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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국-정조국, 황금 콤비 부활하다

기사입력 2006.08.04 08:28 / 기사수정 2006.08.04 08:28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지난달 28일 발표된 새로운 국가대표팀 예비 명단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두 선수가 있다. 지난 2002년 아시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명품 콤비’ 정조국(22, FC 서울)과 최성국(23, 울산 현대)이 바로 그들이다.

될성부른 떡잎으로 많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었던 두 선수는 지난 2006 컵 대회에서 지난 수년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낸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축구의 ‘차세대’라고 불렸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최성국은 컵 대회에서 8골로 당당히 득점왕에 올랐고, 정조국은 팀 선배 김은중과 함께 FC 서울의 공격을 이끌며 2골 3도움을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 만만치 않네~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던 두 선수지만, 프로에 데뷔해서는 난생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데뷔 첫 해는 두 선수 모두 훌륭했다. 2003년 나란히 울산과 안양(서울)에 입단한 두 선수는 성민 무대에서도 빠른 적응력을 보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었다. 최성국은 7골을 터트리며 울산의 공격을 이끌었고, 정조국은 12골을 뽑아내며 선배 최성국을 제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었다.

이들의 활약은 K-리그를 뜨겁게 만들었고, 한국 축구에 새로운 명콤비의 탄생에 축구계가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빠르고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최성국과, 감각적이고 정확한 득점력을 보유한 정조국의 조화는 축구팬들이 기다리던 바로 그런 조합이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았다. 2004년부터 두 선수는 나란히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최성국은 1골 4도움에 그치며 프로의 벽을 실감해야 했고, 정조국은 2득점 1도움에 그쳐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팬들은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린 것이라고 얘기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지만, 부진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최성국은 일본 J-리그의 가시와 레이솔에 6개월 임대 선수로 이적하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자기 자신

데뷔 2년부터 급격한 페이스 저하를 보이기 시작한 두 선수는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다. 선수 생활을 걸만한 큰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두 선수의 부진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는데, 이 또한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선수의 닮은 점이었다.

그런 최성국과 정조국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어린 시절 실패를 모르던 성공과,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에 빛나는 히딩크 사단의 월드컵 훈련 멤버로 발탁되면서 두 선수의 자신감을 하늘을 찔렀다. 모두가 차세대 한국 축구의 에이스라 지목했듯이 그들도 그렇게 믿었고,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 지나친 자신감은 자기 자신에게 조금씩 관대해지기 시작했고, 조그만 실패에도 크게 좌절하고 말았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색깔이 되어버린 체력과 압박이란 두 가지 키워드에 이 두 선수는 그리 적합하지 않았고, 자신의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믿음이 산산이 깨지면서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컵 대회 이후 정조국 선수가 인터뷰에서 ‘실력을 너무 믿고 자만과 나태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듯이, 두 선수의 지나친 자신감은 결국 이들을 선수 생활 이후 첫 슬럼프로 빠지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최성국과 정조국은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처음부터 시작하기 시작했고, 독일 월드컵 엔트리 탈락도 당연히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런 각오는 결국 나태하고 자만했던 자신을 깨워 새로운 선수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고, 그 열매를 비로소 보기 시작한 것이다.

‘풍요 속 빈곤’이었던 대표팀 공격라인에 단비

지난 독일 월드컵에 출전했던 안정환 이천수 박주영을 비롯해, 조재진 정경호 설기현 박지성까지 대표팀의 공격라인의 질적 규모는 무시하기 힘들다. 여기에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이동국과 대표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도 즐비해 대표팀의 공격 라인은 포화상태이다.

하지만, 문제는 확실하고 믿을만한 조합을 찾지 못했다는데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 조재진을 축으로 이천수 박주영 박지성 설기현 등이 나서고 안정환을 조커로 활용했지만, 무릎을 칠만 한 공격력이 나오지는 않았었다.

또, 공격수가 서로 협력하며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도 찾기 힘들었다. 각자의 기량은 출중하지만, 한데 모아놓고 경기력으로 환산하니 시너지 효과는커녕 각자가 가지고 있는 경기력의 100%도 보여주지 못했었다. 한 마디로 공격진 ‘조합’의 실패였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조국과 최성국 콤비의 부활은 무척이나 반갑다. 최성국과 정조국은 청소년 대표시절부터 손발을 맞춰온 꽤 오래된 협력자다. 지난 200년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이 둘은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한국을 대회 우승에 올려놓았다.

위치 선정과 탁월한 득점력을 뽐내는 정조국과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를 앞세워 공간을 침투하는 최성국의 장기는 서로 잘 융합되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들의 도전은 스리톱이라는 다소 단조로운 공격 방법에 얽매여 있는 한국 축구에 또 다른 활력소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아직 8월 16일 열리는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 2차전에 이 둘 모두가 탑승할 수 있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과거 보여주었던 그정도의 가능성이라면 그리고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해 나간다면, 최성국과 정조국이라는 카드는 분명 한국 축구의 무서운 공격 조합으로 성장할 것이다.

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한 최성국과 정조국. 이제 시작일 뿐인 축구 인생에서 더 크고 화려한 선수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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