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9.03 12:01 / 기사수정 2006.09.03 12:01
[엑스포츠뉴스=이성필 기자] 빠른 판단으로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먼저 자리 잡고 볼 소유하기. 상대의 미드필드에서 침투하는 패스를 공격수가 선점하기 전에 잡아내어 우리 공격 연결의 출발점이 되기.
이 두 가지를 이란과의 경기에 이운재를 제치고 선발로 나온 김영광 골키퍼는 훌륭하게 소화했다. 그의 장점인 순발력과 페널티지역 내의 모든 공간을 활용할 줄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실점 상황에서 보여 준 장면은 그에게 수비라인과의 조율을 어떻게 맞춰 나갈지에 대한 숙제를 던졌다. 실점이 누구에게 잘못이 있느냐의 책임을 떠나 최종 수비수인 골키퍼로서 다 잘하고 마지막 하나를 못한 아쉬움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날 그가 보여 준 방어는 괜찮았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이운재의 그늘에 가려 억눌러져 있던 기량을 뽐내기라도 하듯 골 지역을 자신의 영역으로 확실히 만들었다. 전반 6분 처음으로 볼과 마주친 이후 우리의 백패스 시도 때는 안정감 있게 받으며 공격 전개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후 우리의 압박이 이란의 공격진을 조이면서 그에게 이렇다 할 방어 기회는 오지 않았다. 가끔 상대의 미드필드 지역에서 뒤로 돌아들어 오는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패스가 나오면 자신이 먼저 뛰어나와 처리하면서 공격의 예봉을 꺾었다. 전반 25분 알리 카리미의 슈팅 때는 동작을 크게 하며 각을 줄여 이란의 공격을 무디게 만들었다.
김영광은 우리의 공격 전개 때 상대의 역습에 대비에 골 지역 표시라인을 벗어나 미드필드 쪽으로 전진해 이란의 역습에 대비하는 행동을 보였다. 같은 상황에서 이운재의 경우 골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상대의 역습에 대비하기 때문에 김영광의 과감성이 드러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란은 우리의 골문을 향해 여러 차례 침투패스를 시도했다. 이것들은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의 묘한 지역으로 빠져 들어간 경우가 여럿 있었는데 김영광의 전진 방어는 이란의 공격 시도를 무위로 만드는데 분명한 역할을 했다.
더불어 후반 11분 이란의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보여 준 방어는 공에 대한 집중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공격수와의 1:1 상황에서 주심의 오프사이드를 알리는 호각이 늦게 불기는 했지만 이것이 경기진행 상태 일 경우 골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방어 동작은 훌륭했다.
이 상황에서 바로 이어진 우리의 역습 전개에 있어 측면의 동료에게 빠른 볼 전개로 우리의 공격 전개를 이어나가는 역할도 잘 해냈고 종료 시각과 가까워지며 주어진 골 킥 상황에서는 리그에서 보여 주었듯 적절한 시간 보내기로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한 플레이를 해냈다.
또한,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먼저 자리를 선점해 골 지역으로 들어오는 볼을 소유하거나 선방하며 우리의 수비라인을 정비하게 하였다. 이러한 안정감은 상대가 전방으로 압박해 우리 수비가 볼을 돌려도 그를 믿고 편하게 돌릴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김영광의 공간 장악 능력은 대단하다. 이것은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부분이고 공간 장악을 통해 상대의 위협적인 공격이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중에 뜬 볼을 차지하는 능력 역시 지금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앞으로 공간 장악에는 앞 선의 수비수와 분명한 약속을 해야 할 것이다. 종료 직전 발생한 실점 상황은 분명 기분 나쁜 실점 상황이었다. 서로 간 호흡의 불일치를 바로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그를 대표팀 경기 경험부족이라 몰아세우기에 충분한 요소로 작용하는 장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예선을 통해 ‘수비진 조율’이라는 또 하나의 과제를 부여받은 그가 다음 경기에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해결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이날 벤치를 지켰던 이운재도 해결했던 과제였기에 그에게 이번 경기가 약이 되었길 바란다. [사진=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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