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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다' 조정은 "뮤지컬 그만두려 한 적도, 이젠 연기가 재밌죠" [엑's 인터뷰②]

기사입력 2019.11.04 14:18 / 기사수정 2019.11.04 14:18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뮤지컬 배우 조정은이 오랜만에 관객의 곁으로 돌아온다. 이번에는 작품 속 배역이 아닌 배우 조정은, 인간 조정은 그 자체로 말이다.

조정은은 19, 20일 양일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마주하다’라는 테마로 첫 번째 콘서트를 개최한다.

지난해 출연한 뮤지컬 ‘닥터 지바고’ 이후 공백기를 가진 조정은은 “공백기를 가지려고 작정한 건 아니었다. 쉴 때 작품 제의도 있었는데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별하게 한 건 없는 것 같다. 여행도 다녀오고 가끔 사람들도 만나고 소소하게 보내다 보니 시간이 훅 가더라”라며 근황을 전했다.

데뷔 17년 만에 여는 콘서트인만큼 조정은에게 의미가 깊다.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 무대 위에서 느껴온 여러 감정을 마주하며 관객과 만난다.

“뮤지컬 음악만 들려주는 게 아닌, 가요도 있고 어릴 때 추억이 담긴 노래, 꿈을 심어준 노래 등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연애하면 그 얘기가 내 얘기처럼, 똑같은 가요여도 다 다르게 들리잖아요. 제게도 그런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만큼 관객들도 그 혹은 그녀가 떠올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선곡한 곡들도 있어요. 다시는 볼 수 없는 작품이어서 선곡한 노래도 있고요. 곡마다 스토리가 있죠.”

조정은은 2002년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시작해 데뷔 18년 차에 접어들었다. 뮤지컬 ‘닥터지바고', ‘모래시계', ‘엘리자벳', '몬테크리스토', '드라큘라', '레미제라블', ‘맨 오브 라만차',‘피맛골 연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등 다양한 작품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여자 배우상을 세 번 받기도 했다. 정점에 올랐을 때 영국 유학도 다녀왔다. 자신만의 아우라를 가진 베테랑 배우가 됐지만, 정작 그는 그동안 자기가 가진 능력 이상의 작품들을 만나와 늘 염려스럽고 긴장하며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때는 몰랐는데 내가 가진 것보다 좋은 기회를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이미지나 목소리 색깔은 제가 노력해서 만든 건 아니잖아요. 그런 것들로 인해 주어진 기회가 참 많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좋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아요. 없는 걸 많이 채우려는 시기도 있었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는 과정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난 이런 결의 사람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누구나 그렇듯 조정은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배우를 그만두려고 생각하기까지 했단다.

“상황이나 다른 사람 때문이라든지 일이 안 풀려서 그런 게 아니라 배우로 재능이 있는 게 맞나 생각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에서 오는 질문도 많았고요. 어릴 때 꿈이었고 뮤지컬밖에 모르고 제일 재밌어서 그 힘으로 왔는데 어느 시점에는 꿈이 주는 힘이 소진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유학을 하고 얻고 배우는 게 있지만 무대에 서면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남아있었죠. 내가 재밌고 좋아서 택한 건데 어느 순간 왜 힘들게 됐는지 생각도 했고요. 연기하면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참 재밌다는 생각은 많이 없었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이라 잘하고 싶지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참 재밌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맡은 거니 잘 해내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다 보니 어느 순간 힘들더라고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고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무대를 하면서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연기를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미나 역을 맡은 이후다. “내가 제일 재밌어하고 열정을 갖고 뭘 얻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이 일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드라큘라’를 하기 전에는 잘하고 싶다,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했고 힘들었어요. 남들이 얘기하는 역할의 이미지에 끊임없이 날 맞추려 했죠. 그게 열심히 하는 거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힘들어지면서 안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요.

그 역할에 나를 맞춘 게 아니라 나화 돼서 연기하는 걸 생각하게 된 시점이 ‘드라큘라’였어요. 잘되고 안 되고, 잘했고 안했고를 떠나서 연기하는 게 재밌다는 걸 처음 느꼈고 그때부터 연기를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에는 이 역할이 이 말을 왜 하는지도 모르고 있는 대로 했거든요. 연출님이 주는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잘 생각을 못 했는데 ‘드라큘라’를 하면서는 내가 무슨 말인지 알고 하려 했고 한마디를 하더라도 연출과 의견을 나누려 했어요. 어떨 때는 의견이 달라 충돌하기도 했지만 무대에서 무슨 말인지 모르고 하는 괴로움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연기가 재밌어졌어요. ‘마주하다’에 오는 관객분들도 '내 삶의 여정이 이랬지' 하면서 편안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해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윤다희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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