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12:34
스포츠

FC 헤이데이, '클럽축구 여왕의 귀환을 꿈꾼다'

기사입력 2010.07.15 00:27 / 기사수정 2010.07.27 10:11

백종모 기자

클럽축구 발언대 [20편] - FC 헤이데이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여자 선수들이 잇달아 멋진 골을 터트리자, 주변에서 구경하던 남자 선수들이 "와~"하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지난 4일 오후 1시경 구일역 부근의 한 대학교 인조 잔디구장에서는, FC 헤이데이 팀 선수들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2개 팀으로 나누어 가진 자체 연습 경기에서는 강력한 중거리 슛부터, 날카로운 헤딩슛까지 수준이 높은 골이 계속 터졌다.

연습이 끝난 뒤, FC 헤이데이의 김태은 주장, 이지성 운영자, 송미정 총무와 함께 인터뷰를 가졌다.

연습 모습만 봐도 우승권 팀답다는 말에, 김태은 주장은 웃으며 "오늘은 에이스들이 다 빠져서 2군"이라고 답했다.

"왕의 귀환을 꿈꾸며 강진으로"

FC 헤이데이는 창단한지 7년째를 맞는 아마추어 여자 클럽 팀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운영되고 있는 FC 헤이데이는 온라인에서 만나던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직접 모임을 가지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태은 주장이 FC 헤이데이에서 운동을 시작한 것은 6년 전, 그 때만 해도 '여자가 무슨 축구야' 그런 이미지가 많았다. 하지만 온라인에 있던 기존 회원 뿐 아니라, 직접 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여자 회원들이 계속해서 모이면서 그런 편견을 깨고 있다. 지금도 카페를 통해 새로운 친구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FC 헤이데이는 2007, 2008년에 열린 여자아마추어클럽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한 번씩 경험했다.

그런데 2008년을 마지막으로 대회는 폐지됐다. 그리고, 지난 대한민국클럽축구대제전(이하 클럽축구대제전)에도 사정상 참가하지 못했다. 올해 어렵게 참가를 결정한 만큼, 대회에 대한 의지도 남다르다.

FC 헤이데이에는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지도자가 없지만, 그만큼 회원들이 더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몸으로 뛰어가며 축구를 배우고 있다.

김태은 주장을 중심으로 운동을 진행하는 가운데, 몇몇 회원들이 서로 상의해서 전술적인 부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번 클럽축구대제전을 대비해, 상대팀에 대한 사전 정보를 구하는 한편, 다양한 전술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이 직접 축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떤 계기로 축구를 시작했을까.

"보통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오고, 우연히 운동하는 걸 보고 찾아왔다는 경우도 있고요. 사연을 갖고 나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가령, 남자 친구가 축구를 했는데, '왜 나는 안 만나고 만날 축구만 하러 가느냐'며 헤어지고 나서, '대체 축구가 뭐길래 그러는지 궁금해서' 나오게 된 친구도 있고, 건강상의 이유로 나와서 하는 친구도 있어요."

이렇게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축구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고 한다. 축구라는 관심사로 모인 친구들이 모여, 어느새 거대한 인맥을 형성했다. 그만큼 축구를 통해 생기는 단합심이 크다는 반증이다.

"솔직히 요즘에 점점 바빠지면서 친한 친구들과도 연락 못하고 지내기도 하는데, 헤이데이 멤버들끼리는 매주 운동 뒤에 모이고, 또 주중에 한 번씩 연락해서 모이는 경우도 있어요. 올해는 월드컵도 있어서, 관심사가 다들 축구다 보니 같이 축구 보자는 핑계로 자주 모였죠. 그러면서, 인맥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아요. 축구로 만들어진 인맥을 통해 웬만한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정도에요."

이들이 쉬는 시간 가진 대화에서도 축구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오늘은 드로그바와 테베즈의 외모 비교 얘기가 한참 벌어졌다. 이런 마니아들이, 또래 여자 친구들과 대화가 잘 되는지 궁금했다.

이지성 운영자는 "주위 친구들이 처음엔 '왜 만날 축구하러 나가냐'그랬는데, 이제 이해를 해줘요"라고 답했다. "사실 일요일에는 축구한다는 걸 알고, 다른 약속을 안 잡아 줘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송미정 총무는 "같이 구경 와서 응원해주는 친구도 있어요. 솔직히 부모님이 제일 반대를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다치고 오지 않는 이상 건강이 나빠지진 않으니까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시죠. 물론 몰래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라고 답했다.

물론 처음부터 축구 마니아는 아니었다. 이들에게도 초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직접 부딪히며 축구를 하면서, 공부도 하고 축구 경기도 많이 보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이고 그 만큼 즐길 수 있다'는 게 이지성 운영자의 생각이다.

