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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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특선] 성차별? 휠체어 농구에는 없어요②

기사입력 2010.04.20 14:33 / 기사수정 2010.07.16 16:02

조성룡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스포츠가 아름다운 이유는 단순히 승패가 갈리고 그들의 이야기와 땀방울이 담겨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멋진 매너를 보여주고 감동을 주는 스포츠맨쉽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이제, 그 아름다웠던 이야기, 하지만, 사람들이 보지 못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7일 고양시 홀트 장애인 종합 체육관, 고양시장컵 홀트 전국 휠체어 농구대회 첫째 날이었던 이 날은 각 팀들이 첫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세 번째 경기, 무궁화전자와 춘천 스마일의 경기는 휠체어 농구의 강호 무궁화전자의 첫 경기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경기를 이미 마친 다른 팀 선수들도 그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다. 그만큼 긴장이 되는 경기, 하지만 춘천 스마일의 전력이 무궁화전자만큼 강하지 못한 탓에 경기는 너무나 쉽게 무궁화전자의 압승으로 흘러간다.

이미 점수는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상황, 이 때 춘천 스마일의 감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다. "경선아, 한번 나가봐라" "네? 저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투입, 그것은 바로 수많은 남자 선수들 사이에서 여성 선수를 투입하는 순간이었다.

휠체어 농구에서는 대회 규정마다 여성 선수 투입 여부를 정해놓고 있다. 이번 홀트 대회에서는 여성 선수 투입이 가능했고, 따라서 춘천 스마일은 보유하고 있던 여성 선수를 코트에 투입시킨 것이었다. 급히 책을 찾아보니 그 선수의 이름은 강경선(29), 뭐랄까,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생긴다.

역시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여성 선수가 뛰기는 힘든 걸까, 변변한 리바운드 하나 잡아내지 못하고 연방 헛손질을 해댄다. 수비도 마찬가지, 무궁화전자의 선수들은 아예 선수 한 명이 없다는 듯이 더욱더 여유를 가지고 경기를 진행한다. 어쨌든 춘천의 선수들도 감독도 속이 탔을 것이다.

그 때, 춘천 스마일이 오랜만에 공격 기회를 잡았다.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점수이지만, 최대한 만회를 하려는 듯 부지런히 패스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도중 그 패스를 강경선이 잡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 감동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강경선이 공을 잡자마자 수비에 집중하던 무궁화전자의 선수들은 모두 수비를 중단했다. 그리고 코트에 있던 모든 선수들이 강경선을 바라봤다. 골을 넣으라는 심정으로. 그리고 강경선의 슛은 깔끔하게 림을 통과했다. 순간, 체육관 내에 큰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처음으로 경기에 나서 득점에 성공한 본인도 기뻤겠지만, 그 선수를 배려해주고 같이 기뻐할 줄 아는 다른 선수들도 내 눈에는 감동으로 비쳤다. 이후 강경선은 상대팀 선수의 배려와 동료 선수의 협조로 무려 6골, 총 12점을 넣게 된다.

이번 대회도 엄연히 조별예선을 거쳐 우승팀과 준우승팀을 가리는 대회이다. 하지만, 승패보다 먼저 같은 장애우 동료의 멋진 경기를 위하여 양 팀 모두가 합심하는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첫 데뷔 무대, 긴장과 동시에 설렌다.

경기가 끝나고 강경선을 직접 만났다. 동료 선수들의 부러움과 칭찬 속에서도 강경선은 쾌활하게 말을 이어간다. "오늘 처음으로 경기 뛴 건데, 뭐가 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너무 정신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경기가 끝나서 다행이네요(웃음)"

직접 그녀에게 이 날 있었던 그 감동적인 장면을 언급했다. "아, 정말로 고마웠죠. 제가 그렇게라도 안 했으면 어떻게 경기를 제대로 참여할 수 있었겠어요, 감독님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그렇고 오늘 많은 신세를 진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 승패 역시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건 같은 동료와 함께 멋지게 뛸 수 있는 스포츠맨십이었다. 그들의 매너는 다른 곳에서 훈련을 받거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그들의 모습, 이것이 휠체어 농구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각오 한 마디 들어봤다. "앞으로 열심히 농구를 즐길 거에요, 예전에 휠체어 레이싱을 하다가 농구를 시작했지만, 농구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지켜봐 주세요" 다시 힘차게 휠체어를 밀며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 너무나 아름다웠다..(3편에서 계속)

[사진=강경선 (c)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조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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