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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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를 넘은 죄와 벌, ‘KB사태’

기사입력 2007.02.11 22:24 / 기사수정 2007.02.11 22:24

이학민 기자

국민은행의 승격 파문으로 인해 내셔널리그와 K리그가 울상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며 K리그 승격 기회를 얻은 고양 국민은행이 ‘금융 기관이 은행업이 아닌 업무를 영위하고자 하는 경우엔 금융감독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은행법을 ‘무기’로 승격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챔피언 결정전 전까지도 K리그 진출에 대한 승격의지를 피력했던 국민은행이 갑자기 다른 얼굴을 들고 나오자 이에 내셔널리그 측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더욱 강력한 징계 안을 제시했다.

믿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고양 국민은행과 이에 대해 가히 폭력적이라 할 만큼의 ‘벌’을 준 내셔널리그. 과연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축구 팬과 선수를 위한 행위일까.

정도를 넘은 '죄와 벌'

국민은행은 승격 거부 파문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적어도 그 질타가 그들을 ‘피해자’로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을 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우승과 ‘승격’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위해 뛴 국민은행 소속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한 서포터를 비롯한 많은 축구 팬들만 큰 상처를 입었을 뿐이었다.

적어도 챔피언결정전 전까지만 국민은행이 그들의 의도를 밝혔다면 현재와 같은 거대한 후폭풍이 불어 닥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K리그는 2007시즌을 기점으로 승강제를 전격 도입, 선진 프로 리그로의 발전을 꽤했지만 그 원년을 미루어야 했고 제2의, 제3의 국민은행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가질 수 없게 되어 혼란이 가중되었다.

결국, 은행법을 방패로 삼아 ‘배 째라는 식’의 안일한 국민은행의 태도는 축구인들의 눈 밖으로 날 수밖에 없는 ‘큰 죄’로 보였다.

더욱이 2006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강력한 승격 의지를 피력했던 그들이 챔피언 결정전 직후 판이한 ‘진짜 속내’를 들어내며 국민은행 소속 선수들에게. 그리고 축구 팬과 K리그, 내셔널리그에 모두 큰 충격을 던져주고 말았다.

이에 따라 내셔널리그는 국민은행에 대한 강력한 징계 안을 내렸다. 그것의 내용은 국민은행장의 사과와 10억 원의 벌금. 그리고 승점 20점(전기 10점 후기 10점) 감점과 승격제 참가 각서 제출이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의 이번 징계안은 행장의 사과를 제외하고 그리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당연히 벌을 받아 마땅한 국민은행이지만, 다른 내셔널리그 팀들에게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K리그에 진출하면 40억이라는 ‘입회비’를 내야 하는데 자금 운용이 프로팀과 다른 내셔널리그팀들에겐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기 때문. 그렇다고 10억 원의 벌금을 내고 다음에는 승격을 거부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쪽을 택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내셔널리그의 팀은 벌금과 입회비의 압박 속에서 호성적의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잘해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조건 없는 승격을 ‘명령’하는 리그의 태도는 내셔널리그에 소속된 팀들의 불만을 높일 뿐이다.

어쩌면 국민은행만을 죽이면 끝나는 게 아니라 연쇄적으로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도 볼 수 있을것이다. 더군다나 협회가 승격 거부의 자유를 차단하는 각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승강제 자체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왜’ 가지 않으려 하는 지를 판단하고 거기에 맞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시점에서 거의 폭력에 가까운 이러한 징계는 내셔널리그 자체를 죽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경쟁력이 관건

내셔널리그팀들이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인 K리그로 승격하는 것이 굳이 반가울 리만은 없다. 그것은 우리 프로 스포츠의 환경 자체가 직면한 문제다.

K리그에 승격하는 팀들이 지자체에서 팀 운영비의 50%에 달하는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 스포츠 산업 진흥법의 통과만 기다리고 있을 수만도 없다. 목을 매고 있어도 지난 몇 년간 큰 변화를 가져다주지도 못한 부분에 의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근본적으로 K리그의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몇몇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팀들 외엔 관중도 수입도 부족한 것이 K리그다. K리그가 실력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경제적 가치로서는 내셔널리그팀들의 구미가 당길 만한 무대가 아닌 것이 사실이다.

프로는 돈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인데 과도한 입회비나 적은 수입이 되풀이되는 K리그의 현실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K리그 자체가 이렇듯 확신을 주지 못할 만큼 탄탄한 기반을 이루고 있지 않다면 승강제 자체가 아직은 이른 일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셔널리그 또한 과제가 있다. 승격이 있다면 강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강등 팀이 또 승격을 한 뒤에 K리그에서 뛰기 위해서는 내셔널리그 자체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거품을 빼고 현실을 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생각해 보면 내셔널리그가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K리그도 발전할 수 있다.

내실을 다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무너지고 만다. K리그는 경제적 기반과 가치를. 내셔널리그는 프로적인 마인드와 K리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축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

서로에게 잘못이 있다. 알력 싸움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축구’다. 경기는 계속되어야만 하고, 그리고 K리그와 내셔널리그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리그가 팀에게 강요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다. 무조건 ‘말을 잘 들어라’ 하는 식은 곤란하다. 물론 태도를 바꾼 국민은행이 가장 큰 잘못을 했다고 보지만, 그들이 과연 ‘왜 수많은 비난을 받으면서 까지 승격을 거부했는가’에 대해서 더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그들 모두 ‘한국 축구’를 위해서 뛰는 사람들 아닌가. 물론 프로라는 것은 경제적 원칙에 의거해서 가장 경제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결국은 리그의 발전이 팀의 성장을 도모하는 매개체인 것만은 확실하다.

안정된 리그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협력’의 자세로서 사태를 돌아봐야 한다. 진정한 ‘공존’의 의미를 위해. 그리고 축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



이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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