가 혼신의 힘을 다 하며 마지막 불꽃을 더욱 활활 태우려 할 것이다. 그야말로 명예롭게 은퇴를 선언하는 이운재의 마지막 활약 장면에 팬들은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칠 준비를 할 것이다.

[사진= 이운재 (C) 엑스포츠뉴스 DB]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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