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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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커+] 톡톡히 재미 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플랫3

기사입력 2010.06.14 12:17 / 기사수정 2010.06.14 12:17

윤인섭 기자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남미 축구의 가장 오랜 라이벌이자 각각 월드컵 2회 우승을 일구며 세계 축구사에 남미 축구의 자존심을 보여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지난주에 개막한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상당한 동질성의 두 라이벌 국가가 수비 안정화를 위해 들고나온 카드가 바로 <플랫-3>였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폭이 넓은 라플라타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인접한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실제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몬테비데오를 가려면 이 강을 건너기만 하면 된다. 시속 100km에 육박하는 쾌속선을 타고 2시간 반이 걸리지만 말이다.
 
이러한 지리적 인접성으로 두 나라는 음식, 문화, 언어(-두 나라는 동일한 에스파냐 어 사투리를 구사-) 면에서 다른 에스파냐어권 국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사성을 보인다. 게다가, 식민지 시기에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리오델라플라타’라는 동일한 지역적 분류 속에 있었다.
 
그러나 우루과이를 아르헨티나의 한 지방으로 여기는 '대국'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태도에 우루과이 인들은 깊은 반감을 가졌는데, 그들의 반감이 가장 표출되기 좋은 장소가 바로 축구장이었다. 비록, 1970년대 이후 우루과이 축구가 몰락하며 양국 축구 사이에 '라이벌'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게 되었지만 '아르헨티나 대 우루과이'전은 여전히 난투극으로 진행된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남미예선에서도 두 팀의 경기는 두 경기에서 무려 18장의 옐로 카드가 나왔을 정도이다.
 
그래도 월드컵 우승 횟수만큼 여러 면에서 닮아있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비슷한 행보를 보이며 남아공 행을 이룰 수 있었다. 양팀 모두 지역 예선 내내 불안한 수비로 골치를 썩여야 했고 자신들의 유구한 축구사적 업적에 대비, 남미 예선 4, 5위로 천신만고 끝에 남미에서 가장 낮은 순위로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 합류한 것이다.
 
그리고 월드컵 본선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수비 불안에 대한 대비책으로 양국은 수비 전술에 칼을 든다. 바로 '플랫3'로의 전환이다.
 
서유럽 축구 전술에서 '플랫3'는 시대착오적인 수비전술로 평가되지만 남미 축구에서는 여전히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의 아르헨티나가 그랬고,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2010 4강 진출팀 중 두 팀인 상파울루와 인쩨르나씨오날은 '플랫 3'로 남미 최고의 수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24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16강 진출이 현실적 목표인 우루과이는 그 전력 차만큼 다른 색깔의 플랫3를 구사했다.


 
아르헨티나가 취약 지점인 오른쪽 측면의 수비보완과 메시와 테베스의 공존을 위해 '플랫 4'로의 유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공격적 '플랫 3'를 구사했다면 우루과이는 윙백 성향의 측면 미드필더를 배치하며 수비 시 '플랫 5'(사진▲)를 구축하는 수비적 '플랫3'를 구사한 것이다.

그리고 양팀의 전략은 각각 나이지리아전과 프랑스전에서1-0 승리, 0-0 무승부 등, 두 팀 모두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소기의 성과를 올리도록 했다.


 
아르헨티나의 '플랫 3'성공의 열쇠는 호나스 구티에레스(▲사진 17번)가 쥐고 있었다.

크리스티안 사네티를 제외하면서까지 오른쪽 전문 풀백 없이 대회에 임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배치한 구티에레스와 중앙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의 협력 수비로 오른쪽 측면 수비 문제를 해결하려는 속셈이었다.
 
나이지리아전에서 구티에레스-데미첼리스 조합은 성공적이었다. 전문 수비수가 아닌 구티에레스가 몇몇 장면에서 어설픈 수비를 선보였지만 데미첼리스가 배후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주었고 아르헨티나는 별다른 위기상황 없이 나이지리아의 왼쪽 측면 공격을 잘 막아냈다.
 
왼쪽 측면에서는 앙헬 디 마리아가 수비적으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브리엘 에인세는 공격 시 적극적인 공격가담으로 아르헨티나의 변형된 ‘플랫3’의 목적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풀백이 아닌 중앙수비로 나온 탓에 세트피스 시, 마음 놓고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고, 전반 6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팀의 결승골마저 기록하는 만점 활약을 보여줬다.
 
알바로 페레이라와 막시 페레이라, ‘페레이라’라는 포르투갈 리그 최고의 좌우 풀백을 모두 보유한 우루과이는 이 둘을 측면 미드필더에 배치하고 팀의 주장 디에고 루가노를 축으로 마우리시오 빅토리노, 디에고 고딘으로 구성된 ‘플랫 3’로 프랑스에 맞섰다.   
 
프랑스의 답답한 공격 전개도 한 몫 했지만, 우루과이 역시 시종일관 안정된 수비를 보여줬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시드니 고부에게 결정적인 찬스를 허용했지만 이것이 프랑스가 맞이한 마지막 기회였다.
 
알바로와 막시는 고부와 프랑크 리베리로 구성된 프랑스 측면 공격진과의 스피드 경쟁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루가노는 거친 몸싸움과 제공권 장악으로 프랑스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무실점 경기로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무난한 출발을 보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아직 조별리그 두 경기가 남아있지만,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점에서, 우루과이는A조 최강으로 꼽히는 프랑스전에서 승점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각각16강 진출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만나기만 하면 난투극'으로 번지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대결이 월드컵 무대 본선에서 이루어질지 내심 걱정이 들게 하는 결과이다.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성 있다.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16강 크로스매치가 이루어지는 A조와 B조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사진(C) FIFA 월드컵 홈페이지]
 
   



윤인섭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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