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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농구, '2002년 기적을 다시 한번'

기사입력 2006.12.12 00:44 / 기사수정 2006.12.12 00:44

이준목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준목 전문기자] 사상 첫 AG 동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남녀농구가 나란히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부터 ‘만리장성’ 중국과 피할 수 없는 일전을 펼치게 되었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중국을  가급적 결승까지 피해가고 싶었던 한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대진운.

하지만,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매도 먼저 맞는다.’라는 심정으로 자신감 있게 부딪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조별예선의 부진으로 실망감을 안겼던 한국농구가 최강 중국전에서 오히려 극적인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자농구, 변연하-김계령 외곽포 살아나야

첫 경기에서 복병 대만에 73-80으로 어이없이 덜미를 잡혔던 여자농구는 약체 태국을 101-39로 대파하고 4강에 올라 중국과 결승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대만-일본전의 경우 두 팀 모두 객관적인 전력상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로 평가되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이번 4강전이 사실상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주포는 조별예선에서 맹활약한 센터 김계령(21.0점, 9.5리바운드)과 변연하(14.5점)다. 첸난(196cm)이나 첸샤오리(193cm)같이 높이가 좋은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중국을 상대로 한국의 주전센터진인 김계령과 신정자가 골밑에서 최대한 대등하게 버텨주어야만 한다. 이번 대회 중국팀의 주장이자 주포 역할을 맡고 있는 가드 마오 리지에(15.5점. 6.0도움)의 돌파와 외곽슛도 경계 1순위다. 

문제는 우리의 외곽에 있다. 전통적으로 3점슛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현재 적중률이 26%(14/53)에 그치고 있다. 변연하(3점슛 6/19, 32%)가 그나마 활로를 열고 있지만,  외곽의 한 축을 맡아주어야 할 김은혜(평균 8.5점, 3점슛 4/18,22%)의 계속된 국제대회 부진은 슈터난에 시달리는 한국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중국의 우위는 분명하다. 호주출신 톰 마허 감독이 이끄는 중국대표팀은 지난 9월 세계선수권에서 아시아팀으로서는 유일하게 예선을 통과해 12강에 들었고, 프랑스와 쿠바 등 강호들에 일격을 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중국은 이미 한국보다 한발 앞서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포워드 수이 페이페이(79년생)를 제외한 엔트리 전원이 80년생 이후일 정도로 젊은 팀으로 탈바꿈했다.

반면, 유수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세계선수권에서 세대교체를 단행했지만, 1라운드 3전 전패를 당하며 부진 끝에 역대 최악의 성적인 13위에 그쳤다. 4년 전인 부산 AG 결승전에서도 중국에 분루를 흘렸던 한국인만큼,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남자농구, 하승진-방성윤 위력 다시 한 번!

남자팀은 조별예선 내내 중동세에 악전고투한 끝에 간신히 8강에 올랐다. 최부영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야심 찬 세대교체를 시도했으나 내용 면에서 오히려 지난 8월 월드바스켓볼 챌린지 당시보다도 기대에 못 미쳤다.

기대했던 장신군단의 위력은 예상보다 떨어졌다. 대표팀에 재합류한 베테랑 서장훈이 수비와 허슬플레이 등 굳은 일에 소홀하며 팀 컬러와 어우러지지 못했고, 체력이 부족한 하승진이 자주 벤치를 지키며 약체 바레인전을 제외하면 항상 높이 싸움에서 열세를 드러냈다. 김성철, 이규섭, 송영진 등 슈터들의 부진으로 조별예선 내내 포워드진이 붕괴상태였다.

그나마 최종 카타르전에서 3점슛 12개 포함 42점의 폭죽을 쏘아 올린 방성윤의 부활이 한 가닥 희망을 던져줬다. 하지만, 높이와 스피드에서 오히려 한 수 위인 중국을 상대로 3점에만 의존하는' 양궁 농구로는 승산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문경은-양희승 같은 ‘정통파 3점 슈터’ 대신 장신 포워드들을 대거 보강한 이유가 외곽슛보다 돌파나 포스트업, 미들 점퍼 같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금의 대표팀 포워드들이 좀 더 자각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챔피언, 올해 세계선수권 8강에 빛나는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NBA 올스타 야오밍이 비록 불참했지만, 조별예선에서 압도적 전승행진을 보이며 여전히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된다. NBA 진출을 꿈꾸고 있는 이 지엔리엔(212cm/ 18.0점, 8.6리바운드)와 전 NBA 소속 왕즈즈(212cm/ 17.6점, 8.4리바운드)가 버틴 ‘더블포스트’는 장신임에도 외곽슛과 스피드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좀처럼 막기 어려운 상대로 꼽힌다.

한국은 최장신 센터 하승진(223cm)이 높이에서 위력을 발휘해주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당 19분밖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하승진이 골밑에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쳐준다면 한국은 만리장성을 상대로 높이 콤플렉스를 상당히 떼어낼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의 주요 공격루트로 자리를 잡은 ‘중국킬러’김승현과 리그 MVP 양동근 듀오의 ‘투 가드 시스템’은 단신이지만 빠른 속공과 외곽슛으로 승부를 건다.  여기에 카타르전에 이어 다시 한 번 방성윤의 활화산 같은 득점포가 폭발한다면, 한국은 작년 도하 아시아선수권에서 44점차 대패의 굴욕을 안겼던 만리장성을 상대로 설욕을 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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