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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학생 야구, '예의'가 먼저다

기사입력 2010.05.03 07:58 / 기사수정 2010.05.03 07:58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서울 목동, 김현희 기자]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과 2009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결승전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이라는 숙적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야구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일본은 매너 없는 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2008올림픽에서 일본 선수들은 일명 '뿔나팔 응원'으로 선발 김광현을 흔들어 놓았던 경험이 있었다.

당시 1루 베이스 코치였던 김광수 코치는 MBC ESPN과의 인터뷰에서 그때를 떠올리며 "(김광현이) 와인드 업을 할 때마다 일본 선수들이 '깔때기'라는 응원 도구로 소리를 쳐서 김광현 선수의 투구 벨런스를 무너뜨리기도 했다"며 비매너로 일관한 일본 야구에 일침을 놓은 바 있다.

김광현을 무너뜨린다고 짜낸 일종의 '편법'이었지만, 일본은 결국 6-2의 패배를 당하며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모두 지는 치욕을 당했다.

2009 WBC 결승전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당시 1루 주자였던 나카지마가 2루수 고영민의 다리를 손으로 밀며 더블 플레이를 방해했던 것. 결국, 국가대표팀은 2009 WBC 우승을 일본에 넘겨줘야 했지만, 일본은 그에 상응하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장면이 이번 대통령배 고교야구에서 ‘또 다시’ 재현됐다.

학생 야구, 예의가 먼저다

2010 대통령배 고교야구는 1회전부터 우승 후보들 간의 '매치 업'으로 상당히 관심을 모았다. 광주일고와 군산상고의 개막전도 그러하지만, 충암고와 서울고의 경기 역시 웬만한 프로 선수들 못지않은 수준을 자랑하며, 야구장을 찾은 이들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최현진(충암고)과 임정우(서울고)로 대변되는 에이스 대결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 설레게 했을 정도다.

그러나 살얼음판을 걷는 명승부에 걸맞지 않은 일부 '학생답지 못한 응원매너'가 선보였다는 사실이 다소 아쉽기만 하다.

0-0의 팽팽한 승부를 마감하는 득점이 나오는 순간, 일부 선수들은 덕아웃 경계를 넘어 1루 측 코치박스까지 진출하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학생다움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는 16강전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충암고와 원주고의 16강전이 열린 2일 목동구장. 첫 경기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점수가 나자 일부 선수들이 상대 덕아웃을 향하여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가 상대 응원단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몇몇 격분한 학부형들은 그라운드를 향하여 "왜 저 모습을 보고 경고를 주지 않느냐. 퇴장시켜라!"고 외치기도 했다. 때마침 기자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구경백 홍보이사 역시 "덕아웃 선수는 상대팀의 야유행위나, 학생 선수로서 어긋난 행동을 금지하며, 심판위원의 1차 경고 후 재발시 즉각 퇴장 조치한다는 경기진행규정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면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의 행동을 한 학교는 지난해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도 결승전 당시 상대팀을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우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마야구팬의 질타를 받았던 '전례'가 있었다. 이에 프로 스카우트들 역시 "하루 이틀 나온 문제가 아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학생다운 예의와 상대팀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순간이었다.

학생들, 어른들의 그릇된 응원문화를 보고 자란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 선수'들의 눈살 찌푸려지는 응원 문화는 동문/어른들의 '그릇된 응원 문화'에 영향을 받은 탓도 있다. 즉, 무조건 '학생 선수'들만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본지에서는 지난해 대통령배 대회를 통하여 야구장도 '교육의 현장'임을 역설한바 있다(2009년 5월 1일자 기사).

당시 이 학교 응원단은 대통령배 준결승전에서 상대 에이스 박화랑(현 삼성 라이온스. 당시 대구 상원고)이 와인드업을 하는 순간, 큰 뿔나팔을 불며 릴리스 포인트를 놓치게 한 전례가 있었다. '뿌~' 하는 소리에 박화랑이 잠시 멈칫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되었고, 1-2로 모교가 리드 당하고 있는 순간부터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 본지에서는 지난해 대통령배 대회에서 모 학교의 '뿔나팔 응원'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뿔나팔 응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문제는 이 '뿔나팔 응원'을 주도하는 사람이 동문/어른들이라는 데에 있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예절'을 강조하는 학생야구에서 봐야만 했던 '옥에 티'였기에 더욱 아쉬울 뿐이다.

더구나 학생들도 아닌, 어른들이 앞서서 그런 행동을 보였다는 것은 스스로 응원하는 팀에 먹칠을 하는 결과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학교 응원단은 동일 대회 16강전에서 작년과 똑같은 '뿔나팔 응원'을 선보였다. 이 모습을 학생 선수들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야구장도 교육의 장소

프로야구장은 오락의 장소다. 즐기면서 보는 맛이 있다. 그러나 아마야구의 현장은 소풍의 장소이자 '교육의 장소'다.

그러한 교육의 현장에서 어른들이 학생들 앞에서 차마 못 볼 장면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야 한다.

술에 취해 그라운드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학부형의 모습부터 시작, 상대팀 공격을 방해하는 정도의 응원 문화를 더 이상 안 봤으면 한다. 물론 아마추어 야구이기에 프로에서 차마 못 볼 정도의 응원도 용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응원 문화를 보고 자란 학생 선수들이 추후 프로에서도 활약해야 할 인재임을 되새긴다면, 어른들이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예의 없는 응원 문화'가 계속된다면, 결국 욕을 먹는 것은 현재 프로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뿐이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김현희 기자]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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