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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사임 허정무, "행복한 2년 6개월이었다"

기사입력 2010.07.02 11:27 / 기사수정 2010.07.02 12:14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신문로 축구회관 전성호 기자] "행복한 2년 6개월이었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일하겠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2일 오전,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2010 남아공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통해 대표팀 감독직 사의를 표명했다.

"부족한 저를 믿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맡게 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란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한 허정무 감독은 "제 거취를 분명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차기 대표팀 인선에 감독에서 물러나겠다. 2년 6개월 동안 세계 최고의 축구제전인 월드컵에서 예선, 본선을 거치면서 여러 가지를 보고 느꼈다. 잘못했던 점, 부족한 점을 되짚어보고 연구, 검토하며 재충전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예상보다 빨리 사임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차기 대표팀 감독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고, 혼선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저 말고도 우리나라 축구계에서 능력 있고 훌륭한 선후배 지도자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이 능력을 펼칠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허 감독은 또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대한축구협회, 언론 관계자분, 그리고 붉은 악마를 비롯해 밤잠을 미뤄가며 대표팀을 응원해주고 힘을 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라며 대표팀의 원정 첫 16강에 성원과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날 것을 결정한 시기에 대해선 "정확하게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코칭스태프에게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회가 끝난 뒤 조금 고민이 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물러나야 할 시기라 생각했다"며 월드컵 이전에 이미 마음을 굳혔음을 고백했다.

국내 지도자 최초로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룩한 허 감독은 이어 "대표팀 감독이 힘든 자리이지만, 축구계엔 이미 능력 있는 분들이 많다. 후임 인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보다 더 잘 대표팀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후임 대표팀 감독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차기 감독의 외국인 감독 선임 여부에 대해선 "민감한 얘기라 잘못 얘기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조심스럽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에는 좋은 지도자가 많이 있기 때문에, 이분들에게 기회가 갔으면 좋겠다."라며 국내파 지도자 선임에 무게를 실어 줬다.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일할 것이란 허 감독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먼저 "우리 축구에 과연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세계 축구 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봤다. 우리는 체력, 정신, 조직적인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부족한 것이 볼 터치, 경기 운영, 순간 판단 능력, 영리한 플레이, 패싱 능력, 일대일 능력, 수비 능력 등 기술적인 부분이다. 이런 것들은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는 연구의 대상이라 생각한다."라며 한국 축구의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축구를 통해 성장했고, 축구를 통해 너무 과분한 사랑과 축복을 받았다. 축구계에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몸을 담고 있던, 10년 뒤의 미래를 위한 봉사를 하던, 모든 것들이 축구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다. 그런 것들은 도처에 수도 없이 많다" 며 한국 축구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덧붙여 "단기적인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면에서 한국 축구 발전을 돕고 싶다. 한국 축구가 인프라 등 많은 면에서 발전했지만, 근본적으로 밑바탕에 준비된 것은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충족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면에서 기여를 하고 싶다."라는 허 감독의 말에선 한국 축구에 대한 진한 애정과 식지 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월드컵에서 남미의 벽을 넘지 못했던 아쉬움 탓이었을까. 대표팀 감독 사임 이후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허 감독은 "축구 쪽으로 본다면 세계의 강호 특히 남미 팀을 뛰어넘는 밑거름을 만들어보고 싶다. 축구 외에 라면 아무 생각 없이 조용한데 가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라며 누차 한국 축구에 부족한 기술적 측면의 발전에 대해 언급했다.

허 감독은 확인되지 않은 기사와 소문으로 힘들진 않았던 지란 질문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기본적으로 언론에 대해선 고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못해서 비판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인신공격성 비난이 지나치다 싶을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본인들뿐 아니라 주위 가족들까지도 힘들 때가 많다. 이런 문화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극성스러운 여론이 대표팀 감독 사임에 영향을 주진 않았던 지란 질문에 대해선 "그런 것은 신경 안 쓴지 오래됐다. 인터넷 댓글 안 본 지도 10년 정도 됐다. 그저 부족한 것도 채우고 재충전을 하고 싶어서 사임하게 된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2년 6개월간 가장 기쁜 순간과 좌절했던 순간에 대해서는 "중국에 0-3으로 지고, 아르헨티나에 1-4로도 져봤지만 축구팀이라면 얼마든지 질 수 있다. 다만, 패배 뒤 다음 기회엔 이길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승부의 세계에서 지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다. 패배를 통해 배워도 심기일전하는 것이 승부사와 선수로서 가져야 하는 덕목이다.

첫 경기 그리스를 이겼을 때와 16강 확정이 되었을 때 기뻤던 것 같다. 비록 지긴 했으나 우루과이전에서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도 너무 고마웠고, 감독으로서 기쁨을 느꼈다."라며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서 맹활약하고, 대표팀 감독으로서도 원정 첫 16강 진출의 성과까지 올린 허 감독에게 사실상 이제 국가대표팀 일선에서 떠나는 심정을 묻는 말에 "선수로서, 코치로서 항상 후회스러웠다. 그래서 이번엔 후회 없이 한번 잘해보자는 마음자세로 준비했다. 그래도 또 후회스럽고 아쉬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퇴임 후 국내를 떠나는 것도 아니고. 제 몸이 움직이는 한은 어떤 형태로든지 받은 은혜를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후배들도 잘 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국가대표팀은 떠나지만,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진 = 허정무 (C) 엑스포츠뉴스 DB]



전성호 기자 spree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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