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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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서부 결승서 빛난 '별 중의 별' 오덤

기사입력 2010.05.19 15:17 / 기사수정 2010.05.19 15:17

한만성 기자



[엑스포츠뉴스=스테이플스 센터(미국 LA), 한만성 기자] 헐리우드, 베버리힐스 등 화려함을 뽐내는 소도시들을 거느리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이 때문에 우리는 로스앤젤레스를 ‘별들의 도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로스앤젤레스를 가장 화려하게 수놓는 ‘별 중의 별’은 바로 미국 프로농구 NBA 명문 LA 레이커스라고 할 수 있다.

레이커스는 18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2009-2010 NBA 서부 컨퍼런스 결승전 1차전 경기에서 런앤건 공격의 대명사 피닉스 선즈를 128-107로 대파하며 ‘안방불패’를 이어갔다. 지난 달 시작된 플레이오프에서 치른 총 여섯 경기를 모두 손쉬운 승리로 이끈 그들이다.

이날 ‘별들의 도시’를 대표하는 레이커스의 화려함은 총 40득점을 작렬한 코비 브라이언트의 손끝에서부터 뿜어져 나왔지만, 그 못지 않게 찬란히 빛난 별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3쿼터부터 시작된 ‘코비 쇼’의 연출을 가능케 한 포워드 라마 오덤이었다.

오덤은 선즈를 맞아 19점 19리바운드 3도움을 올렸다. 이 수치는 단순히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무려 40점을 꽂아 넣은 브라이언트와 파우 가솔의 21득점에도 못 미치지만, 레이커스의 1차전 승리를 이끈 오덤의 존재감은 그 누구의 활약보다 의미 깊었다.

사실 레이커스는 이날 경기 초반 불안한 시작을 보이며 홈 경기장인 스테이플스 센터를 가득 메운 홈팬들을 긴장케 했다.  압도적인 우세가 예상된 골밑 싸움에서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와 로빈 로페즈의 허슬 플레이에 흔들렸고, 선즈의 빠른 패스 게임에 허점을 노출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초반 끌려가던 레이커스가 분위기를 대반전 시킬 수 있도록 불을 지핀 주인공은 브라이언트도, 가솔도 아닌 오덤이었다.

오덤은 1쿼터 5분 가량을 남겨두고 앤드류 바이넘을 대신해 코트를 밟았다. 이어 그는 1분만에 재빠른 스핀 무브에 이은 외곽슛으로 첫 득점을 신고한 뒤, 3점슛을 작렬시키며 경기를 22-22 원점으로 돌렸다. 나아가 그는 브라이언트가 하이포스트에서 찔러준 패스를 골밑에서 이어 받아 깔끔한 레이업으로 마무리하며 레이커스에게 첫 리드를 안겼다.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레이커스는 2쿼터에도 ‘오덤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덤은 화려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돌파력으로 쉴세 없이 선즈의 수비진을 괴롭히며 2쿼터에만 8점을 추가했고, 레이커스의 리드를 7점차로 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팀이 거둔 대승의 초석을 다졌다. 그는 2쿼터를 1분여 남겨두고 조시 파웰과 교체되자 관중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어 오덤의 진정한 매력은 경기가 3,4쿼터로 접어들며 극명히 드러났다. 그는 팀의 간판스타이자 주득점원인 브라이언트가 3쿼터에만 21점을 폭발시키며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하자 리바운드와 공격의 물꼬를 트는 아웃렛 패스를 뿌리는 데 집중하는 조력자 역할을 맡으며 팀 전술에 중심을 가져왔다.

1,2쿼터에는 총 15득점을 몰아치며 득점원 역할을 수행했으나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3,4쿼터에는 11리바운드 2도움으로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음을 증명한 오덤이었다. 경기 후반부터 펼쳐진 브라이언트와 가솔의 ‘투맨 게임’도 상황에 따라 레이커스의 득점자와 조력자의 역할을 자유자재로 오간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양 팀의 맞대결을 앞두고 다소 골밑이 허술한 선즈의 약점을 레이커스의 센터 바이넘이 어떻게 파고 드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레이커스는 이날 오덤의 맹활약이 있었기에  단 4득점에 그친 바이넘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었다.

앨빈 젠트리 선즈 감독 또한 이날 패배의 원인을 무려 61점을 합작한 브라이언트와 가솔의 활약이 아닌 오덤의 존재감에서 찾았다. 그는 경기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브라이언트와 가솔은 언제나 꾸준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오덤이 오늘과 같은 활약을 펼치는 날이라면 우리에겐 승산이 없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 스테이플스 센터 입구에 위치한 매직 존슨 동상 -- 오덤의 프로생활 초창기 시절, 포워드의 몸을 지닌 그가 선보인 포인트가드 버금가는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은 팬들은 "제2의 매직 존슨이 나타났다"며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덤은 2미터 8센티미터의 장신 포워드에게선 보기 힘든 돌파 및 패스 능력을 두루 갖춘 기술에 의존하는 빅맨이다. NBA를 통털어 파워포워드, 혹은 센터의 체구에 오덤과 같은 기술과 순발력을 겸비한 ‘빅맨’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수준급 패스를 뿌릴 수 있는 능력 지닌 ‘빅맨’들은 무수하도 볼 수 있을지언정, 오돔과 같이 NBA 최고급 리바운드 능력과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자질을 동시에 지닌 이는 전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레이커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오덤을 상대할 때면 분빈 골밑에서 그의 존재감을 이겨내고 리바운드를 잡는 데만 집중할 수도 없다.

이유는 대부분의 ‘빅맨’들이 리바운드를 잡은 후 경기의 템포를 늦추거나 재빨리 공을 팀의 포인트가드에게 내주는 반면 오덤은 자신이 직접 리바운드를 갈취한 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공격의 물꼬를 트는 아웃렛 패스를 뿌리거나 수비진영에서 상대편 골밑까지 파고들어 득점을 하는 플레이메이커의 기질까지 갖추고 있는 탓이다.

다만, 실력 자체만 놓고 본다면 그 어느 수퍼스타에 견줄 수 있을만한 오덤의 취약점은 다소 심한 기복이다. 실제로 그는 레이커스가 지난 플레이오프 1,2라운드에서 만난 오클라호마 시티 선더와 유타 재즈를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아왔다.

오덤 또한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두 라운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내가 빛날 기회가 올 수 있으리라 믿었기에 드디어 오늘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다”며 이날 펼친 속죄의 활약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오덤은 “레이커스는 현재 디펜딩 챔피언이자 3년 연속 NBA 파이널 진출을 노리고 있는 팀이다. 이런 팀을 대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걸맞는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안고 있다”며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대부분의 농구팬들이 칭송하는 레이커스의 별은 여전히 브라이언트와가솔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비록 가장 빛나는 별은 아닐지라도, ‘별들의 도시’를 대표하는 레이커스가 뿜어내는 빛의 선명함이 최고도에 달하기 위해선 오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한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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