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기대했던 화끈한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박수가 아깝지 않았던 한판이었다. 홍명보 감독 대행이 이끈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4일 창원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일본 올림픽 축구대표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전반 4분 터진 박주영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1무승부를 기록하고 말았다.
라이벌 의식이 강한 일본과의 홈경기에서 비교적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알찼던 경기 내용과 어린 선수들이 보여준 가능성만은 나무라기 힘들 정도로 좋았던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의 첫 작품은 새로운 ‘허리’
핌 베어벡 감독의 빈자리를 매운 것이지만, 홍명보 코치가 수장으로서 치르는 첫 경기였다는 점에서 이번 대결은 유난히 관심이 높은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 대행이 어떤 전략과 선수기용으로 일본을 공략할지, 그리고 순간순간 변하는 상황에 얼마만큼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대처를 할 수 있을지에도 기대가 모였었다.
1990년부터 십여 년을 넘게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홍명보 감독 대행의 첫 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선수 구성이었다. 한 팀을 지휘하는 수장으로서 어떤 축구 철학과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지는, 선수 구성과 전술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가장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홍명보 감독 대행의 첫 작품은 변신에 성공한 미드필더들의 재발견이었다. 특히 소속팀에서 뛰고 있던 선수들의 포지션 상식을 뛰어넘어, 즉흥적이고 효율적인 미드필더 구성을 이끌어 냈다는 부분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또, 그렇게 구성된 즉흥적인 선수들은 예전부터 그 자리에 뛰었던 선수들인 것처럼 완벽한 경기를 펼쳐보이며 홍명보 감독 대행의 기대에 부응했다.
측면 미드필더 박주영, 수비형 미드필더 오장은
이번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선수들의 포지션 파괴였다. 그리고 그 포지션 파괴는 올림픽 대표팀의 허리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던 박주영은 측면 미드필더로, 각각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로 활동하던 오장은과 김승용은 나란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장하며 새로운 능력을 선보였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투입된 박주영은 효과적인 공격 지원과 수비 가담으로 허리의 균형을 잡는 데 기여했고, 오장은과 김승용은 예사롭지 않은 호흡을 선보이며 세밀하고 정교한 일본의 미드필더진을 꽁꽁 묶으며 멋진 홀딩 능력을 선보였다.
또, 왼쪽 측면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한 이승현과 이근호도 빠른 스피드와 폭넓은 움직임을 무기로 대표팀의 공격과 수비에 모두 힘을 실어 주었다.
이런 미드필더들의 활약 덕분에 올림픽 대표팀은 비교적 손쉽게 경기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올림픽 대표팀은 전반 30분까지 선제골을 포함해 3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며 일본의 문전을 공략한 데 반해, 일본은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었다. 또, 상대의 파울을 무려 8개나 얻어내며 경기장을 장악해 일본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백지훈의 투입, 그리고 허리의 변화
전반을 만족스럽게 마쳤던 올림픽 대표팀은 후반 박주영을 빼고 백지훈을 투입하며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김승용이 왼쪽으로 이동하며 생긴 중앙 공백을, 백지훈이 들어가 오장은과 새로운 중앙 라인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조합은 전반만큼 유기적인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했고, 후반 10분부터는 일본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힘든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는 새로 투입된 백지훈과 전반 강력한 홀딩 능력을 선보였던 오장은이 다소 공격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가운데 수비에 틈이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대표팀이 전반과 후반에 사용한 4-2-3-1의 전술에서는 포백 위에 위치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다분히 공격적인 전술인 까닭에 수비의 안정성을 꾀하기 위한 더블 보란치의 역할은 그 어떤 전술보다 중요한 것이다.
백지훈은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오장은 보다 공격에 많이 가담하며 활발한 활약을 펼쳤지만, 일요일 포항과의 플레이오프가 채 회복되지 않았는지 수비 가담과 적극성에서 부족함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대표팀의 전체적인 균형을 흔들고 말았다.
비록 후반 일본의 공세가 강하게 이어지던 순간에 자책골을 헌납하며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고 말았지만, 측면 미드필더로서도 무사히 역할을 수행한 박주영의 새로움과 강한 홀딩 능력을 선보였던 오장은과 김승용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값진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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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