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레베카’의 대표 넘버 ‘레베카’를 부르며 에너지를 쏟아낸다. '나(I)'와 댄버스 부인이 본격적인 대결 구도를 그리며 듀엣 버전으로 부를 때 특히 절정에 달한다.
2015년 ‘투란도트’ 이후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른 가수 알리는 “2막 1장에서 부르기 전, 20분의 인터미션 동안 스태미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약을 먹는다. 그 한 곡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낸다”라며 고개를 끄떡였다.
‘레베카’는 히치콕 감독의 동명 영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전 부인인 레베카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막심 드 윈터와 죽은 레베카를 숭배하며 맨덜리 저택을 지배하는 집사 댄버스 부인, 사랑하는 막심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댄버스 부인과 맞서는 ‘나(I)’를 중심으로 맨덜리 저택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가는 내용이다. 알리는 댄버스 부인 역할을 맡아 가수일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창법을 바꾼다는 생각보다는 조금 더 정확한 발음을 위해 노력해요. 음성학적으로 어떤 톤으로 가야 하는지 병원에 가서 진단도 받고 더 명확하게 또박또박 말을 하려 하죠. 가요는 느낌으로 갈 수 있다면, 뮤지컬은 대사 전달이 돼야 하니까요.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또박또박 들려야 하는 게 우선이어서 발음, 딕션 부분을 더 신경 쓰고 있어요.”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댄버스 부인은 맨덜리 저택 곳곳에 레베카의 흔적을 소중히 간직하며 새로운 안주인이 된 ‘나(I)’와 대립한다. “다 과거일 뿐 이제 끝났다”라는 ‘나(I)’에게 “그녀는 살아있어”라며 죽은 레베카에 대한 굉장한 집착을 보여준다. 지난 5월 비연예인 남성과 결혼해 9월 첫아들을 출산한 알리는 “레베카를 볼 때 엄마의 마음이 강하게 들더라”고 이야기했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하고 돌봐준 집사이자 유모예요. 엄마처럼 많이 보살펴주지 않았을까 해요. 원작도, 영화도 봤지만 지금 제 상황이 그래서인지 제 아이에게 하듯이 레베카를 떠올리면서 그리워해요. 최근에 오버페이스를 겪었어요. 제 아이에 대한 애정이 커져 그런지 아이가 날 배신하고 내가 모르는 얘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고 원망스럽고 밉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은 그만큼 오열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버해서 오열했어요. 관객은 그런 댄버스를 처음 접하신 거잖아요. 저의 첫 해석에 놀라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자제해야겠다 싶었어요.” (웃음)
집착은 광기로 변한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에게 배신감을 느껴 맨덜리 저택에 불까지 지른다. 그야말로 강렬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한다.
“처음 ‘레베카’를 봤을 때 놀라웠어요. 레베카가 등장하지 않아 더 재밌고 극에 빠져들었죠. 미쳐야 하는 상황까지 온 댄버스 부인의 감정이 이해돼요. 가사에 ‘내 인생 전부를 다 바쳤는데’라고 표현해요. 배우들끼리 그런 얘기를 했어요. 댄버스 부인은 결혼했을까, 남편이 있을까. 결혼을 안 했다면 더 억울했을 것 같아요. 내 사랑까지 다 포기하고 헌신적으로 살았는데 말이죠. 물론 결혼을 했더라도 가정을 내려놓고 레베카를 위해 헌신적으로 살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생각이 들 듯해요.”
댄버스 부인 역할을 맡은 옥주현, 신영숙, 장은아와 경쟁은커녕 챙김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레베카’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도 탄탄하지만 함께 하는 배우들이 좋다”라며 애정을 내비쳤다.
“옥주현 언니는 배울 점이 많은 선배님이에요. 원래는 무조건 쉬어야 하고 구두를 신으면 안 되거든요. 무대에서 9cm 신발을 신느라 발목이 아픈데, 주현 언니가 본인 집에 있는 큰 발 마사지기를 가져와 대기실에 놔두셨어요. 참 든든해요. 뮤지컬 할 때 어떤 식으로 소리를 내는 게 좋을지 모니터도 해주시고요. 가수로서 살아온 경력을 존중하면서 소리에 대한 부분도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더라고요. 은아 언니의 어머니는 김치, 나물 등 건강식 반찬을 챙겨주시고요. 최민철 배우님은 악역을 맡고 있지만, 실생활은 너무 다정다감하세요.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최민철 배우님 품에서 (아들이) 두 시간을 자더라고요.”
결혼, 출산 후 복귀작인 '레베카'를 통해 뮤지컬 도전을 이어간 알리는 “매회 보러 와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 '레베카'는 매회 다를 겁니다. 매회 몸 상태가 좋아질 거거든요. (웃음) '레베카'는 완벽을 넘은 작품이에요. 댄버스 부인의 넘버뿐만 아니라 막심, ‘나(I)’, 번호로 부인, 잭 파벨, 앙상블의 넘버까지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명곡들이 자리 잡고 있어요. 하루를 알차고 강렬하게 보내고 싶으시다면 와주시길 바라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박지영 기자, 알리 인스타그램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