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6.26 12:35 / 기사수정 2006.06.26 12:35
- 16강 탈락 아쉬움 접고 진짜 ‘우리 축구’를 즐기자!
[엑스포츠 뉴스=김형준 기자]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많은 국민이 억울한 경기라고 느꼈을 것이다. 0-2의 패배, 외형상으로는 완패였지만 후반 중반 수차례의 편파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판정 이후 급격히 하락한 팀의 분위기는 모든 이가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이따금 비추어진 아드보카트 감독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있는 모습을 보고 TV 앞 시청자들의 시청 의욕마저 떨어졌을 것이다.
일단 오프사이드 판정 시비에 대한 부분은 수비수 이호의 발을 맞고 공격 진영으로 연결된 공이었다는 판단, 혹은 상대 공격수의 발에서 공이 떠난 시점에 앞선 상대선수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판정을 내린 주심의 판단이 옳았을 수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그 장면을 제외하고도 상대수비수의 핸드볼 파울 및 수차례의 파울 상황에서의 미심쩍은 판정은 보는 이를 아쉽게 했다.
16강 진출 자체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하노버의 건너 동네 쾰른에서는 비에이라와 앙리의 연속골로 프랑스가 앞서나가며 사실상 우리가 기대한 경우의 수와는 멀어져가는 상황이었다. 16강 티켓은 순전히 우리 힘으로 만들어 나가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1승 1무 1패, 승점 4점에 3득점 4실점이라는 성적표를 낸 한국. 홈에서 열렸던, 그리고 초과성과를 달성했던 2002년 월드컵을 제외하면 그 이전의 어느 대회와 비교해 보아도 대단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한마디로 만족해도 될 만한 수치상의 성적을 이루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경기의 0-2 패배에 대한 아쉬움은 한국의 국민이라면 대부분이 느끼고 있는 감정일 듯하다. 하지만 ‘세계인의 축구 축제’의 주인공 후보 명단에서 한국이 제외된 이상 한국인들의 마음에서 이미 월드컵에 대한 의미는 현저히 퇴색한다.
시청 앞 광장에서는 경기 시작이 14시간이나 남은 23일 오후 2시경부터 약 300여 명의 거리응원을 위해 모여 있었고, 경기 시작 시에는 광화문과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이뤄진 거리응원인파가 약 40만 명에 육박했다.
새벽 4시에 펼쳐지는 경기를 보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대~한민국’을 함께 외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대학생들의 여름 방학에 ‘놀토’까지 겹쳐 중-고등학생, 회사원 등 대다수 시민의 발이 자유로워져 거리응원 인파가 지난 프랑스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시청응원’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인원도 적지 않았다.
비록 16강 탈락이라는 아쉬운 결과로 끝났지만, 세계 각지에 ‘대~한민국’을 알리기에는 충분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은 또다시 ‘아시아 최고의 축구 선진국’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심어줬다. 외신들에서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앞다투어 ‘붉은 악마’의 활약상을 다뤘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면 안 된다. 그것은 단지 우리 국민이 멋들어지게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다. 한국의 현실은 ‘아시아의 축구선진국’이 라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다.
오늘 뿔뿔이 흩어진 수많은 거리응원 인파가 다시 한 번 모여 ‘축구를 위해’ 목소리를 외쳐야 할 때는 4년 후에나 있을 2010 남아공 월드컵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그때까지 축구를 즐길만한 꺼리가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예상 외로’ 축구를 즐길만한 장소가 많다. K리그 14개 구단과 내셔널리그 11개 구단 모두 각각의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꾸준히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당장 월드컵 폐막 이전인 7월 5일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팀인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K리그 경기가, 주말인 7월 8일에는 인천 문학 월드컵 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펼쳐진다.
경기가 열리는 모든 장소가 지난 2002년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전해준 월드컵 경기장이다. 울산 문수월드컵 경기장은 국내의 월드컵 경기장 중 가장 먼저 지어진 곳이며 인천 문학 경기장은 우리나라가 박지성의 선취 결승골에 힘입어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둘도 없는 성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억이 깃든 곳에서 ‘우리나라’도 아닌 ‘내 지역’팀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크나큰 기쁨이다. 9월 2일부터는 대부분 광역 지자체를 연고로 하고 있는 K리그와는 달리 이천, 김포, 서산, 강릉, 고양 등 중소도시연고 팀들이 즐비한 내셔널리그가 재개된다.
물론 경기 수준에서야 국가 대항전이나 유럽리그와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난다. 그러나 ‘내 팀’을 가지고 ‘축구’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가장 큰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월드컵만이 축구잔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엄청난 티켓 확보 경쟁을 통해 보아야 하는, 국가대표 평가전을 비롯한 단발성 경기보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내 지역팀의 경기 관전을 위해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는 것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축구 축제’는 보름 후,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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