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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토리] 허일 "롯데 주전 될 기회? 내가 못하면 소용 없어"

기사입력 2020.03.09 18:17 / 기사수정 2020.03.09 18:38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롯데 자이언츠 허일은 올겨울이 몹시 만족스럽다. 

허일은 시즌이 끝나고 호주 질롱 코리아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왔다" 말한다. 지난해 대타로서 몇 안 되는 기회를 잘 살렸고, 주전 자리를 욕심낼 법했다. 그런데도 "그것보다 내가 올바른 길로 잘 가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래야 기회가 와도 놓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다.

어느덧 프로 10년차 선수가 됐다. 허일은 "내가 1군보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많지 않습니까" 말하지만, 지난해 1군 71경기 나와 타율 0.255, 1홈런 17타점을 쳐 어느 해보다 1군 무대에서 본인 이름을 가장 또렷이 새겼다.

지난해 4월 20일 KT 위즈와 경기에서 연장 10회 말 끝내기 안타까지 치면서 잊을 수 없는 추억까지 생겼다. 3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중 대타 타율이 0.424로 가장 높았다. 한 단계 발전했으니 보장돼 있는 자리가 탐날 만해도, 허일은 "주전이 될 기회가 온들 내가 못하면 아무 소용 없다"며 "그보다 내가 계획하고 있는 걸 착실히 준비해야 기회가 와도 살릴 확률이 크지 않겠나. 주전이라는 게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봤다.

롯데는 올 시즌 기존 주전 외야수 전준우가 1루수 겸업을 나섰고, 고승민, 강로한이 외야까지 영역을 넓혔다. 또,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최민재까지 영입해 외야 경쟁을 가세시켰다. 거기다 기존 내야수 김동한까지 외야 훈련을 겸하고 있다.

그런데도 허일에게 경쟁은 애써 신경 쓴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껏 프로 생활하면서 '저 팀은 2군 선수가 주전은 커녕 1군 콜업조차 되기 어렵겠구나' 하는 팀도 여럿 봤지만, 희한하게 그 틈을 비집고 살아 남는 선수가 꼭 탄생하더라."

허일은 "2년 전 (민)병헌이 형이 오면서 국가대표 외야 3인방이 갖춰지지 않았나. 그때 외야수 전향 2년차였는데, 사실 '막막하다' 생각도 해 봤다"며 "그런데 그건 중요하지 않더라. 설령 자리가 났다 쳐 봐도 내가 못하면 소용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가짐이 바뀌더라. 외부 요인보다 내게 집중하게 됐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볼 수 있게 됐다고. 허일은 "이렇게 해서는 절대 1군 선수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질롱 코리아가 스스로 보완해 오는 데 최적의 무대라고 봤다. "얻어 온 게 참 많다. 지난해 경기를 치르면서 다듬고 싶은 게 적지 않았는데, 시즌 때는 여러 압박과 부담감이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걸 100% 할 수 없다. 그러나 질롱은 부담 없이 해 보고 싶은 걸 모두 실현하고 올 수 있는 곳이다."

그는 바꿔 온 것이 "올바른 길"인지 시즌이 돼 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이 그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허일은 "(질롱에) 가기 전 서튼 감독님과 마무리 캠프에서 대화를 굉장히 많이 나눴다. 내 단점, 또 변화할 방향이 주제였다. 다녀 오고 나니 마치 숙제 검사 받는 것처럼 보여드리고 싶더라"라고 말했다.

서튼 감독은 허일에게 "(타격 면에서 바꿔 온 것이) 정말 좋다. 방향 역시 잘 설정했고,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줬다. 허일은 "늘 타격할 때면 이것저것 여쭤 보는데, 감독님은 '여기서 더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생각대로 해 나가라'고 해 주셔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허일은 또 "올 시즌 목표는 수치적인 게 아니다. '내가 몇 경기 나가서 얼마나 치겠다' 이런 것은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만, 내가 하고 있는 게 올바른 길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김해, 김현세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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