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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와' 신구·손숙 "죽음·가족 얘기, 불편하다고 외면할 순 없잖아요"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20.02.04 15:49 / 기사수정 2020.02.04 15:4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뻔할 것 같지만 뻔하지 않은, 사람 냄새나는 연극이다. 가족이란, 또 삶이란 무엇인지 관객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단순한 무대 세트를 채워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정겹고 소소하고 따뜻하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간암 말기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다. 2013년 초연해 2014년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갔다. 제6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작으로 2016년 차범석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추모 공연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초연부터 함께 한 신구, 손숙, 서은경, 최명경,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조달환이 출연한다.

국립극단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뿐만 아니라 '3월의 눈', '장수상회' 등에 함께한 신구와 손숙은 눈빛만 봐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신구가 “난 뭐 특별한 의미는 없고 같이 공연하면 즐겁고 반갑고 좋다”라고 말하자 손숙은 “그거밖에 안 돼?”라며 웃는다.

손숙: 신구 선생님은 국립극단에 같이 있었는데 그만두시면서 오랫동안 못 봤어요. 이 작품으로 10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여전히 연극을 대하는 태도가 존경스러워요. 내가 정말 제일 좋아하는 상대 배우예요. 연극 연습에 들어가면 일절 다른 일을 안 해요. 아직 지킨다는 게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극 중 아버지는 암으로 돌아가시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신구 선생님이 체중도 감량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 노력과 함께 호흡이라든가 서로 간의 신뢰 등이 쌓이는 게 중요하죠. 저분하고 무대에 서면 편하고 불안하지 않아요. 그게 굉장히 중요해요.

신구: 손숙 선생도 마찬가지예요. 연극을 대하는 자세가 누구 못지않죠.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 아들에게 “나 좀 살려주라”라며 흐느낀다. 언제나 강한 존재인 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늙고 나약해진 아버지를 보고 있노라면 먹먹한 아련함이 묻어난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그 누구의 입장에서 봐도 공감할 만하다.

신구: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생욕은 기본이어서 본능적으로 살고 싶어 해요. 마지막에 애절하게 아들을 붙잡으면서 살려줄 방법이 없냐고 해요.

손숙: 처음부터 끝까지 누워있어서 힘들 거예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아요. 손을 움직이거나 하는 식으로 간성혼수의 상태를 계속 표현하세요. 아들이 둘인데 큰아들은 좋은 곳에 취직해 미국에 있어요. 둘째는 공부는 안 했지만 임종까지 모셔요. 둘째 아들이 큰아들과 전화하는 걸 듣는 장면이 있어요. 아버지가 아프다는데 다음 달에 온다는 것에 섭섭함을 느껴요. 그런데 지난 공연에서는 이런 감정을 놓친 것 같더라고요. 다시 연습하면서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더 절절하게 느끼고 있어요.

두 사람에게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봐야만 하는 이유를 물었다. 신구는 “안 보면 지 손해지”라고 너스레를 떨어 주위를 웃겼다. 손숙은 “명답이지. 신구 선생님의 명연기를 언제 보겠냐. 정말이다. 농담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손숙: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웃음) 가족의 얘기잖아요. 불편하다고 외면할 수 없잖아요. 누구나 죽는데 자식으로서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볼 수 있어요. 감동, 카타르시스, 희망이 들어있지 않나 싶어요.

지난 시즌에 이어 두 사람은 진정성을 담은 연기로 작품의 감동을 배가할 듯하다. 신구는 삶의 고뇌와 아픔을 남들에 표현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 겉은 괴팍하지만 속은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는 아버지를 소화한다.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보는 아내 홍매를 연기한 손숙 역시 남편과 티격태격하지만 누구보다 그런 남편을 이해하고 슬퍼하는 홍매와 하나 돼 눈시울을 붉힌다.

손숙: 부모님과 같이 봐도 좋고 아이들과 같이 와도 좋아요. 다 내 얘기일 수 있거든요. 자식은 자식 입장에서, 부모는 부모 입장에서 보는 거죠. 관객이 좋아한다면 이 작품을 한 열 번은 하려고 해요. 새 작품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익어가고 완성되는 게 있으니 좋은 작품은 오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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