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11.16 09:41 / 기사수정 2006.11.16 09:41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다가오는 도하 아시안게임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9시간의 긴 비행으로 찾아간 테헤란이었지만 큰 상처만 남기게 되고 말았다. 15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이란과의 2007 아시안컵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란에 0-2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상대가 베스트 멤버를 총 가동시킨 이란이고 우리의 선수 구성은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어린 선수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위안거리일 뿐, 얻으려던 경험과 자신감 그리고 가능성은 모두 얻지 못하고 말았다. 예견된 패배.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경기 게다가 올림픽 대표팀과 일정이 겹치면서 박주영, 오장은, 백지훈 같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대표 선수들조차도 완벽하게 꾸리지 못했다. 지난 월요일 바쁘게 출국한 20명의 대표팀 명단에는 단 세 명의 미드필더만이 포함되는 기현상마저 보였었다. 게다가 그 세 명의 미드필더 중 김두현은 부상이 만만치 않아 출전조차 우려스러운 선수였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선수 구성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강호 이란과의 경기에서는 베어벡 감독의 선수 구성과 전술 그리고 가능성과 실험 등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길 바랐었다.그러나 베어벡 감독은 실험이나 점검과는 어울리지 않는 경기 운영을 선보였고, 무엇을 위해 치른 경기였는지도 모를 결과만을 만들고 말았다. 경기에서 승부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사실 이란과의 이번 경기는 결과와는 상관없는 경기였다. 아시안컵 본선을 이미 확정했고, 이란과 정면 승부를 펼칠만한 선수 구성도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대표팀 일정과 K-리그 챔피언 결정전마저 맞물리면서 20명을 꾸리기도 쉽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0-2가 아니라 0-5의 참패를 당하더라도 확실한 선수 점검과 실험에 무게를 두었던 것이 옳다. 물론 참패 이후 쏟아질 언론과 팬들의 압박도 베어벡 감독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지극히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이란과의 경기 목적이 분명했고, 상황이 넉넉지 않았던 만큼 베어벡 감독이 내렸어야 할 판단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이런 아쉬움은 경기 내내 거의 변하지 않았던 전술적인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실험에 목적을 둔 경기였다면 경기에서 이런저런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선수들의 새로운 특성이나 장점 등을 알 수 있는 한 방법이다. 하지만, 후반 조성환이 투입되면서 변한 스리백의 변화 외에는 눈에 띄는 전술적인 실험이 없었다. 그나마 스리백의 전환조차도 후반 막바지에서 나타났다. 경기 내내 서로 같은 동선에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던 정조국과 김동현의 투 톱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원톱으로서의 능력도 점검해 보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의 부재로 원활하지 않았던 경기 운영을 생각했더라면 김두현의 투입이나 이천수를 중앙으로 돌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선수를 기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선택이었다. 물론 다가오는 주말에 펼쳐질 K-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대한 배려와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김두현의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라면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며 주말 챔피언 결정전을 준비해야 할 조원희의 출장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게다가 그 자리엔 아시안 게임 대표로 선발된 오범석이 있었다. 여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와 왼쪽 윙백을 오가며 다재다능함을 보이고 있는 이종민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어야 했고, 기량이 검증된 김진규나 김동진 대신 김치곤의 경기력도 테스트하는 편이 옳았을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렵게 구성한 선수들이고, 그 선수들의 상대는 아시아 최강 중 하나인 이란이었다. 게다가 이란은 열렬한 홈팬의 응원을 등에 업은 베스트 멤버들이었다. 비록 경기 결과는 0-2로 완패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집중력은 높이 살만 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설정해야 할 목표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흔들리던 핌 베어벡 감독에겐, 2골 차 그 이상의 완패였던 경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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