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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델 보스케 감독, '천적' 히츠펠트에 또 무너지다

기사입력 2010.06.17 11:32 / 기사수정 2010.06.17 11:35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월드컵은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선수들이 4년마다 클럽이 아닌 자국의 명예를 위해 맞대결을 벌이면서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렇다면, 월드컵은 선수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아니다. 각국 사령탑끼리 얽힌 사연도 충분히 관심을 끈다. 특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2000년대 초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3시즌 연속 맞붙었던 두 명장이 무대를 옮겨 월드컵에서 맞붙어 화제다.

바로 스페인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과 스위스의 오트마르 히츠펠트 감독이 그 주인공. '우승 청부사'란 별명처럼 두 감독은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을 이끌며 챔피언스리그 중요무대에서 3시즌 연속 맞붙은 바 있다.

지난 1999/00시즌부터 01/02시즌까지 4강에서 두 번, 8강에서 한 번 등 총 8번 맞대결을 벌였던 두 감독의 상대전적은 6-2로 히츠펠트의 압도적인 우위다. 하지만, 그 세 번의 대회에서 델 보스케 감독이 두 번의 우승을, 히츠펠트 감독은 단 한 번 우승에 그쳐 한 명은 개인적으로 또 다른 한 명은 우승 횟수에 있어 갚을 게 많은 사이가 됐다.

99/00시즌 조별예선에서 홈,원정 모두 히츠펠트 감독이 승리를 거두며 뮌헨이 1위, 레알 마드리드가 2위로 토너먼트에 올랐지만, 정작 결승행을 놓고 다시 만난 4강에서 뮌헨은 레알에게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탈락했다.

결국, 결승에서 발렌시아를 꺾고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하면서 델 보스케 감독은 정상에 우뚝 선 반면, 델 보스케 감독과 네 번의 만남에서 무려 세 번을 이겼던 히츠펠트 감독으로썬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히츠펠트 감독은 1년 뒤 4강에서 다시 만난 델 보스케 감독에 2승(1-0, 2-1)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 우승을 거두며 복수에 성공했다. 이로써 2시즌 간 상대전적 5-1이 된 두 감독 사이엔 '천적'이란 명칭이 붙기 시작했다.

1년 뒤인 01/02시즌 8강에서 또 재회한 두 감독은 사이좋게 1승씩 나눠 가졌지만, 이번 승자는 델 보스케였고 레알 마드리드는 또 한 번 정상에 등극했다.

결국, 8번의 맞대결에서 6번을 이기며 천적이라 불리는 건 히츠펠트 감독이지만 3년간 대결을 통해 정상에 오른 횟수는 2-1로 델 보스케가 우위여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3년 내내 지겹게 만났던 두 감독은 8년 뒤인 지난 16일(한국시각) 각각 스페인과 스위스를 지도하며 다시 한 번 재회했다.

막강한 선수 자원을 통해 델 보스케의 복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던 경기는 히츠펠트 감독 특유의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빠른 역습이 빛을 발하며 스위스가 스페인을 1-0으로 물리쳤다.

히츠펠트가 만들어낸 이 승리는 스위스에 있어 기념비적이다. 경기 전까지 3무 15패로 스페인에 절대 열세였던 스위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스페인을 이긴 경기인 동시에 월드컵 본선 5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기록도 이어갔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델 보스케 감독에 절대 우위를 이어간 히츠펠트 감독은 축구에서도 '천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스페인에 뼈저리게 깨우쳐준 하루였다.

[사진 = 델 보스케(上), 히츠펠트(下) (C) 문도 데포르티보 홈페이지 캡처]



조용운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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