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의 상승세가 무섭다.
LG는 21일 전주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2006~2007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4라운드 경기에서 전주 KCC를 86-64로 완파하며 이번 시즌 전주 원정 경기 첫 승리를 거뒀다.
최근 3연승을 기록한 LG는 울산 모비스, 부산 KTF에 이어 세번째로 20승(15패) 고지를 밟았다.
시즌 초반 LG 신선우 감독은 "우리 팀(LG)에는 새로 영입된 선수가 많아 4라운드 후반을 넘어가야 조직력이 갖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그 계산은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20일 원주 동부전과 이날 KCC전에서 LG가 연승을 거둔 것은 톱니바퀴처럼 원활하게 돌아간 볼 흐름 덕분이었다. 이날 LG는 단 한 명도 20점대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네 명의 선수가 두 자리 수 득점을 기록하며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했다.
이현민-파스코의 고공 덩크 묘기 등으로 초반부터 KCC의 기를 죽인 LG는 1쿼터를 24-10으로 크게 리드하며 일찌감치 낙승을 예고했다. KCC는 1쿼터 필드골 성공률이 21%에 그친 데다 타이론 그랜트가 1쿼터 후반 3파울에 걸리는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KCC 허재 감독은 전날(20일) 안양 KT&G전에서 부상을 당한 이상민을 2쿼터 중반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LG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상민은 불과 1분 47초만에 다시 벤치로 물러났고, 해결사 역할이 기대됐던 추승균은 조상현의 수비에 꽁꽁 묶였다.
전반을 24-43으로 뒤진 KCC는 3쿼터 초반 잠시 흐름을 탔지만 LG는 이현민과 박지현 등 가드진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세하며 위기를 넘겼다. 3쿼터까지 69-41로 28점을 앞선 LG는 4쿼터에 최승태, 임효성, 김승민 등 식스맨들을 적극 활용하는 여유를 보이며 대승을 자축했다.
만원 관중 응원전 돋보여경기는 LG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진행됐지만 체육관을 빈자리 없이 메운 양 팀 팬들의 응원전은 경기 끝까지 뜨겁게 이어졌다. 전주 실내 체육관의 좌석은 4800석이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이날은 4900명이 넘는 대관중이 몰려들어 입석표가 판매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체육관 거의 전체를 차지한 KCC 팬들은 20점 이상 크게 뒤진 상황에서도 KCC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뜨거운 함성을 내뿜었다. 경기 전 LG의 한 관계자는 "전주 팬들이 함성을 지르면 심판의 휘슬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라며 부러움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 열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한편, 창원 지역 LG팬 100여명이 LG 벤치쪽 골대 뒷편에서 단체 원정 응원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LG 서포터스 회원들로 구성된 이들은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단합된 모습으로 LG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KBS 2TV '비바 점프볼'에서는 한목소리로 열띤 응원을 펼친 이들을 동행 취재하기도 했다.
프로농구의 인기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만원 관중이 펼친 화끈한 응원전은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