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9.21 19:54 / 기사수정 2006.09.21 19:54
[3부작] 무차별급 그랑프리 그 이후… 패자부활전을 기대하며(2)
[엑스포츠뉴스 = 김종수 기자] 붉은 팬츠에 선명한 금발, 훤칠하게 쭉 뻗은 신장이지만 마디마디 굵은 골격에 골고루 발달한 근육, 딱히 최고라 할 수 있는 분야는 없지만 또한 딱히 약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도 없는 균형 잡힌 타격과 그라운드 능력, 거기에 상대를 소름끼치게 하는 오싹한 웃음까지….
'러시아군 최강의 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Sergei Kharitonov)는 항상 최강자들을 노려보며 그들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이른바 헤비급 '빅3'라 불리는 사나이들의 바로 아래에서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헤비급 최강 효도르와 러시아 최고 파이터를 마무리 지을 전사로, 현역 군인 세르게이에게는 프라이드 링은 또 다른 전장터였던 것이다.
군인에게 상대에 대한 관용 따위는 애초부터 없다. 자신에게 도전하는 자, 자신이 상대할 자, 누구든 예외 없이 박살을 냈고, 패한 상대들의 데미지는 상상이상이었다.
미들급에서 겁없이 헤비급에 도전했던 무릴로 후아(무릴로 닌자·Murilo Rua)를 위력적인 펀치 연타로 다시 본래의 체급으로 돌려보냈고, 국내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서 프라이드 정상권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던 '부산중전차' 최무배마저 돌주먹의 맛을 보여주며 상승세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어쩌면 계속해서 프라이드에 남을뻔했던 지난 대회 K-1챔피언 '가라데 거인' 세미쉴츠(Semmy Schilt) 역시도 그의 살인적인 파운딩에 처절한 공포를 느끼며 종합무대를 떠나고 말았다.
UFC에서 타격의 달인으로 소문났던 페드로 히조(Pedro Rizzo), '주짓수 세계챔피언출신'의 파브리시오 베우둠(Fabricio Werdum) 등 굵직굵직한 선수들 또한 그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강하다. 분명히 그는 강하다. 언젠가 '빅3'의 균형 구도가 깨진다면 그 중심에는 분명히 그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차별급 그랑프리가 끝난 후의 그 자리는 '예의 바른 쾌남아' 조쉬 바넷이 떡 하니 자리 잡고 말았다.
그는 오히려 '러시아 넘버2'를 다투던 에밀리아넨코 알렉산더(Aleksander Emelianenko)에게 유리한 경기를 펼쳐놓고도 순간의 방심으로 패하고 말아 강력했던 이미지에 심한 손상을 입었다. 몇 개월 전 미들급에서 올라온 알리스타 오브레임(Alistair Overeem)에게 패한 뒤 나름대로 심기일전하고 치른 시합인지라 그 충격은 훨씬 컸다.
14전을 치르는 동안 2004년 8월 15일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Antonio Rodrigo Nogueira)에게 패한 게 유일한 패배였던 사나이가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되던 선수들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만 것이다. 그것도 모두 TKO 패배였다. 무쇠 턱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맷집 하나만큼은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던 세르게이에게는 정말 의외가 아닐 수 없었다.
부상설, 그에 따른 훈련부족과 컨디션 난조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정상급 파이터의 연패를 설명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통산 전적 16전 13승 3패, 최근 3경기 1승 2패…. 갑자기 늘어나 버린(?) 패전 수만큼이나 강력했던 이미지는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자신보다 이름값이 떨어졌던 바넷, 알렉산더 등은 이제 동급 또는 그 이상으로 입지가 올라간 상태이다. 파브리시오 베우둠, 마크 헌트 등도 언제 치고 올라올지 모른다.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경기는 세르게이의 앞으로 프라이드 행보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한판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상품성, 현재 상태 등이 주최 측의 계산 하에 들어갈 것이고, 컨디션 회복 차에서 다소 쉬운 상대가 붙을 수도, 아니면 모 아니면 도식으로 확실한 상대로 서바이벌게임을 종용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존심 강한 현역 러시아군 제 106친위 공정사단 소속 최강의 병사에게 전장의 문은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다음호 예고: '5분의 힘(?)' 알리스타 오브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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