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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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을용 국내 복귀 '반갑네'

기사입력 2006.07.20 08:34 / 기사수정 2006.07.20 08:34

손병하 기자
 [엑스포츠뉴스=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투르크 전사’ 이을용(31)이 돌아왔다. 터키 프로리그인 트라브존스포르에서 활약하던 이을용은 19일 FC 서울과 입단 계약을 체결하며, 2년여의 터키 생활을 접고 국내 프로리그에 복귀했다.

무성했던 프리미어리그로의 이적설을 뒤로하고 갑자기 내려진 결정이라 다소 의외이긴 하지만, 이을용의 국내 복귀는 충분히 반기고도 남을만한 일이다.

▲ 이을용의 복귀를 알리는 FC 서울 홈페이지
ⓒ FC 서울

국내 복귀, 잘한 결정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4호’의 가능성이 컸던 이을용의 갑작스러운 국내 복귀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터키리그에서 수준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었던 이을용에 대한 빅 리그들의 관심은 높았고, 이을용의 이적은 월드컵 이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눈에 띄는 활약은 고사하고 주전조차 확보하지 못하면서 스카우터들로 하여금 의문 부호를 달게 했고, 세리에 A의 유벤투스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이 승부 조작과 관련해 세리에 B로 강등되면서 좋은 선수들이 대거 이적 시장으로 쏟아져 나와 이을용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빅 리그에 얽매여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끌며 틈을 엿보는 것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을 끊김 없이 이어가고자 한 것은 분명 잘한 선택이었다. 이을용은 우리 나이로 벌써 32살이다. 앞으로 선수 생활은 길어야 3~4년이다. 마지막을 빅 리그에서 불태웠으면 더 바랄 나위 없겠지만, 나빠진 상황에 미련을 갖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른바 ‘빅 3’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리그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자국 리그가 탄탄하기로 소문난 터키 리그에서 세 시즌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보냈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을용 측에서 아직 빅 리그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듯이 언제든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면 더 큰 물을 향해 나갈 수도 있겠지만, 침체 될 대로 침체 된 국내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한 명 더 늘었다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이을용, 스타 부족한 K-리그에 보석 같은 존재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배 이호에게 밀리며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던 이을용이지만, 월드컵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전부일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이고, 그 특성도 강한 체력과 몸싸움을 즐기는 전형적인 홀딩맨의 능력을 갖고 있는 이을용이다. 여기에 감각적인 왼발 프리킥과 패싱력 등은, 하석주와 고종수 이후 목말랐던 한국 축구의 ‘왼발’이 되기에 충분했었다.

비록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의 전술상 맞지 않아 이호에 주전자리를 빼앗기긴 했지만, 이을용의 가치는 국내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런 능력을 갖춘 이을용의 복귀는 스타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리그에도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을 비롯해 안정환 차두리 조재진 등, 대부분의 스타급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있어 K-리그는 상대적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 스타가 부족했다.

박주영(서울) 이천수(울산) 김남일(수원) 등이 국내 리그에서 팬들을 몰고 다니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K-리그에 스타는 여전히 부족하다. 더군다나 독일 월드컵 이후 기대했던 만큼의 ‘월드컵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이을용이란 스타의 복귀는 더 반갑다.

또, 터프하고 거센 터키 리그에서 살아남은 이을용의 값진 경험은 치열함과 세기가 떨어지는 국내 미드필더들에 새롭고 훌륭한 교본이 될 전망이다.

이을용의 복귀는 개인으로 보나 프로 축구 전체를 놓고 보나,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결정이었다. 또, 빅 리그를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올 만큼의 여유를 찾은 이을용의 모습도 보기에 나쁘지 않다.

2년여 만에 국내 축구팬에게 선을 보이게 된 이을용. 월드컵 기간에 보여주지 못한 ‘투르크 전사’의 참 맛을 국내 리그에서 마음껏 펼쳐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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