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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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그리스'에 따끔한 침 맞은 허정무호

기사입력 2010.05.31 01:34 / 기사수정 2010.05.31 01:34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큰 대회에서 첫 경기는 아주 중요하다. 첫걸음이 순조로워야 이후 발걸음이 가벼워져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의고사 경기를 펼쳐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허정무호는 순조로운 첫걸음을 위해 아주 따끔한 침을 맞은 셈이 됐다.

허정무호 축구대표팀이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모의고사,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기록,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허정무호는 30일 밤(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에서 열린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8분, 세르게이 키슬약에게 중거리 슈팅을 허용해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패배, 지난 2월 동아시아컵 중국전 패배 이후 3개월여 만에 A매치에서 졌다.

특히 이날 경기는 한국 축구의 필승 카드인 '양박쌍용(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이 모두 출전했음에도 전혀 위협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오락가락하는 비와 젖은 잔디, 그리고 고지대에 위치한 현지 환경에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탓에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한국 선수들은 평소보다 무거운 몸놀림으로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고전하며 어렵게 경기를 펼쳤다.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를 가상한 벨라루스의 전력은 생각보다 탄탄했다.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지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다 해도 조직력이나 정확도 높은 공격력 면에서 한국팀을 압도했다. 파워 넘치는 압박과 물흐르듯 빠르게 이어지는 역습은 흡사 그리스팀을 보는 듯하면서도 세밀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런 벨라루스에 한국은 좀처럼 활력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공수 양면에 걸쳐 허점을 드러내며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 박주영, 이승렬 등 몇몇 공격진들이 분전하기는 했지만 중원에서 장악하지 못하며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지 못한 것은 뼈아팠다.

박지성, 이청용 등 측면 자원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려 했지만 번번이 수비벽에 막혔고, 이 때문에 박주영은 좀처럼 공격 기회를 얻지 못하고 고립되다시피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인 기성용 역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은 패스, 볼처리 등에서 자주 실수를 드러내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경기력 난조만 대부분 보였던 셈이다.

또한, 수비진 역시 곽태휘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면서 갑자기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협력 수비가 잘 이뤄지지 않아 실점으로 이어지는 빌미로 이어지고 말았다. 실점 이후에도 2-3차례 더 위기를 자초하면서 집중력에서 흐트러지는 모습도 있었고, 어렵게 따낸 공격 기회 역시 모두 무위에 그치면서 결국 3개월여 만에 영패를 당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문제만 드러낸 채 '가상 그리스전'을 마친 것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 아니고, 모의고사에서 약점을 노출한 것은 그나마 허정무호 입장에서는 다행일지도 모른다. 모의고사에서 따끔한 예방 주사를 맞은 허정무호가 단기간 내에 이번에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더욱 경쟁력있는 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을 마친 허정무호는 다음달 1일, 23명 최종엔트리 명단을 발표한 뒤 4일 새벽(한국시각), 유럽 최강 스페인과 월드컵 본선 전 마지막 평가전을 갖는다.

[사진 = 축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DB]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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