"드로잉이며 오프사이드나 아무것도 몰랐던 초짜들이었지만, 실제로 축구를 하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단체 운동이다 보니까 서로 서로 의지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실제로 남자들과 축구에 대한 얘기도 잘 통할까? 김태은 주장은 아마, 친구들이 먼저 축구 얘기를 꺼낼 거라며, 모일 때면 늘 축구 얘기로 대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지성 운영자는, "알아들으면 좋아하긴 해요. 보통 해외 선수라던가, 그런 경우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잖아요. 그런데 맞장구 쳐주거나 '그때는 그랬는데' 하면서 얘기를 해주면, 얘기가 이어지니까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송미정 총무는 "남자 친구가 조기 축구를 가더라도 서로 다 이해하죠."라며 웃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여자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는 어떠냐는 질문에, 송미정 총무가 재치 있게 답했다.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요? 그 사람이 재미있게만 얘기하면 상관없을 것 같아요. (웃음) 군대얘기도 상관없는데 재미없게 얘기하면 안돼요."

FC 헤이데이 팀은, 2007, 2008년에 열렸던 '아마추어여자축구클럽대회'에 출전했던 멤버가 아직까지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첫해에는 준우승을 했고요, 두 번째 2회 대회 때 우승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다음부터 대회가 없어졌죠."

우승의 추억보다는 대회가 없어진 뒤의 이야기가 더 길었다.

"사실은 친구들이 매번 운동만 하고 친선 게임만 하다보면, 지치는 면이 많아요. 대회가 존재해야 저희에게도 활력소가 되고,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운동에 매진할 수 있는데, 서울권의 대회가 없어지면서 많이 힘들었어요. 팀에 위기도 오고."

▲FC 헤이데이의 김태은 주장

클럽축구대제전의 개최 소식이 전해졌지만, 2009년에는 여건상 참가를 하지 못했다.

"작년에 좀 무리해서라도 가려했지만 여건이 안됐어요. 경제적인 면이나 선수 참여 면에서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우리 힘이 되는 한 전국대회를 한 번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연습한 것을 펼쳐 볼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더 열심히 하는 계기도 되고, 우리 팀이 하나 되는 자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이를 악물고 준비를 했죠."

김태은 주장은 클럽축구대제전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다.

"저희가 아마추어클럽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도 사실 저희가 우승후보는 아니었어요. 특출하게 튀는 선수 없이, 어떻게 보면 팀플레이 하나로 저희가 우승까지 가게 됐어요. 그런 만큼 저희는 그 때의 시합 내용면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농담 섞어 얘기하자면, 이번에도 저희를 아는 팀들은 살짝 걱정하고 있을 거예요. (다 같이 웃음) 저희 나름대로 왕의 귀환이라 꿈꾸면서 강진에 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회 참가를 통한 '팀의 화합'이 진짜 목표라는 말도 덧붙였다.

"서울권 내의 팀들과는 친선 게임 경험도 있어서 자신 있어요. 목표는 우승을 잡고 가지만, 혹여나 우승을 못하더라도 우리가 대회를 통해서 하나가 될 것이고, 또 우리의 기량도 한번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돌아와서도 다시 한 번 힘내서, 적극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한, 경계하는 팀에 대한 질문에 클럽 팀이나 대학팀보다는 생활체육 팀이 오히려 어렵다고 답했다.

"의외로 생활체육 팀들이 몸싸움이 좋아요. 또, 매주 3번씩 모여서 하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개인기나 조직력이 크더라고요. 게다가, 선수 생활을 했던 분이 한 두 분씩 계시기 때문에."

특히 작년 우승팀인 여축사모의 경우,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전국 연합팀이인 만큼 강팀일 수밖에 없다며, 경계하기도 했다.

하지만, FC 헤이데이도 물러서지 않고 서로의 단합력을 통해 맞설 각오다. 서로를 격려해주고 이끌어주는 분위기는 FC 헤이데이의 가장 큰 강점이다.

"어떻게 보면 감독이나 코치가 있는 팀에서는 실수에 대한 질책이 있을 수 있는데, 저희는 서로를 의지하고, 더 북돋아주면서 뛰니까 그게 제일 큰 힘인 것 같아요. 즐거워야지 뛰는 재미도 있는 거죠. 물론 이기면 더 즐겁겠지만, 즐겁게 뛰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아마추어 여자 축구 클럽에도 관심이 필요해

김태은 주장은 여자클럽축구의 현실에 대해 사회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막상 운동을 하려면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 첫 번째는 운동장이거든요. 서울 하늘 아래 학교도 많고 운동장도 많잖아요. 하지만 막상 운동장 하나를 계약해서 쓰기가 굉장히 힘든 현실입니다. 결코 좋은 구장, 인조 잔디 구장까지 바라는 건 아니에요."

회원들이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서 운동을 계속 해오고 있지만, 지원해주는 곳은 없다. 축구협회에서도 생활체육 팀에 비해 지원이 전무한 클럽 팀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또,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서울권에서 대회가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도 나타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대회가 부족해 한계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뒷받침 된다면 좋겠어요."

여자 아마추어 클럽 팀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은 많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FC 헤이데이는 클럽축구대제전 참가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꾸고 있다.

대회에 목마른 여성 아마추어 클럽들이 이번 클럽축구대제전을 통해 좀 더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백종모 기자 press@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