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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다이어리⑥] 여전한 인종 갈등, 그래도 월드컵이 희망이었다

기사입력 2010.07.02 16:28 / 기사수정 2010.07.02 20:06

김지한 기자
한때 남아공은 대표적인 인종 갈등 국가로 악명높았다. 흑인을 차별하는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흑인과 백인 간의 갈등은 사회 발전의 정체를 가져다줬다.

이는 흑인 민주 정권이 들어선 지 16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자신들을 30여년 간 차별하고 멸시해 온 백인들을 향해 흑인들은 여전히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반대로 백인들 역시 흑인 정권이 들어선 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흑인 정권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깊게 자리잡힌 반목과 갈등은 치안 불안, 사회 불안정 같은 부정적인 요소로도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사상 첫 아프리카에서 열린 월드컵, 남아공 월드컵이 중반을 향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기자가 남아공 땅을 직접 밟았다. 앞으로 <엑스포츠뉴스>는 본지 김지한 기자의 월드컵 현지 취재 특집 [월드컵 다이어리]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남아공 월드컵 현장의 열기를 체험기로 정리해 연재한다..[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김지한 기자] 실제로 남아공 최대 도시인 요하네스버그, 행정 수도인 프리토리아를 돌아다니면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흑인과 백인이 좀처럼 같이 다니지 않는 것이었다.

서로 뭉쳐다닐 때 보면 모두 같은 인종끼리 다니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었다. 공원에서도, 건물에서도, 거리에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에서 이같은 장면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기자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알고 보니 이런 일이 있었단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 취임 이후 흑인 정권이 들어선 이래 흑인 사회의 경제활동을 되살리기 위해 도입한  '흑인경제육성정책(BEEㆍBlack Economic Empowerment)'이 인종 역차별의 원인이 되고 있었다.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일은 무조건 흑인만 할 수 있고, 기업 임직원에 흑인이 일정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그렇다보니 남아공 전체 인구의 소수에 해당하는 백인들은 당연히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백인들의 해외 대거 이주, 흑-백 갈등 심화로 이어지게 됐다. 월드컵이 열리기 두 달 전에는 백인 극우조직 지도자 중 한 명이 자신의 농장 흑인 근로자들과 임금 체불 시비 끝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백인 단체들이 테러를 일삼겠다고 주장하는 등 파문이 일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는 남아공의 흑인, 백인들. 그래도 세계 최고의 축구 축제, 월드컵 성공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모두 하나 같았다.

남아공 전통 응원 도구인 부부젤라를 손에 들고, 남아공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며 거리 곳곳에서 월드컵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만큼은 흑과 백이 따로 없었다.

또 대통령궁 앞에서 흑인과 백인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바파나 바파나(남아공 대표팀의 별칭, 소년들이라는 뜻)'의 선전을 기원하는 모습에서는 훈훈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것까지는 아니지만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남아공의 오랜 갈등이 치유될 수 있는 작은 힘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보게 했던 모습들이었다. 

월드컵은 전쟁을 멈추게 하고, 평화를 가져다주는 존재로서 노벨상 후보로도 자주 거론돼 왔다. 반목과 갈등의 씨앗이 남아있는 남아공에서 열린 첫 월드컵이 또 한 번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을 지 기대감을 갖게 했다..(6편에서 계속)

[사진= 프리토리아 대통령궁 앞에 걸린 남아공 국기, 가두 행진을 벌이는 흑인 청소년들 (C)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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