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 ‘빅 피쉬’는 한 편의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기분 좋은 미소를 유발하는 작품이다. 자신의 공연 필모그래피에서 ‘빅 피쉬’가 베스트 작품이 됐다는 배우 박호산은 시종 “이 작품이 너무 좋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빅 피쉬'는 가족을 위해 위대해질 수밖에 없었던 허풍쟁이 아버지 에드워드의 과거와 현재, 상상을 오가는 이야기다. 다니엘 월러스의 원작 소설(1998)을 비롯해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도 잘 알려졌다. 뮤지컬로는 2013년 브로드웨이, 2017년 웨스트엔드에서 선보였다.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해 새로운 버전으로 한국 초연 중이다.
에드워드 블룸 역할을 맡은 박호산은 “나와 닮았고 아버지와도 닮았다”라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언급했다.
“원래 가족 이야기 같은 따뜻한 내용을 좋아해요. 어릴 때도 ‘눈의 여왕’ 같은 안데르센 동화를 좋아했고요. 찬란한 슬픔이 있는, 슬프지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좋아해요. ‘빅 피쉬’는 영화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재작년 겨울에 제안을 받고 ‘이걸 뮤지컬로 만든다고?’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머릿속에서는 에드워드가 영화에서처럼 (젊은 시절과 나이 든 시절이) 분리된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라 같이 간다더라고요. 오랜만에 멀티맨 해보겠네 했죠. 팀 버튼스러운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원작이 있다더라고요. 원작 속 따뜻한 부자지간의 정을 떠올릴 수 있는, 연말에 어울리는 재밌는 가족극이 될 거로 자신했어요.”
주인공 에드워드는 10대부터 70대까지 오간다. 10대 때는 마녀에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청년 에드워드로서는 아내 산드라에게 한눈에 반해 적극적으로 직진하는 순수함을, 아빠 에드워드로서는 아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달한다.
“중간인 20, 30대는 그냥 지금처럼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신경 쓴 건 10대와 60, 70대의 노년 연기죠. 노년의 모습은 아버지에게서 많이 가지고 왔어요. 딱 에드워드 블룸과 비슷하시거든요. 아버지가 공연을 보신 후 아무 말 안하고 씩 웃으시더라고요. 눈이 빨개지셨어요. 정말 잘 보셨구나 했어요. 에드워드의 노년을 연기할 때 우리 아버지의 말투를 차용했는데 평소와 달리 아무 말 없어 잘 보셨구나 했죠. 아이의 모습일 때는 한 번 나오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마녀를 만날 때 신경이 쓰여요. 주책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 노선을 잘 가려고 해요.”
에드워드 볼룸은 아들 윌의 축구 경기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해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평범한 아빠다. 하지만 그가 지나온 길은 놀랍도록 남다르다. 비록 능청스러운 허풍이 가미됐지만 모험가부터 로맨티시스트, 마을 최고의 슈퍼스타, 나라를 구한 전쟁 영웅까지 누구보다 위대한 남자다.
“다행히 외부로 보이는 모습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아요. 윌의 머릿속에 기초해 초점을 맞춰요. 에드워드가 사실이 어디까지냐에 대한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저는 관계에 주목해요. 이 작품은 아들 윌의 시점이거든요.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은 윌이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모습으로 보여요. 항상 발랄하고 재치 있고 말 잘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느낌이에요. 처음 찡했던 장면은 지금도 계속 찡해요. 친구들이 강에 서 있는 장면이 똑같이 찡하죠. 앙상블의 힘으로 많이 가요. 앙상블들이 극중에서 정말 마을 사람들이 되고 동창들이 돼요. 앙상블의 평균 연령이 35살인데 발레, 현대무용, 연기 다 특기가 하나씩 있어요. 공연 바닥에서 경력과 실력이 괜찮은 친구들이에요.”
마녀, 늑대 인간, 거인 이야기 뒤에 숨은 진실이 드러난다.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려 했던 윌은 비로소 에드워드를 이해한다. 이때 예상하지 못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 작품은 현실 그대로가 아닌 즐거움을 주는 요소를 더해 인생을 재밌게 살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거짓이 진실이 되는 순간, 믿으면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각인시키며 여운을 남긴다.
박호산은 “눈물이 안 난 적이 없는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동선이나 디테일에 신경을 써야 해 땀을 많이 흘려요. 공연 후 맥주를 마시고 싶어요. (웃음) 연습할 때도 제가 제일 많이 움직여요. 하루에 런을 두 번을 못 가요. 한번 하고 나면 지치는데 운동하고 나면 기분이 좋은 것처럼 마지막에 감정적으로 후련하게 터뜨리죠. 아주 기쁘고 감동의 눈물이 나요. 복 받은 배역이죠. 평생 만나온 내 친구들이 한 곳에 모이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안 난 적이 없어요. 연습실에서도 배우들이 같이 울어줘요. 강가에서 아버지가 물고기가 되는 모습을 봐준다는 건 정말 멋진 상상이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CJ ENM, 라이트하우스,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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