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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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승부를 좌우한 12초 룰, 누구를 위한 규칙인가

기사입력 2010.06.21 09:02 / 기사수정 2010.06.21 12:05

김진성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진성 기자] 12초 룰 위반으로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변했다.

올 시즌 첫 12초 룰 위반 사례가 지난 20일 넥센과 두산의 목동 경기에서 나왔다. 올 시즌 1차 구두 경고로 인한 지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로 한 투수가 동일 경기에서 2회 위반으로 볼 판정을 받은 사례는 올 시즌 처음이었다.

승부를 가른 12초 룰 위반

그 불명예의 주인공은 두산 선발 투수 김선우였다. 김선우는 지난 20일 목동 넥센 전에서 7회까지 단 3피안타 1볼넷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고 있었다. 특히 4회 유한준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이후 11타자 연속 범타 처리를 하고 있었다. 두산도 넥센에 1대 0으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8회초 선두 타자 이숭용에게 볼 카운트 2-2에서 7구를 던진 이후 12초 룰 위반을 지적받았다. 그의 7구째를 맞이하는 이숭용이 타격 자세를 취한 이후 그가 자유 발인 왼발을 들어올릴 때까지의 시간이 12초가 지났다는 판정이었다. 그의 7구째 투구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볼이 돼 볼 카운트는 2-3이 됐다. 이까지는 올 시즌에도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김선우는 2-3에서 또 다시 12초 룰 위반을 지적받아 올 시즌 처음으로 ‘볼’ 판정을 받았다. 이숭용은 1루로 진루했고, 김선우는 후속타자인 유선정에게 투수 땅볼을 유도했으나 볼을 2루로 던지는 과정에서 다소 스텝이 엉키며 빗나간 송구를 해 선행주자를 잡지 못한 채 타자주자만 아웃으로 연결했다. 평상 심이 완전히 흔들린 것이다. 더블 아웃 유도에 실패한 그는 이후 더욱 흔들리면서 송지만과 장기영에게 연이어 적시타와 3루타를 얻어맞으면서 허무하게 역전을 당했고, 경기도 그대로 뒤집힌 채 2대 1로 넥센이 승리를 가져갔다.

누구를 위한 규칙인가

12초 룰이 결국 경기의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물론, 아직 첫 위반 사례이기 때문에 앞으로 12초 룰 위반 이후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12초 룰 위반사례도 점점 줄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구두 경고가 아닌 실제로 위반 사례가 나오자 투수가 크게 흔들렸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초 룰은 원래 야구 규칙에 명시돼 있었으나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들어 KBO가 경기 스피드 업을 위해 심판원에게 엄격 적용을 지시했다. 그러나 12초 룰은 실제로 경기 스피드 업 효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주자가 루상에 없을 때만 적용되는 규칙이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되는 것이다.

사실 투수가 피칭 템포를 늘리는 것은 주자가 출루해 있을 때 상대 작전 파악과 타자, 주자의 움직임이나 리듬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주자가 없을 때는 대부분의 투수가 자신의 정상적인 투구 리듬대로 던지기 때문에 12초 룰 위반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

경기가 늘어지는 원인은 결국 주자가 루상에 나가 있을 때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 및 신경전으로 투구 탬포가 지연되는 것인데, KBO는 엉뚱한 곳에서 스피드 업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실 투수와 타자의 수 싸움에 따른 템포 조절은 야구만이 가질 수 있는 공백의 미다. KBO가 야구의 본질을 건드려 무리하게 경기 스피드 업을 시행하면서 결국 심판의 콜로 경기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KBO는 12초 룰을 엄격 적용하겠다고 밝혔을 때 절대로 투수나 타자 어느 한쪽에 불리한 룰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 12초 룰은 투수에게 약간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일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 타자는 타임을 걸고 타석에서 물러날 수 있는데 왜 투수는 12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하는가"라며 투수에게 불리한 규정이라고 꼬집었으며, 또 다른 야구인은 "2루심이 콜을 할 때 타자의 타격 리듬이 흐트러질 수 있어 타자도 피해자"라고 밝혔다.

실제로 KBO는 2번째 위반 때 해당 투구를 타자가 타격할 경우 안타, 실책, 사사구로 진루했으면 그것을 인정하지만, 아웃을 당하면 취소하고 볼로 인정하고 다시 타격을 한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타자에게 유리한 규정이다. 만약 볼 카운트 2-2에서 두 번째 12초 룰 위반 투구에 타격을 해 타자가 아웃을 당하면 그것을 취소하고 2-3에서 다시 타격을 하는 것이다. 이는 경기 상황을 거꾸로 돌리는 셈이다. 스피드 업을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야구계는 로이스터 감독이 밝힌 "경기는 선수가 한다. KBO나 심판이 경기 흐름을 끊어서는 안 된다"라는 뼈있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사진= 김선우 (C) 두산 베어스 제공]



김진성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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