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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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동렬의 '마무리론'과 오승환의 '피홈런'

기사입력 2010.04.23 00:18 / 기사수정 2010.04.23 00:18

김진성 기자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수상하다. 22일 대구 한화 전에 컨디션 점검 차 9회 1사 이후에 등판했던 오승환은 첫 타자 신경현에게 안타를 내준 후 이대수에게 비거리 120m짜리 좌월 2점 홈런을 맞았다. 그는 22일까지 8경기 등판해 홈런으로만 5실점을 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21개의 홈런을 맞는데 그쳤던 그가 올 시즌에는 벌써 3개째 피 홈런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이 무려 5.63으로 치솟았다. 오승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구위만 AGAIN 2006

삼성 선동렬 감독은 지난 21일 대구 한화 전을 앞두고 오승환의 투구내용을 분석하며 "직구에 힘이 있지만 변화구에 약해 타자들이 직구만 노려 친다"고 지적했다. 맞는 말이다. 오승환의 볼은 분명 힘이 있다. 그러나 직구만 그렇다. 올해로 데뷔 6년 차지만 아직 타자를 확실히 유인할 변화구가 없다. 슬라이더와 느린 커브가 있지만 스트라이크 존으로 넣었다가 빼는 능력이 부족해 타자를 유인하는 맛이 떨어진다. 그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오직 직구만 기다리면 된다. 그가 한창 잘나갔던 시절인 2006시즌에는 타자들이 그 ‘돌 직구’에 알면서도 속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각 팀 타자들은 더 이상 그의 돌 직구에 알면서도 속지 않는다. 구위는 ‘4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결과는 ‘딴 판’인 셈이다.
 
지난 시즌 어깨통증으로 조기에 시즌 아웃 된 오승환은 사실 올 시즌을 절치부심하며 기다렸다. 그는 어깨 상태만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돌 직구'로 다시 한번 리그를 평정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그 계산은 ‘오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그는 4년 전의 구위를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의 성장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오승환은 올 시즌 타 팀 마무리 투수들에 비해 세이브를 올릴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피 홈런 3개 중 2개가 블론 세이브로 이어지며 시즌 2세이브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세이브 대결에서도 한 발 ‘멀어진’ 분위기다.
 
'마무리론'과 '피홈런'의 부조화

선 감독은 좋은 마무리 투수의 요건에 대해 "자신의 볼에 대한 믿음, 제구력, 타자를 압도할 직구, 직구의 위력을 배가해줄 변화구"라고 설명했다. 선 감독의 지론에 따르면, 오승환은 현재 직구의 위력을 배가해줄 변화구가 부족한 상태다. 타자를 유인할 변화구가 없으니 타자들은 계속해서 직구만 노리는데, 최근 한국프로야구의 타자들은 대부분 많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타격훈련으로 힘이 전체적으로 좋아지면서 오승환의 직구를 그대로 안타나 홈런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유독 오승환은 왜 피홈런이 잦은 것인가? 

그것은 바로 원래 직구의 제구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투수이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스트라이크든 볼이든 관계 없이 직구를 우겨 넣어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타자를 힘 대 힘으로 압도하면서 배트에 밀린 타구를 양산해 범타나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예전보다 힘이 좋아진 타자들은 가운데로 몰린 오승환의 직구에만 타이밍을 맞춰놓은 채 그 공이 들어오면 자기 스윙으로 연결하다 보니까 홈런이 나올 가능성이 올라갔다. 
 
이제는 변신하라

올 시즌 초반 오승환은 선동렬 감독의 '마무리론'에 적합한 모습과 거리가 있다. 오승환은 선 감독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변신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마침 올 시즌에는 팀 선배 배영수, KIA의 서재응, 두산의 김선우 등 유독 최근 몇 년간 부진했던 투수들이 ‘변신’으로 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결국 그의 올 시즌 아쉬운 모습에 대한 해결 책은 결국 ‘변화구 장착’과 ‘제구력’이다. 그는 느린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질 줄 알지만 제구력이 떨어진다. 시즌 중에 꾸준히 보완해 실전에서 효과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카운트를 잡는 직구도 가운데로 꽂아 넣는 비중을 낮추고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로 던지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 잇단 피 홈런에 의기소침할 법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자신의 볼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선동렬 감독이 마무리 투수가 가져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자기 공에 대한 믿음'은 여전한 것이다. 이제 그 '믿음'을 바탕으로 약점을 보완해 다시 '최고 마무리'로 돌아와야 할 오승환이다.   

[사진= 올 시즌 피홈런이 불어난 오승환 (c)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김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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