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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

기사입력 2006.08.17 04:50 / 기사수정 2006.08.17 04:50

김주영 기자



[글=김주영]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세계 최고 시설의 축구전용경기장이다. 대형할인마트와 영화관, 스포츠센터와 예식홀 등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기는 하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축구를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프로축구단 FC서울이 경기장 사용 문제로 지난 12일 펼쳐졌던 수원 삼성과의 FA컵 8강전 직후 "홈 구장은 홈구장인데, 홈 구장 같지 않다."라며 많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FC서울은 수원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1일 선수들의 적응 훈련을 이유로 관리공단 측에 경기장 사용을 신청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전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공단 측은 잔디 훼손을 이유로 하여 사용을 불허했다. 이에 FC서울 측에서는 같은 재질의 잔디를 갖춘 보조 구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이 역시 끝내 허가를 받지 못해, FC서울 선수들은 구리의 구단 소유의 훈련장에서 훈련을 해야 했다.

결국, 홈 경기임에도 그에 상응하는 아무런 이점도 얻지 못한 채 수원에 아쉽게 승리를 놓쳤고, 4강 진출이 좌절되자 FC서울 측은 홈 구장 사용에 대한 아쉬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서울시 자치단체의 소유로 FC서울 역시 서울시설공단로부터 경기장을 빌려쓰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홈 구장임에도 불구하고 FC서울은 경기장과 관련된 모든 부분의 사용을 소유주인 서울시설공단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FC서울이 시설공단 측에 내는 사용료는 규정상 최고 수준. 그나마 지난해 재협상 끝에 어렵사리 일부 임대료를 낮춘 상태이지만 이 역시도 다른 자치단체 소유의 월드컵 경기장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똑같은 월드컵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는 타 구단들이 지자체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받는 부분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또한, 사용 구단의 요청에 따라 잔디를 짧게도, 길게도, 잔디에 물을 촉촉하게 뿌려 홈 구장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주는 부분도 FC서울은 타구단 사정과는 상반되는 이야기다. 잔디의 상태는 경기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축구장은 다른 사업을 위한 곳이 아닌 축구를 위한 곳이다. 그것을 홈구장을 사용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구단의 입장에서 자치단체의 충분한 이해와 협조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게다가 임대를 줬으면 임차인은 임대인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 기본 인식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싫으면 말라는 식의 태도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오히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 중인 FC서울보다 대표팀의 경기가 무슨 이유여서인지 경기장 사용에서부터 광고 설치까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고 있는 실정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올해 A매치와 평가전이 잡혀있는 횟수를 세어보면 과연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FC서울의 홈 구장인지 대표팀의 홈 구장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만약 대표팀 경기 때 우리에게 유리하니 잔디에 물을 뿌려달라고 했으면 그때도 안 뿌려줄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잔디 훼손의 이유 역시 지난 5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개최되었던 서울 국제 여자 축구 대회에서 1주일 동안 7경기를 치렀던 전례를 상기해본다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편, 이와 관련해 FC서울은 서울시에 매년 월드컵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에 추가로 일정 금액을 더하여 주겠다는 조건으로 경기장의 운영권을 넘겨달라는 제의를 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기장에 대한 운영권을 넘겨받은 뒤 경기장을 활용한 추가적인 수익 구조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현재 K-리그의 클럽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현대식 경기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달리 클럽에 소유권이 없어 구장을 활용한 수익 사업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월드컵 경기장에 대형 할인 마트나 영화관 등을 경기장 내로 들여 수익 사업을 한다지만 이것 역시 클럽과는 무관한 해당 자치단체의 수익이다.

또한, 유럽의 클럽들은 경기 직후 피로 회복을 위한 최신식 설비나 선수와 기자들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카페 등도 경기장 내에 설치하여 선진 축구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 역시 K-리그의 팀들에게는 남의 일이자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경기가 끝나면 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기가 바쁜 것이 실정이다.

만약 FC서울이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게 된다면 경기장을 활용한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 또한, 홈 어드벤테이지는 물론 추가적인 클럽 시스템 확충으로 질적으로 더욱 나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고, 시설 확충으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더욱더 편안한 경기관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축구장에서는 축구가 최고 우선이 되어야 한다. 한국 축구의 발전과 시민들의 안락한 삶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월드컵 경기장이 어느 순간부터 본연의 목적에 소홀해진 느낌을 받는다. 충분한 이해와 적극적인 협조만이 구단과 축구 그리고 자치단체 모두를 위한 공생의 길일 것이다.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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