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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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 파스코 '바꿀까, 말까'

기사입력 2007.01.23 20:25 / 기사수정 2007.01.23 20:25

이동현 기자
[엑스포츠뉴스 =이동현]과연 퍼비스 파스코를 시즌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창원 LG의 외국인 센터 파스코의 거취에 프로농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 신선우 감독은 2라운드 도중 파스코의 교체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며 "(교체가 확정된다면) 그 시기는 연말에서 올스타 브레이크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각 팀은 25일까지 경기를 치른 후 한중 올스타전 휴식기를 갖도록 되어 있어 신 감독이 말한 '교체 시한'은 이제 눈앞에 다가온 상태다.

그러나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파스코를 바꿔야 할 이유도 분명하지만 바꾸지 말아야 할 타당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득점 능력 부족…민렌드 체력 부담 가중돼

파스코의 가장 큰 약점은 공격 루트가 단조롭다는 데 있다.

21일까지 파스코가 넣은 125개의 2점 슛 중 절반이 넘는 68개가 덩크슛 득점이다. 대부분 골밑에서 득점하고 있으며 미들슛 능력은 부족한 편이다. 1-1 공격으로 득점하는 것도 많지 않다.

파스코의 약점은 찰스 민렌드의 체력 부담으로 고스란히 연결되고 있다.

경기당 35분 이상 뛰는 민렌드는 체력이 떨어지는 4쿼터에 외곽슛 성공률이 떨어진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울산 모비스와 부산 KTF는 2, 3쿼터에 외국인 선수를 바꿔가며 쓸 수 있지만 LG는 민렌드가 대부분 시간을 채워야 하는 형편이다.

40%를 겨우 넘는 자유투 성공률(42%)도 큰 문제다.

민렌드가 2쿼터 초반 3파울에 걸리며 벤치로 물러난 21일 전주 KCC전에서 허재 감독은 파스코의 매치업 상대로 마르코 킬링스워스가 아닌 정훈, 서영권 등 국내 선수들을 내세우는 변칙을 시도했다. 파스코에게 볼이 투입될 경우 파울로 차단해 자유투를 주겠다는 노림수였다.

21일 현재 LG는 한 번의 공격 시도당 평균 0.92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파스코의 자유투 성공률이 46%에 미치지 못한다면 상대팀으로서는 파스코에게 자유투 두 개를 주는 편이 이득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시즌 초반부터 지적 받았던 '낮은 자유투 성공률'이 파스코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를 일이다.

리바운드 능력 발군…교체 반대 여론 높아

파스코의 퇴출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많다.

가장 큰 이유는 마땅한 대체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LG는 3라운드 중반 유도훈 코치를 미국에 보내 후보 선수들을 물색했지만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다.

4강 직행을 노리는 LG로서는 5라운드 초반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그러나 새 외국인 선수가 영입될 경우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의 성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발군의 리바운드 능력도 포기하기 아까운 점이다. 파스코는 경기당 9.2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이 부문 6위에 올라 있다.

선두 올루미데 오예데지(12.53개)와 3개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출장 시간이 적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비슷한 리바운드 능력을 뽐내고 있는 셈이다. 조상현, 박지현, 이현민 등 외곽 공격수가 많은 LG로서는 리바운드를 책임져 주는 파스코를 놓치기 아까울 것이다.

파스코에 대한 팬들의 강한 애착도 무시하기 힘들다. 성실한 플레이와 폭발적인 덩크슛에 매료된 창원 팬들은 LG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파스코 교체 반대'를 외치고 있다.

뛰어난 득점력만 믿고 개인 플레이를 하는 몇몇 외국인 선수보다는 수비와 리바운드 등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제 몫을 하는 파스코가 훨씬 더 가치 있는 선수라는 것이 대다수 LG 팬들의 주장이다.

코트 내 폭력으로 출장 정지를 당한 후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사죄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덩크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30달러를 적립해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나서는 따뜻한 마음씨에 팬들은 크게 감동하고 있다.

또한, 코트 밖에서도 팬들의 사인 요청에 언제나 흔쾌히 응하는 등 '프로다운' 매너를 선보여 '훈남(훈훈한 남성을 지칭하는 인터넷 용어)'이라는 듣기 좋은 애칭도 얻었다.

2월 3일까지 결정 내려야

파스코의 교체 여부는 수일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다. KBL 대회요강은 기타 사유(기량 미달)로 인한 외국인 선수 교체는 4라운드 종료일까지만 가능하다고 정해 놓고 있다. 이번 시즌 4라운드 종료일은 2월 3일이므로 이제 남은 시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파스코를 교체하지 않고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며칠 사이에 대안을 찾아 교체를 단행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단 10년 만에 첫 우승을 노리는 LG가 모험수를 던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선우 감독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누구도 파스코의 운명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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