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봄을 닮은 남자 서강준에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 있다. 야심한 밤에 홀로 산을 타고, 구조대원들도 모르는 산길을 잘 꿰고 있는 산짐승이다. 다정한 미소 속에 담긴 그 쓸쓸한 별명은 그가 가진 사연에도 마음을 쏟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이하 ‘날찾아’) 임은섭(서강준 분)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누구보다 따뜻하게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인물이다. 하지만 밤이 찾아오고 혼자가 되면 그에게도 어김없이 외로움이 드리웠다. 그런 그가 향하는 곳은 안온한 굿나잇 책방도, 가족의 따뜻한 생기로 넘치는 본가도 아닌,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스산한 기운이 넘실대는 뒷산이었다. 하도 많이 오른 탓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산짐승이라 불릴 정도다.
매서운 산바람을 뚫고 도착한 곳에는 어둠 속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오두막 한 채가 있었다. 텅 비었지만,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이 빛이 새어나오고 있어 시청자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곳에 걸터앉아 사색에 잠겨있는 은섭에게서 고독함과 쓸쓸함이 풍겨져 나왔다는 점은 더욱 의아했다. 마냥 평탄한 인생길만 걸어왔을 것만 같던 그도 사실은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장면이었기 때문. 더욱이 야밤에 산에 오른 은섭에게 “앞으론 절대 혼자 산에 올라가지마. 뒷산에도 가지마. 그 집도 더는 가지마”라는 엄마(남기애)의 애절한 신신당부로 인해 그곳에 어떤 사연이 있다는 걸 예측할 수 있었다.
오두막집에 홀로 앉아있던 은섭의 공허함을 보니 해원(박민영)에게 건넨 위로가 떠오른다. 이모 명여(문정희)와의 관계에서 애를 먹자 “평생 고민을 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힘들면 힘들다, 아프면 아프다, 그런 말 언제까지고 마음속에 두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마음속에 자기만의 오두막을 짓고 평생 그곳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이라 조언한 것. 그 말 속에 담긴 은섭의 짙은 고독은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걸 짐작케 한다.
은섭은 누가 봐도 참 따뜻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왠지 모를 벽이 느껴졌다. 그건 마치 마음 속 깊은 곳에 오두막을 지어두고 그 공간까지 사람을 들이지 않기 위해 일정한 선을 그어 놓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십년동안 그 오두막 안에서만 해원을 바라봐왔고, 부모님한테 거리낌 없는 동생 임휘(김환희)와는 달리 부모님을 대하고 있는 모습에서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잠 못 이루는 밤마다 오두막집 안에서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고 있는 은섭의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날찾아’는 매주 월, 화 오후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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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