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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호' 승선 백지훈·윤빛가람… 대표팀 전술 변화의 바람

기사입력 2010.08.05 13:06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오는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 나설 '조광래호 1기' 명단이 발표됐다.

조광래 신임 대표팀 감독은 5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11일 오후 8시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 나설 25명의 대표 선수를 발표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두 선수는 바로 백지훈과 윤빛가람이다. 이들의 발탁 자체가 대표팀 축구에 불어올 변화의 바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표팀에서는 체력과 스피드, 기술이 뛰어난 선수보다는 많이 뛰는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기에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의 미드필더가 살아남기 어려웠다. 미드필더로서 최고의 테크닉과 패싱력을 자랑하던 윤정환, 고종수, 김두현, 이관우 등이 정작 대표팀에서는 많은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의 축구 철학은 강한 압박, 빠른 공·수 전환, 멀티 포지션 소화 등으로 압축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정교한 패스 플레이의 강조다.

조광래 감독은 이미 지난달 2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존 틀을 깨지 않으면서 패스가 좋은 2∼3명의 선수를 추가로 선발할 것"이라며 백지훈과 윤빛가람의 대표팀 선발 가능성을 암시한 바 있었다. 그리고 두 선수는 나란히 나이지리아전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전진 패스 능력, 탁월한 개인기 등을 자랑하는 백지훈과 윤빛가람은 '조광래 축구'를 위한 중원 사령관의 역할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선수들이다. 이들의 등장으로 대표팀은 기존의 압박과 체력을 강조하던 축구 대신 세밀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 중원을 장악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한때 한국축구가 자랑하던 최고의 유망주였지만, 지난 몇 년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백지훈은 2005년 청소년월드컵 당시 박주영과 함께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프로 입문 후에도 백지훈은 2005년 8월 동아시아대회를 시작으로 A매치 14경기에 나섰고 2006 독일 월드컵 대표팀에도 선발됐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2006년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백지훈은 당시 차범근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와 엇박자를 내며 슬럼프에 빠졌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에서 윤정환이 차범근 감독의 전술에 녹아나지 못한 것과 흡사했다.

윤빛가람 역시 유소년 시절부터 한국 축구의 최고 유망주로 손꼽혔지만, U-17 청소년대표 시절 "K-리그보다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본다"는 인터뷰 내용이 K-리그 비하로 와전돼 어린 나이에 팬들의 거센 비난에 심한 마음 고생을 겪었다.

이듬해에는 블랙번 입단 테스트를 받았지만 결실은 맺지 못했고 대학으로 진학한 뒤에는 부상에 시달리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백지훈과 윤빛가람은 올 시즌을 계기로 자신들의 재능을 다시 한번 꽃피우고 있다.

'왕년의 유망주'로 잊혀질 뻔 했던 윤빛가람은 조광래 감독을 만나면서 K-리그 데뷔 첫해에 일약 경남FC의 주전선수로 활약하며 올 시즌 18경기에서 4골 4도움을 올리며 경남의 전반기 돌풍의 주역으로서 활약했다.

감각적인 패스 플레이와 지능적인 경기 운영,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개인 기술이 돋보이는 윤빛가람에 대해서 조광래 감독은 "내가 경남에서 직접 가르친 선수지만, 앞으로 대표팀에서 빠른 템포의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좋은 선수 못지 않게 자기 동료의 위치를 잘 알고 패싱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필요하다."라며 윤빛가람의 대표팀 선발 이유를 밝혔다.

윤빛가람의 선발 배경은 백지훈의 대표팀 승선 이유와도 거리가 멀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슬럼프에 빠져있던 백지훈은 '스페인식 기술 축구'를 추구하는 윤성효 신임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잡은 이후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했다. 백지훈은 중원에서 창의적인 패스 공급과 날카로운 2선 공간 침투를 보여주며 이관우의 뒤를 잇는 플레이메이커이자 수원의 핵심 선수로 성장해가고 있다. 윤빛가람에게는 없는 '경험'이란 자산도 있다. 이런 백지훈의 능력을 조광래 감독으로서는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윤빛가람이 K-리그 선수 중 롤모델로 꼽는 선수가 백지훈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두 선수는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갖고 있기에 대표팀 내에서도 좋은 선의의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백지훈과 윤빛가람은 나이지리아전 대표팀 승선을 통해 '조광래 축구'의 중심선수로서의 가능성을 평가받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동안 '플레이메이커의 무덤'으로 여겨지던 대표팀에 이들이 어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기대된다.

[사진=백지훈(위), 윤빛가람 (C) 엑스포츠뉴스DB]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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